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갈등 심화..'총선' 이후에도 문제해결 '요원'

강중모 2024. 4. 1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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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며 통일된 案 요구
의협 비대위 내부 갈등에 전공의와도 미합의
의료계 입장차..단일대오 구성은 요원한 상황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에 나선지 50일째인 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이후에도 의대 증원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로 국민 불안이 커지고 현장 병원의 손실이 커지는 등 상황이 악화되면서 정부와 의료계 모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의대 증원 2000명 정책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10일 전국에서 국회의원 총선거가 펼져졌지만 '의정갈등'은 해결의 실마리를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총선 일정과 상관 없이 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통일된 의료계의 제안이 나오면 의대 증원 2000명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에 의료계는 '단일대오'를 이뤄 한 목소리를 내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법정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총선 이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등 의료계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해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합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현재 김택우 비대위원장을 대신해 임 당선인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비대위측에 전달했다. 비대위측은 "비대위 운영 과정에서 당선인 뜻과 배치되는 의사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밝혀 비대위와 당선인측의 의견 갈등이 있음이 확인됐다.

양측의 의견 갈등은 내분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임 당선인이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김 위원장이 이를 거절했다. 이 같은 내부 갈등 속에 총선 이후,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열리기로 했던 합동 기자회견도 결국 취소됐다.

이날 김 위원장은 비대위 브리핑에서 "혼돈에 빠진 현재의 상황을 수습하고 극복해야 할 정부의 의지는 잘 보이지 않고 의료계의 분열을 노리는 다양한 활동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 매우 염려할 만한 상황"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의대생, 전공의, 비대위, 차기 집행부가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에 충실해야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작은 말 한마디가 의사 사회를 분열시키고 공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우리의 분열로 인해 정부의 잘못되고 독단적인 정책 추진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의료계의 역사에서 큰 죄인이 될 것이고 미래 세대에게도 큰 죄를 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합동 기자회견에 대해 대전협의 의사를 물어야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그런 조율이 안 됐고, 가능하면 모든 목소리를 다 모아서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 이번주에 하기로 했던 기자회견은 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통일된 제안'을 위한 의료계의 뜻을 모으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요구하는 과학적이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엇박자와 의견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의료계 내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넘어야할 산은 또 있다. 의대교수들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집행정지가 법원에서 각하되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교육의 자주성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의대교수들은 각 대학 총장에게 헌법소원을 포함, 소송을 직접 제기할 것을 요청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총선 이후인 오는 12일 이후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정부와의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보다는 법원의 판단을 통해 정책 추진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다수당이 확실시되는 더불어민주당은 증원 숫자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의료계와 타협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정책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의 정책 추진에 야당의 목소리가 반영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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