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업계, 끝나지 않는 빙하기 찾아왔다
지상파3사·종편·보도채널 영업이익 모두 하락
KBS·JTBC 영업손실 644억·580억 원, '1조 원' 매출 무너진 SBS
한겨레, 주요신문 중 유일하게 영업손실… "일시적 불황 아니다"
[미디어오늘 윤수현, 박서연, 금준경 기자]
신문·방송업계 호황은 끝났다. 2023년 코로나19가 종식되면서 신문·방송업계에 위기가 찾아왔다. KBS의 영업손실은 644억 원에 달했으며, SBS의 '1조 원 매출'이 무너졌다. 신문사들의 매출도 줄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 광고 물량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하며 불황에 따른 일시적 위기가 아닌 장기적 침체의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미디어오늘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취재를 종합해 지상파(KBS·MBC·SBS), 종합편성채널(TV조선·채널A·JTBC·MBN), 보도전문채널(YTN·연합뉴스TV), 종합일간지(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서울신문·세계일보·국민일보·문화일보·내일신문), 경제신문(매일경제, 한국경제)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집계했다. 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했으며, 천 원 단위는 반올림 없이 절삭했다.
지상파3사 매출·영업이익 급감
지상파 3사는 모두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최소 400억 원대, 많게는 1000억 원대 줄었다. SBS는 2022년 창사 이래 최초로 1조 원 매출(1조126억3877만 원)을 달성했으나, 지난해 매출은 8665억8053만 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33억4842만 원에서 346억4190만 원으로, 당기순이익은 1203억7274만 원에서 315억9814만 원으로 대폭 줄었다.
MBC(서울본사 기준)도 마찬가지다. MBC의 2022년 매출은 8602억3613만 원이었으나 지난해엔 7436억4323만 원으로 13.5%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2022년 565억7849만 원에서 지난해 77억604만 원으로 86.3% 급감했다.
KBS의 영업손실 규모는 2022년 90억536만 원에서 지난해 644억9172만 원으로 615% 늘었다. 매출은 1조4825억2789만 원에서 1조3865억156만 원으로 6.4% 줄었다. 수신료·정부 보조금 등 공적재원 수입은 2022년보다 96억 원, 자체수입은 965억 원 줄었다.
JTBC 영업손실 580억 원… TV조선 2년 연속 영업이익 하락
실적 감소는 종편도 마찬가지였으며, 특히 JTBC의 상황이 심각했다. 지난해 JTBC 매출은 전년 대비 713억 원 하락한 3422억345만 원, 영업이익은 630억1637만 원 하락한 583억7501만 원이다. 지난해 JTBC는 광고시장 위축 등으로 520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며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는데, 적자폭은 예상보다 더 컸다. 당기순이익 역시 2022년 145억143만 원이었으나 지난해 716억7237만 원을 기록했다. JTBC의 부채는 3795억 원에 달하며, 2019년 이후 꾸준히 영업손실(연결 재무제표 기준)을 기록했다. JTBC는 SLL을 중심으로 한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해 콘텐츠 투자에 나섰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으며 주요 드라마·예능 IP는 SLL에 매각됐다.
채널A의 지난해 매출은 2118억2741만 원으로 2022년과 비교해 74억7177만 원 줄었다. 채널A는 2022년 영업이익 163억8248만 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영업손실 42억4707만 원을 기록했다.
TV조선 매출은 3200억 원으로 전년도 대비 소폭(0.6% 상승) 올랐으나, 영업이익 하락을 피할 수 없었다. TV조선의 2021년 영업이익은 610억606만 원이었으나 2022년 311억3703만 원으로 하락했으며, 지난해 188억 원을 기록했다.
MBN 매출은 2259억8112만 원으로 2022년 대비 113억5521만 원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0.5% 감소한 55억9782만 원이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92억4646만 원 하락한 99억1345만 원이었다.
보도전문채널 역시 실적이 떨어졌다. YTN의 매출은 1304억6956만 원으로 2022년 대비 14.2% 감소했다. 2021년·2022년 영업이익은 각각 33억6800만 원, 53억1035만 원이었으나 지난해 영업손실 92억9890만 원을 기록했다. YTN 매출 하락은 광고와 온라인 사업 위축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YTN 광고수입은 전년도 대비 155억600만 원 하락한 739억3600만 원이었다. 이는 YTN의 영업이익 하락폭과 유사하다. 온라인 사업 수입은 59억300만 원 하락한 121억8700만 원이다. 다만 서울타워와 사옥 임대수입은 늘었다.
연합뉴스TV 매출은 2022년 859억665만 원에서 지난해 792억4252만 원으로 7.7%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2억3549만 원에서 7억6697만 원으로 89.3% 줄었다.
신문사 매출 1위 조선, 영업이익 1위 한국경제
신문사 역시 '기형적 성장'이 끝나가고 있다. 신문사들은 독자가 떠나가는 상황에서도 지면광고 등을 통해 성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가 끝나고 경제 불황이 오면서 매출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신문사 중 매출이 가장 많은 곳은 조선일보, 영업이익이 가장 많은 곳은 한국경제다.
