애리조나, 남북전쟁 때 임신중지 금지법 부활…대선 쟁점 가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 애리조나주 대법원이 사실상 모든 임신중지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 160년 전 법률의 효력을 되살리면서 이 문제가 대선 쟁점으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9일(현지시각) 애리조나주 대법원은 160년 전 법률의 효력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면서 "의사들은 이제 여성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임신중지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성 생명 구할 때만 시술…“사실상 전면 금지”
미국 애리조나주 대법원이 사실상 모든 임신중지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 160년 전 법률의 효력을 되살리면서 이 문제가 대선 쟁점으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9일(현지시각) 애리조나주 대법원은 160년 전 법률의 효력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면서 “의사들은 이제 여성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임신중지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관 4 대 2의 의견으로 나온 이 판결은 1864년에 처음 마련되고 1901년에 성문화된 임신중지 관련 법률을 되살리는 것으로 일단 2주간의 적용 유예 기간이 설정됐다. 임신중지 시술을 하거나 이를 도운 사람을 징역 2~5년에 처하도록 하는 이 법은 성폭행에 의한 임신도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로써 애리조나주는 텍사스·앨라배마·미시시피주와 함께 가장 엄격하게 임신중지를 단속하는 주가 됐다. 연방대법원이 2022년 임신중지를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49년 만에 깬 이후 공화당이 주정부를 운영하는 곳들은 속속 임신중지를 불법화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애리조나주는 2022년부터 임신 15주 이후 임신중지를 불법화했는데 이번 주 대법원 판결은 이를 뛰어넘어 사실상 모든 임신중지를 불법화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쪽에서도 불만을 살 정도로 심각한 퇴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케이티 홉스 주지사는 “남북전쟁이 달아오르고, 여성들은 투표도 할 수 없었고, 애리조나가 주로 성립되지도 않았던 때에 만든 법률을 재적용하는 것은 우리 주의 오점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2022년에 15주 뒤의 임신중지를 불법화하는 법안에 서명한 공화당 소속 더그 두시 전 주지사는 “오늘 나온 판결은 내가 원하던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공화당 쪽에서도 곤혹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것은 임신중지 문제가 대선 이슈로 더 커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애리조나는 경합주들 중 한 곳으로, 11월 대선과 함께 임신중지 합법화를 추진하는 투표가 진행되면 분위기가 공화당 쪽에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리조나주 시민단체들은 이런 투표를 신청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에 이곳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3.5%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그러나 2020년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0.3%포인트 차이로 졌다.
임신중지 이슈가 커지면 자신에게 불리할 것으로 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 임신중지는 문제는 각 주별로 결정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는 2022년 연방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반복한 것이지만 연방정부 차원의 임신중지 규제를 요구하는 강경 보수 여론에 반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개표 90.4%…민주·연합 169석, 국힘·미래 114석, 조국당 12석
- 조국혁신당 단숨에 원내 3당 입성…대정부 강경 노선 맡는다
- 민주당 ‘서울 압승’ 눈앞…국힘은 강남3구만 가져가나
- 낙동강 벨트 ‘윤 정권 심판’ 안 통했나…양산을은 김태호 당선
- 노무현 사위 곽상언, 장인 지역구 당선…민주로 돌아선 종로
- 명품백·엑스포·이종섭·대파…총선까지 겹겹이 쌓인 심판론
- ‘압승’ 이재명, 3번째 대선 도전 탄탄대로…남은 숙제는
- 얼굴 굳은 한동훈, 참패 예측에 한숨…10분 만에 자리 떠 [영상]
- 민주 탈당 의원 줄줄이 낙선…김종민만 ‘어부지리’ 당선권
- 사전투표자 60대 이상이 37%…출구조사엔 빠져 ‘까봐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