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니 "'기생수', 4번 정주행…시즌2? 구교환과 '♥라인' 상상"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배우 전소니(33)가 연상호 감독과 손잡고 데뷔 8년 만에 역대급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기생수: 더 그레이'로 SF 액션 장르물에 처음 뛰어들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전소니는 독립영화계의 주목받던 스타로서 지난 2017년 연예계에 데뷔했다.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높인 건 2019년 故 이선균과 호흡한 영화 '악질경찰'로, 이를 기점으로 주연 배우로 발돋움했다. 그는 쌍둥이 걸그룹 바니걸스 출신인 모친 고재숙을 닮은 고품격 미모와 기본기 탄탄한 연기력으로 정통 멜로부터 판타지, 사극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 드라마 '화양연화 - 삶이 꽃이 되는 순간'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 '청춘월담', 영화 '소울메이트' 등에서 가슴 절절한 열연을 보여줬다.
그런 전소니가 독특한 세계관으로 정평이 난 '연니버스'(연상호 감독+유니버스)에 입성,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걸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더군다나 이들이 협업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이하 '기생수')는 이와아키 히토시 작가의 일본 SF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한 새로운 차원의 크리처 장르물. 기생생물이 인간의 뇌를 장악해 신체를 조종한다는 기발한 상상력과 철학적인 메시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전소니는 주인공 정수인으로 낙점되어 완전히 색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인간 정수인과 정체불명의 기생생물 하이디, 기묘한 공생을 하는 변종 캐릭터를 표현하며 1인 2역을 소화했다. 얼굴 한쪽만 변형되어 기생수의 촉수가 뻗어나간 강렬한 비주얼이 압권으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이에 '기생수'는 5일 공개 이후 단숨에 넷플릭스 글로벌 1위에 등극,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전소니는 새로운 도전이 통한 만큼, 9일 진행된 아이즈(IZE)와의 인터뷰에서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신기하다. 더욱이 주변 사람들한테 '재밌다'라는 반응을 들어본 게 처음이라(웃음). 제 전작들이 주로 서정적이라서 '재밌다'보다는 '이런 부분이 좋다'라는 얘기가 많았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이 재밌게 봐줬다는 게 기뻤고 어디 계신지 모를 멀리 있는 분들도 그렇게 봐주셔서 좋았다. 1위가 얼마만큼 힘이 되는 숫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숫자가 나올 만큼 세계 각국에서 많이 봐주셨다는 게 신기하고 기쁘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당사자로서도 연상호 감독의 러브콜은 얼떨떨했다고. 전소니는 "저도 궁금해서 연상호 감독님에게 캐스팅 이유를 여쭤봤었다. 이전에 제 독립영화들을 보시고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쭉 하셨다더라. 어떤 작품으로 함께할지 몇 작품을 고민하다가 '기생수'를 만들기로 했을 때 이거면 저와 해도 좋겠다 싶어서 연락을 준 거라고 하셨다"라고 말했다.
정수인과 하이디를 넘나든 1인 2역에 대해선 "너무 어려웠다"라며 귀여운 엄살을 부렸다. 전소니는 "하이디가 눈에 안 보이는 것도 어렵지만, 저는 상대 배우가 어떤 식으로 리액션 하는가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배우라 더 힘들었다. 상대가 나니까, 내가 어떻게 표현할지 다 아니까 이거를 내가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되게 고민이었다. 나 혼자 장면을 주고받는다는 게 사실 너무 중압감이 들었다. 근데 또 이 직업이 좋은 게 어떻게든 할 수밖에 없고, 끝나면 다시 할 수 없다는 거다. 그게 저는 안심이 된다. 그날 내가 쏟은 최선이 지나간다는 게 오히려 다행스럽다는 생각이다. 만약 계속 다시 해도 된다면 난 멈추지 못할 테니까. 기회는 오늘뿐이니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집에 가서 잊어버리자 생각하며 임했다"라고 놀라운 열연의 비결을 엿보게 했다.
이어 전소니는 "수인은 하이디를 만나기 전엔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당장 죽을 사람은 아니지만 제가 생각한 수인은 그냥 모든 게 다 지쳐 있는 상태였다. 얘한테 하루는 어떤 의미일까 보면 아침에 일어나는 것, 사소한 일들도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해서 피곤하고 생기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기미 분장도 한 거다. 반면 하이디는 아름답고 징그럽길 바랐다. 근데 '기생수'에서 제가 본 하이디가 딱 그랬다. 엄청 기다렸는데, 보자마자 '얘구나' 싶었다. 하이디의 목소리 톤은 다른 기생생물도 등장하기에 비슷하게 표현했다. 대신에 최대한 낮은 소리를 내주었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뜻을 따랐다"라고 차이점을 짚었다.