조선일보의 지난해 매출은 2975억3410만 원으로 2022년 2990억152만 원 대비 0.5% 줄었다.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소폭 상승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6억 원 가량 상승한 77억2744만 원이다. 동아일보의 지난해 매출은 2841억6897만 원으로 2022년 대비 156억7244만 원 상승했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6억7439만 원에서 56억4677만 원으로 60억2762만 원 하락했다.
조선·동아에 이어 중앙일보가 매출 3위를 기록했다. 중앙일보 매출은 2735억5987만 원으로 2022년 대비 45억5672만 원 줄었다. 영업이익은 56억2093만 원으로 전년도 대비 5억5443만 원 올랐다. 당기순이익은 2022년 76억9841만 원과 비교해 대폭 하락한 59억4786만 원이었는데 이는 JTBC의 경영상태 악화에 따른 것이다. 중앙일보는 JTBC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경제 매출은 2428억2580만 원으로 2022년 대비 소폭 하락(2.2%)했으며, 영업이익은 49.4% 감소한 133억8265만 원이었다. 한국경제 영업이익은 전체 신문사 중 가장 높았다. 한국경제의 경우 전시·공연 등 문화 분야와 옥외광고 등 사업 다각화를 이뤄낸 곳이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신문 구독자 수의 꾸준한 증가에도 광고시장의 침체와 신문용지 단가 등 각종 비용상승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했다. 또 이 관계자는 전시회 등 문화사업에서 수입이 나면서 영업이익 하락폭이 줄었다고 밝혔다.
매일경제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2335억 원, 영업이익 117억 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전년도 대비 25억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208억 원 올랐다.
한겨레, 주요 신문 중 유일하게 영업손실
반면 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문화일보·세계일보 매출과 영업이익은 하락세였다. 한겨레 매출은 769억7139만 원으로 전년도 대비 4% 줄었다. 영업손실은 5억2754만 원이다. 주요 신문 중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곳은 한겨레가 유일하다. 경향신문 매출은 9.5% 감소한 756억3603만 원, 영업이익은 48.6% 감소한 24억2102만 원이다.
경향신문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사업 종료로 인해 매출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2006년 서울 정동 '상림원' 아파트 사업을 실시했는데, 2022년 완판됐다. 이 관계자는 “신문·온라인 광고 영향도 약간 있지만, 전체적인 시장 상황과 비슷하다”며 “2022년 재무제표에 부동산 부문이 있었는데, 이게 없어지면서 매출이 상당 부분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44억27만 원, 9억1918만 원이다. 전년도 대비 1.3%, 3% 하락한 수치다. 한국일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029억9901만 원이었는데, 이는 한국일보 자회사 엠파크가 지난해 대유위니아그룹으로부터 경기도 포천에 있는 골프장 몽베르CC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매출은 708억4783만 원으로 전년도 대비 1억8908만 원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2억2929만 원 줄어든 21억5585만 원이다. 세계일보 매출은 2022년 526억5138만 원 대비 1.1% 줄어든 520억2709만 원, 영업이익은 10억1403만 원 감소한 44억424만 원이다.
언론업계 이구동성 “영업이익 감소세… 반등 어려워”
지난해 언론은 광고시장 침체의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MBC 관계자는 “방송산업이 전반적으로 하락세였으나 2021~2022년 코로나19 특수가 이를 잠시 멈춘 것”이라며 “(매출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광고 축소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 광고가 부진했는데, 실제 TV를 보면 대기업 광고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종합편성채널 관계자 A씨는 “광고 상황이 전반적으로 안 좋다”며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광고시장이 줄어드는 추세인 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광고시장 침체가 덮쳐서 가속화되고있다. 앞으로 잘 돼도 감소세가 줄어드는 것이지, 반전시킬 수 있다고는 생각 안 한다”고 했다. 연합뉴스TV 관계자는 “전체적인 TV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광고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됐다. 온라인 페이지뷰가 떨어지면서 포털에서 받는 돈도 줄었다”며 “방송사들이 전통적인 광고를 넘어 수익 다변화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한겨레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이 반등하고 있어 지켜봐야 하지만, 일반 기업들의 사정이 녹록지 않다. 디지털 매출도 빠졌다”며 “신문 광고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매출의 볼륨을 키우는 것이 반전 포인트일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 관계자는 “(적자 폭이 작긴 하지만) 다른 회사보다 선방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비용절감 효과도 있었다”며 “은행 광고가 증가하긴 했지만, 10대 대기업의 광고가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21~2022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유례없는 호황기였지만, 그 거품이 빠지는 것”이라며 “올해는 신문사들이 더 힘들 가능성이 있다. 유료화 등 새로운 디지털 사업 모델을 찾아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했다.
신문사 매출 하락과 관련해 김위근 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는 “일시적 불황이 아니라 침체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김 책임자는 “포털 수입도 줄고 있다. 2023년은 신문업계 침체의 시작”이라고 했다. 김 책임자는 신문업계에 매출 반등 지점이 보이지 않는다며 “신문 시장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산업 전체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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