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해결사가 아니야”···김도영, 내려놓자 터지기 시작했다[스경x인터뷰]
김도영(21·KIA)은 개막 이후 매우 부진했다. 지난 7일 삼성전까지 12경기에서 52타수 10안타(0.192)를 쳤다. 타율이 2할도 되지 않았다. 부상으로 시즌 초반 석 달 가까이 뛰지 못하고도 복귀하자마자 맹타를 휘둘렀던 지난 시즌의 모습과 매우 다른 출발이었다. 불안한 시선이 쏟아지자 이범호 KIA 감독은 수술 뒤 재활을 마치고 타격 자체를 늦게 시작한 김도영의 시즌 준비 과정을 강조하며 신뢰를 보였다.
김도영도 올해는 마음을 더욱 굳게 먹고 시즌을 맞이했다. 시즌 전 KIA가 구상한 라인업에서 3번 타자 역할을 받았던 김도영은 시범경기 당시 “3번 타자의 마음가짐으로 준비 중”이라고 했다. 중요한 상황에서는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좀 더 갖겠다는 뜻이었다.
나성범의 부상으로 KIA 라인업은 예상 못한 변화를 맞았고, 김도영도 지난 시즌과 비슷한 2번 타자로 개막을 맞았다. 그래도 올해는 조금이라도 해결사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타석에 섰다. 그런데 부진이 끝나지 않았다. 잘 친 타구가 잡히면 안 맞은 타구도 운 좋게 안타가 되니까 걱정 말라는 선배들의 말을 믿었지만 잘 친 타구는 잡히고 운 좋은 안타는 나오질 않았다. 부진이 길어지자 조급해졌고 수비 실책까지 나왔다. 나성범에 이어 황대인, 박찬호까지 주요 타자들의 부상이 나오면서 김도영의 부진은 더 크게 도드라졌다.
급기야 지난 7일 광주 삼성전에서는 개막후 처음으로 7번 타자로 출전했다. 김도영은 그날부터 머릿속을 텅 비웠다.
김도영은 지난 9일 광주 LG전에서 3점 홈런 포함 4안타를 터뜨린 뒤 “올해부터는 중요한 상황에 해결하는 선수가 되어보자 생각했다. 꼬이니까 많이 조급했다. 최근 몇 경기에서 타격감도 좋아지기 시작했지만 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스스로 내려놨다”고 말했다.
이제 고졸 3년차인 김도영은 지난 2년간 규정타석을 뛰어본 적이 없다. 첫해는 적응, 지난해는 부상 때문이었지만 마치 풀타임을 뛴 선수처럼 느껴질 정도로 뛰는 동안 꽉 찬 활약을 했다. 경험이 아주 적은 어린 선수인데도, 미래를 보고 내야와 타선을 계산하는 KIA는 김도영을 지난해부터 ‘핵심전력’으로 분류해왔다. 김도영은 나이와 연차에 비해 또래들보다 훨씬 큰 책임감과 부담감을 갖고 야구하고 있다.
처음 맞이한 ‘슬럼프’를 벗어나고 있는 김도영은 “팀은 그렇게까지는 아니었을텐데 ‘내가 잘 해야 된다’는 생각을 나 혼자 너무 크게 한 것 같다. 이제 3년차고 못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에게 너무 큰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의미다.
김도영은 이날 KIA가 2-0으로 앞서던 6회말 2사 1·2루에서 LG 계투 박명근의 초구 직구를 기다린듯 받아쳐 좌월 3점포를 만들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5일 삼성전에서 시즌 첫 홈런을 친 뒤 다시 침묵했던 김도영은 3경기 만에 결정적 홈런을 때리면서 4안타를 터뜨렸다. 이 홈런은 김도영에게 확신을 가져다주었다.
김도영은 “첫 홈런 때는 치고도 느낌이 안 왔다. 잘 맞긴 했는데 이 감각을 유지하자, 잊지 말자 하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늘 홈런은 그런 느낌이 왔다”며 “모든 게 내 생각대로 됐다. 오늘 계기로 좋은 감각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기였다”고 말했다.
혹독하게 시작한 3년차, 김도영은 욕심을 비우자는 생각도 처음으로 해보고, 자신에 대한 믿음도 느껴보고 있다. 부진한 시간이 꽤 길었지만 이겨내면서 쌓은 것도 있기 때문이다. 김도영은 “출발이 안 좋았지만 나한테 의심은 없다. 작년에는 스트라이크존을 계속 신경쓰면서도 아닌 공에도 생각과 다르게 방망이가 나갔다. 하지만 올해는 내가 생각한 존이 아니면 안 나간다. 안 맞을 수도 있겠지만 내 존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일’에 대한 걱정은 별로 없다. 작년보다 올해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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