VFX(시각특수효과) 기술을 접목한 일명 '상모 돌리기' 액션을 시도한 소감도 밝혔다. 전소니는 "옆에 강우(구교환)는 멀쩡히 있는데, 저만 상모 돌리는 느낌으로 그러고 있으니까 너무 어색했다. 몸 쓰는 것에 관한 전문가이신 액션팀도 이런 동작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저한테 물어보실 정도였다. 솔직히 액션팀도 처음엔 어색하고 부끄러워하셨다. 근데 너무 강력한 부끄러움이라, 두세 번 정도 돌리고 나니까 바로 적응이 되었다"라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연상호 감독과 의기투합한 소회는 어떨까. 전소니는 "되게 에너제틱한 현장이었다. 제가 본 감독님은 항상 생기발랄하시고, 압박감에 짓눌리지 않는 사람 같았다. 늘 그 감정에서 이기는 사람 같이 보였다. 그래서 감독님을 선장님으로 두고 굴러가는 이 프로덕션이 항상 건강했고, 에너지 넘치게 느껴졌다. 다들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감독님이 '내 기대에 부응해' 이런 타입이 아니라, '뭘 원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거보다는 더 가고 싶다' 이런 욕구가 들게 하는 좋은 리더십을 보여주셨다"라고 존경심을 표했다.
찰떡 케미를 형성한 구교환에 대해선 "선배님은 표현이 귀여운 게 있으시다. '수인은 우리의 히어로다. 나는 사이드킥'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강우가 있어서 수인이 해낸 것처럼 저도 현장에 구교환 선배님이 있어서 그만큼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애정을 과시했다.
'기생수'를 총 4번 정주행했다는 전소니는 "재밌게 봤다"라며 원작의 부담감을 내려놓고 한결 여유를 찾았다. 그는 "워낙 인기가 많은 원작이라 모를 수가 없고, 보고 나서도 세상을 살아가는 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원작이 왜 이렇게 오랜 시간 사랑받는 작품인지 알겠더라. 이만큼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 내가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저도 어느 정도 두려움이 있었다"라고 고백했다.
이내 그는 "지금은 저희 '기생수'도 질문을 잘 던졌다고 보고 있다. 보시는 분들의 감상은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하이디가 수인과 가까워지는데 강우가 큰 역할을 한 그런 부분이 좋았다. 당사자가 아닌 다른 존재를 두고 가까워지는 거. 이 사회 안에서도 어쨌든 혼자 애쓴다고 되는 게 아니지 않나. 다른 사람을 통해 날 바라보고 같은 목표로 뭔가를 해보고 그러면서 깨달아간다는 게 사회 안에서 인간으로 사는 데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웰메이드 작품성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전소니는 '기생수' 출연의 특별한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기생수'라는 작품이 저한테 확실히 특별하긴 할 거 같다. 수인과 하이디가 합쳐진 그런 인물은 어떤 작품에서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기생수'가 욕심났고, 하게 되어 무척 기뻤다. 이 세상의 누군가한테는 이런 캐릭터로 기억이 된다는 사실에 무척 출연하고 싶었다. 비록 스토리이긴 하나 누군가를 구해주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라고 곱씹었다.
전소니는 "무엇보다 이렇게까지 넓은 범위를 만나는 작품을 한다는 게 매우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라서, 그걸로도 특별하게 기억될 거 같다. 모든 연기가 그렇긴 하지만 장르물 특유의 어디 가서 해볼 일 없을 색다른 경험을 했다. 쾌감이 있어서, 어려우면서도 약간 신났다. 어린 애들이 놀이공원 갈 때처럼 신나서 찍었던 거 같다"라고 '기생수'에 푹 빠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기생수'는 극 말미 일본 배우 스다 마사키를 원작 만화 주인공 이즈미 신이치 역할로 등장시키며 열린 결말을 장식한 바. 이에 시즌2에 관한 생각을 묻자 전소니는 "(구)교환 선배는 러브라인을 하고 싶다고 그랬다. 저도 말이 된다고 본다. 이 얘기에 감독님은 수인이랑 하이디 둘 중에 누구랑 이어줘야 하나 그러시더라(웃음). 이건 정말 농담이고, 제 개인적으로 기대가 되는 건 수인과 신이치의 만남이다. 정말 만났으면 좋겠다. 만약 신이치와 대결을 벌인다면 하이디가 이길 거 같다. 아무래도 하이디는 활동한 지 얼마 안 돼서 에너지가 더 넘치지 않을까 싶다. 수인이가 과연 그레이 팀에 들어가게 될지도 궁금하다. 근데 일단 시즌2가 만들어질지, 아닐지 모르겠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끝으로 전소니는 "저를 궁금해하셨으면 좋겠고 대중의 기억에 오래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제가 배우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그랬다. 모든 게 유한하니, 누군가의 기억 속에 어떤 캐릭터로 살아있으면 무척 행복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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