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교생 총기난사’ 가해자 부모에 첫 징역형···“다가올 폭주 열차 막지 않았다”
미국의 고등학교에서 총격을 가해 다른 학생들을 살해한 10대 소년의 부모에게 각각 10~15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다. 참사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아들을 방치해 교내 총격 사건이 발생한 책임을 부모에게 물은 첫 판결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오클랜드 카운티 법원은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제임스 크럼블리와 제니퍼 크럼블리 부부에게 10~15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2021년 오클랜드 카운티 옥스퍼드고등학교에서 총격을 가해 학생 4명을 살해하고 학생 6명과 교사 1명 등 7명을 다치게 한 이선 크럼블리의 부모다.
범행 당시 15세였던 이선은 1급 살인죄로 미시간주 최고 형량인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이선의 부모는 총격 사건 며칠 뒤 체포돼 2년 넘게 수감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왔다. 지난 2월과 3월 각각 열린 배심원 재판에서도 이들 부부는 유죄 평결을 받았다.
검찰은 크럼블리 부부가 집에 총기를 방치하고 아들의 정신건강에 무관심했다는 여러 증거를 토대로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이들을 기소했다. 부친은 범행에 사용된 권총을 아들과 함께 구매했고, 권총을 보관한 서랍을 잠그지 않았다. 총기 구매 다음날 모친은 아들과 함께 사격장에서 사격 연습을 한 뒤 “엄마와 아들이 새 크리스마스 선물을 테스트한 날 ”이라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다. 재판부는 이들 부모가 아들이 총기와 탄약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고, 총기의 사용과 소지를 미화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부부는 사건 당일 아침 아들이 총격을 암시하는 그림을 그린 사실을 확인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수학 문제지에 그린 문제의 그림을 확인한 학교 교사들이 그를 수업에서 제외시키고 부모를 불러 정신건강 상담을 받게 하도록 권유했지만, 부모는 이를 거부하고 최근 총기를 구입한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이후 이선은 수업에 복귀했고, 약 2시간 후 총격 범행을 저질렀다.
이날 재판에는 피해자들의 부모들도 출석해 “만약 그들이 사건 당일 무언가 조치를 취했다면 네 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의 범행에 대해 사죄하거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왔던 크럼블리 부부는 이날 재판에서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미국에서 학교 총기 사건 가해자의 부모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형사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 판결이 처음이다. 셰릴 매슈 판사는 “부모가 초능력자가 될 수는 없다”면서도 “이번 판결은 잘못된 양육에 관한 것이 아니며, 다가올 폭주 열차를 멈출 수 있었던 행동을 하지 않은 반복된 부작위에 대한 유죄 판결”라고 설명했다.
미국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비슷한 다른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에코우 얀카 미시간대 로스쿨 교수는 “이 사건은 미시간주에선 확실한 선례가 될 것이고, 전국의 검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매슈 슈나이더 변호사는 “본보기가 되는 사건”이라며 “모든 부모들과 집에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총기를 제대로 보관하라는 경고 메시지”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통령실 “김 여사, 다음 순방 동행 않기로”…이후 동행 여부는 그때 가서 결정
- 명태균 “청와대 가면 뒈진다고 했다”…김건희에게 대통령실 이전 조언 정황
- 김예지, 활동 중단 원인은 쏟아진 ‘악플’ 때문이었다
- 유승민 “역시 ‘상남자’···사과·쇄신 기대했는데 ‘자기 여자’ 비호 바빴다”
- [제주 어선침몰]생존자 “그물 들어올리다 배가 순식간에 넘어갔다”
- [트럼프 2기] 한국의 ‘4B’ 운동이 뭐기에···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관심 급증
- ‘프로포폴 불법 투여’ 강남 병원장 검찰 송치···아내도 ‘중독 사망’
- 서울대 외벽 탄 ‘장발장’···그는 12년간 세상에 없는 사람이었다
- 주말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교통정보 미리 확인하세요”
- 조훈현·이창호도 나섰지만···‘세계 유일’ 바둑학과 폐지 수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