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러브 던졌는데 스위퍼 던져보라고” KIA 네일의 스위퍼는 특별하다…ERA 0.47, 피와 땀의 보상[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슬러브를 던졌는데, 세인트루이스에서 스위퍼를 던져보라고…”
KIA 타이거즈 외국인에이스 제임스 네일(31)은 지난 2월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스위퍼를 작년에 배웠다며,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 자신과 윌 크로우의 스위퍼는 그립부터 다르다고 했다. 네일의 스위퍼는, 손가락 사이의 간격을 좁혀 던진다. 움직임은 적어도 스피드를 낼 수 있다고 했다.
확실히 작년 KBO리그를 평정한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보편적인 스위퍼와 다르다. 그래서 이런 오해도 샀다. SBS 스포츠 이순철, 나지완 해설위원은 9일 광주 KIA-LG 트윈스전 중계도중 네일의 스위퍼를 두고 ‘슬러브’라고 했다. 페디의 스위퍼보다 홈플레이트를 쓰는 움직임이 적다는 이유에서였다.
네일은 이날 7이닝 7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3승, 평균자책점 0.47을 찍고 취재진을 만났다. 해설위원들의 오해를 풀었다. 결론적으로 이순철 위원의 얘기는 맞다. 그런데 네일의 얘기도 맞다. 네일은 스위퍼를 한 가지 형태로 구사하지 않는다. 스피드와 움직임을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네일은 “타자에 따라 각을 세우거나 눕히게 한다. 기본적으로 수평적인 움직임이 중요하다. 느린 스위퍼는 횡적 움직임을 최대한 살린다. 좌타자에겐 헛스윙을 유도하기 위해 종적인 움직임도 살린다”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스위퍼는 홈플레이트를 좌우로 쓰는 구종이다. 우투수의 스위퍼는 우측에서 좌측으로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다. 우타자를 상대할 때 적합하다. 우타자로선 바깥으로 도망가는 공이라서 공략이 쉽지 않다.
그런데 네일은 스피드를 떨어뜨리면서 종적인 움직임을 가미한다. 이 구종을 큰 틀에서 슬러브라고 볼 수도 있다. 좌타자를 상대할 때 적합하다. 좌타자로선 몸쪽으로 들어오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뚝 떨어지면서 공략이 쉽지 않다.
그리고 중요한 건 타자의 대응, 경기의 흐름에 따라 이런 기계적인 공식을 대입하지 않고 자유자재로 변형해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네일이 그냥 평균자책점 0.47을 찍은 게 아니며, 어쩌면 KBO리그에서 계속 타자들을 괴롭힐 수 있겠다는 전망이 가능한 이유다.
네일은 “본래 슬러브를 던졌다. 그런데 세인트루이스에서 스위퍼를 던져보라고 해서 던지게 됐다. 슬러브에 수평으로 휘는 움직임을 추가했다. 스위퍼를 잘못 던지면 휘어 들어가도 말리는 움직임이 나올 수도 있다”라고 했다.
그만큼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본인도 몇 개는 의도대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캔버라에서 부단히 스위퍼를 연습하는 네일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지금의 상승세가 일시적인 상승세는 아닌 듯하다. 상대적으로 시즌 초반 고전하는 크로우와 달리, KBO 적응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KIA는 세인트루이스에 25만달러를 이적료로 지불한 덕을 톡톡히 본다. 네일은 메이저리그에 복귀하겠다는 덕담에 웃으며 “내년 복귀는 시기상조다. 다음 상대가 한화인데, KBO에서 요즘 가장 핫한 팀이다. 5일 등판 루틴도 문제 없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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