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졸리더라"...햇빛 쬐면 피곤해지는 이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며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고 있다. 햇볕을 쬐면 기분도 좋아지고 기운도 나는 듯 하지만, 햇볕 아래서 오래 시간을 보내다 보면 하품이 나고 낮잠 한숨 자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피곤한 게 혹시 햇빛 때문은 아닐까?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매튜 배짓 박사는 햇볕에 오래 노출되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몸이 더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피곤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야외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나 물을 얼마나 마셨는지도 영향을 미친다. 햇볕을 쬐면 오히려 피곤해지는 몇 가지 이유를 살펴봤다.
몸이 시원함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날씨가 춥든 덥든, 우리 몸은 정상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여름에 기온이 올라갈 땐 땀을 흘려 몸을 식힌다. 땀을 흘리는 일이 수동적인 과정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우리 몸은 땀을 내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배짓 박사는 "땀을 흘릴 때 심박수와 대사율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신진대사는 섭취한 음식에서 얻은 에너지를 사용해 호흡이나 혈액순환과 같은 신체 기능에 연료를 공급하는 과정이다. 더울 땐 혈관이 확장되고 피부 표면으로 더 많은 혈액을 보내게 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몸이 시원해진다. 혈관확장(vasodilation)이라고 하는 이 과정은 더울 때 얼굴이 붉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덥고 습하면 몸이 체온조절 위해 힘써
더운데다 습하기까지 하다면 에너지는 두 배로 소모된다. 배짓 박사는 "땀방울이 피부에서 증발하며 시원함을 느끼는데, 습한 기후에서는 공기 중 이미 많은 물방울이 있다"며 "이런 경우 땀방울이 증발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심장과 신체가 몸을 식히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아서
몸에서 땀이 난다는 건 신체의 수분이 손실되고 있단 뜻이다. 이를 보충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탈수가 올 수 있다. 피로, 심해지는 갈증, 두통, 소변 횟수 감소 모두 탈수의 징후다. 탈수가 생기면 혈압도 떨어진다. 배짓 박사는 "뇌와 장기로 가는 혈액이 적어지기 때문에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도움되지 않는 음료를 마시고 있어서
무더운 날엔 차가운 맥주 생각이 간절하다. 하지만 알코올과 더위의 조합은 탈수, 피로 및 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알코올은 이뇨 작용을 하기 때문에 소변을 더 자주 보게 되고 이로 인해 수분이 손실된다. 술을 마시면 몸이 과하게 더워지고 있음을 인지하기도 쉽지 않아진다. 또한, 술을 마시면 혈관이 확장되기 때문에 뇌로 가는 혈액의 양이 적어질 수 있다.
너무 달고 짠 음식을 먹어서
달콤한 아이스티, 아이스크림, 짭짤한 과자는 몸이 에너지를 얻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다. 이런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치솟았다 떨어져 몸이 피곤해질 수 있다.
피부가 햇빛에 손상돼서
자외선차단제를 발라도 강력한 자외선은 여전히 피부에 영향을 미친다. 햇볕을 너무 많이 쬐면 일광화상을 입을 수 있다. 일광화상은 햇빛, 특히 자외선에 과도하게 노출됐을 때 피부에 염증반응이 유발되면서 붉고 따가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일광화상을 입으면 체온이 올라가고, 이를 낫게 하는 데 에너지가 필요해진다. 햇볕에 심하게 탄 피부는 수분을 유지하기도 어려워 땀 흘리는 과정을 방해하고 탈수 위험을 높인다.
의욕이 떨어져서
점심시간이 지나면 피곤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졸음이 쏟아지는 이 시간은 하루 중 햇빛이 가장 밝은 시간과 맞물린다. 신체의 자연스러운 생체리듬으로 오후 1~3시 사이에 피곤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일부 유럽 및 지중해 국가에서 점심식사 후 낮잠을 자는 시에스타가 인기 있는 이유라는 게 배짓 박사의 설명이다.
햇볕 아래서도 피곤함을 덜 느끼려면
더위 속에서 일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몸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탈수나 온열질환의 징후가 보이면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고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햇볕에 오래 노출될 경우에는 물이나 전해질 음료 등으로 탈수를 예방하도록 한다. 또, 수박이나 바나나 등 전해질이 함유된 음식을 먹으면 피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햇볕이 강한 날에는 나무 아래를 찾거나 양산 등을 이용하고,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발라 일광화상을 예방하도록 한다. 너무 피곤하다면 가급적 에어컨이 있는 실내에서 5~10분 정도 짧은 낮잠을 자는 것도 좋다.
지해미 기자 (pcraem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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