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남북전쟁 때 임신중지 금지법 부활…대선 쟁점 가열

이본영 기자 2024. 4. 10. 11: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 애리조나주 대법원이 사실상 모든 임신중지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 160년 전 법률의 효력을 되살리면서 이 문제가 대선 쟁점으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9일(현지시각) 애리조나주 대법원은 160년 전 법률의 효력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면서 "의사들은 이제 여성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임신중지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864년 마련 법안, 대법관 4 대 2로 효력인정
여성 생명 구할 때만 시술…“사실상 전면 금지”
2022년 7월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연방법원 앞에서 임신중지에 관한 여성들의 결정권을 주장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애리조나주 대법원이 사실상 모든 임신중지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 160년 전 법률의 효력을 되살리면서 이 문제가 대선 쟁점으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9일(현지시각) 애리조나주 대법원은 160년 전 법률의 효력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면서 “의사들은 이제 여성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임신중지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관 4 대 2의 의견으로 나온 이 판결은 1864년에 처음 마련되고 1901년에 성문화된 임신중지 관련 법률을 되살리는 것으로 일단 2주간의 적용 유예 기간이 설정됐다. 임신중지 시술을 하거나 이를 도운 사람을 징역 2~5년에 처하도록 하는 이 법은 성폭행에 의한 임신도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로써 애리조나주는 텍사스·앨라배마·미시시피주와 함께 가장 엄격하게 임신중지를 단속하는 주가 됐다. 연방대법원이 2022년 임신중지를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49년 만에 깬 이후 공화당이 주정부를 운영하는 곳들은 속속 임신중지를 불법화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애리조나주는 2022년부터 임신 15주 이후 임신중지를 불법화했는데 이번 주 대법원 판결은 이를 뛰어넘어 사실상 모든 임신중지를 불법화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쪽에서도 불만을 살 정도로 심각한 퇴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케이티 홉스 주지사는 “남북전쟁이 달아오르고, 여성들은 투표도 할 수 없었고, 애리조나가 주로 성립되지도 않았던 때에 만든 법률을 재적용하는 것은 우리 주의 오점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2022년에 15주 뒤의 임신중지를 불법화하는 법안에 서명한 공화당 소속 더그 두시 전 주지사는 “오늘 나온 판결은 내가 원하던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공화당 쪽에서도 곤혹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것은 임신중지 문제가 대선 이슈로 더 커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애리조나는 경합주들 중 한 곳으로, 11월 대선과 함께 임신중지 합법화를 추진하는 투표가 진행되면 분위기가 공화당 쪽에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리조나주 시민단체들은 이런 투표를 신청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에 이곳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3.5%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그러나 2020년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0.3%포인트 차이로 졌다.

임신중지 이슈가 커지면 자신에게 불리할 것으로 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 임신중지는 문제는 각 주별로 결정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는 2022년 연방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반복한 것이지만 연방정부 차원의 임신중지 규제를 요구하는 강경 보수 여론에 반한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