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고 한강 나들이 가요"....'누이좋고 매부좋은' 벚꽃 투표[르포]

이병권 기자 2024. 4. 1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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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본투표날인 10일 오전 5시 40분.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마포구의회 다목적실 앞에 마포구 주민 6명이 일렬로 줄을 섰다. /사진=이병권 기자

"미래 세대에 좋은 나라를 물려주는 국회가 됐으면 합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마포구의회 투표소 1호 투표자·70대 남성 A씨)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본투표날인 10일 오전 5시 40분.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마포구의회 다목적실 앞에 마포구 주민 6명이 일렬로 줄을 섰다. 한 유권자는 쌀쌀한 날씨에 투표 개시를 기다리면서 손에 입김을 불기도 했다. 오전 6시 정각, 선거안내원이 "지금부터 성산2동 제5투표소 투표를 시작합니다"라고 말하면서 본투표가 시작됐다.

이른 아침 투표소에 온 마포구 유권자들은 비교적 가벼운 차림새였다. 모자를 쓰거나 후드티를 뒤집어쓴 주민, 잠옷에 외투만 걸치고 나온 주민들이 많았다. 그밖에 등산복을 입고 큰 배낭을 멘 남성, 지팡이를 짚으며 천천히 걸어오는 어르신도 뒤를 이었다. 이날 머니투데이 the300이 만난 대부분의 유권자는 아침 일찍 투표한 뒤 오후에는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나들이를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곳에서 1등으로 투표를 마친 '1호 투표자' 70대 남성 A씨는 "원래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어서 이 시간에 나오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집사람도 이따가 낮에 투표하면 같이 파주 마장호수 쪽으로 드라이브를 갈 예정이다. 거기 뷰가 참 좋다"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운동복을 입고 온 50대 남성 B씨는 "근처 매봉산을 아침운동 겸해서 자주 오르내리곤 한다"며 "오늘은 투표도 하니까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말이 딱 들어맞지 않느냐"고 크게 웃었다. 그러면서 "대학생 아들도 데리고 나오려고 했는데 말을 안 듣더라. 오후에는 가족을 데리고 쇼핑몰을 갈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마포구의회 다목적실에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는 유권자 모습/ 사진=이병권 기자


벚꽃 시즌인 때문인지 8시30분 전후로는 휴일 나들이 차림새의 젊은 유권자들이 많아졌다. 한 커플은 투표를 마치고 근처 월드컵경기장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뒤 한강공원에 갈 예정이다. 20대 여성 C씨는 "조조 영화로 9시에 '쿵푸팬더4'를 예매해놨다"며 "영화 보고 나선 밥 먹고 한강공원 쪽으로 나가서 나들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분 좋은 나들이 계획들과 달리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에 대해선 유권자들 모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1호 투표자' A씨는 "(국회의원들이) 정신 똑바로 차려서 국민들 삶을 먼저 걱정해줬으면 한다"며 "미래 세대에 좋은 나라를 물려주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꾸 엉망인 모습만 보이니 요즘엔 TV도 보기 싫어진다. 잘 투표해서 심판하는 게 관심을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C씨는 "청년들이 갈수록 팍팍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게 나날이 더 느껴진다"며 "취업하고 나서도 결혼, 내집마련 같이 막막한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조금 더 권력을 쥐려고 다투기 전에 청년층 이야기들을 더 듣는 시간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근처 또다른 투표소 성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난 D씨는 지역 최대 현안인 소각장 추가건립 문제를 걱정했다. D씨는 "소각장 문제 해결이 미진해서 마포구 주민의 일원으로서 너무 걱정된다"며 "우리 지역 국회의원이 꼭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그는 "우리 주민들이 주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방법은 투표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종합사회복지관 3층에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는 유권자 모습 / 사진=이병권 기자

한편 지정투표소를 모르고 잘못 찾아온 유권자들도 더러 있었다. 이 일대에는 투표소만 10곳 가까이 있다. 이들은 선거안내원의 도움을 받아 지정투표소를 찾은 뒤 올바른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전투표는 전국 어디서나 할 수 있었지만 본투표는 주민등록상 거주지 지정투표소에서만 투표할 수 있다.

50대 여성 E씨는 "선거인명부에 이름이 없대서 크게 당황했지만 선거안내원들이 빠르게 알려줬다"며 "휴대폰 지도로 보니까 여기가 제일 가까워서 오게 됐는데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약까지 다 살피고 왔는데 제일 중요한 걸 놓쳤다"며 "자기 지역구 내에서 해야하는 건 알았지만 관내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전국 본투표율은 6.9%로 집계됐다. 전체 유권자 4428만11명 중 307만4727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직전 총선 본투표율 8.0%보다 1.1%p(포인트) 낮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본투표는 18세 이상(2006년 4월 11일 출생자 포함) 국민이라면 주민등록상 거주지 지정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지정투표소는 우편으로 발송된 투표안내문 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표소 찾기 연결 서비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투표 시 신분증(주민등록증·여권·운전면허증 등)을 지참해야 한다.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 유권자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2024.4.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뉴스1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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