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미래 위해, 자녀 위해 한표"…일찍부터 유권자 발길
"모든세대 공감할 정책을"·"좋은분 뽑아야"…투표소 착각·칸좁은 비례용지 혼란도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이영섭 계승현 장보인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인 10일 서울에서는 다소 서늘한 날씨에도 아침 일찍부터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대부분 집에서 쉬다가 나온 듯 편안한 옷차림이었고 이른 시간대라 중장년층 유권자가 많았다. 휴일 나들이를 즐기거나 개인 일정을 소화하기 전에 짬을 내 들른 이들도 있었다.
선거사무원들은 "등재번호 아세요? 없으면 주민등록증 보여주세요. 여기로 오세요"라며 선거인명부를 확인하고 유권자 한명, 한명에게 투표 방법을 자세히 안내했다.
종로구 서울교동초등학교에서 만난 정유리(24)씨는 "회계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투표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 학원 가기 전에 들렀다"고 말했다.
정씨는 "청년 정책이 너무 부족한데 뽑고 싶은 후보가 없더라도 투표율을 높여야 우리를 위한 정책도 많아질 것"이라며 "국회가 서로 양보하면서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종로 1·2·3·4가동 주민센터에서는 인근 가게 주인이나 작업복 차림의 직원들이 출근 전 투표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종로구에서 35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최범섭(64)씨는 "일을 해야 해서 아침 일찍 투표했다. 바빠도 투표는 해야 하고, 좋은 분을 뽑아야 미래가 있지 않겠나"라며 "새 국회가 열심히 의정에 참여해 올바른 일을 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직장인 류혜명(28)씨는 친구와 여행을 가기 전 한 표를 행사하러 강남구 논현1동 제3투표소를 들렀다.
류씨는 "정치에 큰 관심은 없지만 투표는 해야 하고, 또 평일처럼 눈이 떠졌다"며 웃은 뒤 "양당 중심의 정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표가 분산되도록 투표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서초구 서래초교에서 만난 직장인 이현주(29)씨는 "긴 대기 줄을 피해 일찍 왔다"며 "정당보다는 후보 개개인에게 집중했고 서초구 주민으로서 좀 더 살기 좋게 해줄 것 같은 후보에게 한표를 줬다"고 전했다.
같은 투표소를 찾은 이현승(49)씨는 투표를 마친 뒤 투표소 이름이 적힌 푯말을 배경으로 '셀프 인증' 사진을 찍었다.
이씨는 "20대 자녀 2명이 있는데 이번에 모두 투표했다. 나와 정치적 시각도 다르고 공약을 열심히 보고 분석하더라"라며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됐을 때 정치에 회의를 느끼지 않도록 정치인들이 약속을 잘 지켰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투표하러 온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허리 수술 후 지팡이를 짚고 서울교동초교 투표소를 찾은 장입분(85)씨는 "주점을 운영하는데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여전히 장사가 안되고 사는 것도 힘들다"며 "경기도 안 좋고 소상공인들은 죽어가는데 새 국회가 꾸려지고 경제도 나아지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발달장애인 아들(33)의 투표를 돕기 위해 논현1동 투표소를 찾은 권모(63)씨는 아들의 투표 모습을 바라보며 "공정하고 투명하고, 더 많은 사람이 서로 배려하고 배려받는 사회가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단정하게 옷을 갖춰 입고 우산을 지팡이 삼아 투표소를 찾은 90세의 한 어르신은 "나는 살 만큼 살았고, 자녀들이 나중에 '그래도 우리 선조들 덕분에 이렇게나마 산다'고 생각할 수 있게끔 투표했다"고 말했다.
투표소를 착각해 당황해하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목격됐다. 전국 어디에서나 할 수 있었던 사전투표와 달리 본투표는 주민등록지를 기준으로 지정된 장소에서만 투표할 수 있다.
교동초교를 찾았던 한 유권자는 "근처에 살아서 당연히 여기서 투표하는 줄 알았는데 주민센터로 가야 한다더라"라며 발길을 돌렸다.
논현1동 제3투표소에서는 일부 유권자가 "저쪽 투표소로 갔더니 이리로 오라고 했는데, 왜 또 다른 데로 가라고 하느냐"며 역정을 내기도 했다.
길고 투표 칸이 좁은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백발의 한 어르신은 함께 온 중년의 아들에게 "비례 용지에서 칸을 벗어나지 않도록 신경 써서 찍었다"고 했고, 60대 정도로 보이는 한 남성은 부인에게 "손 떠는 사람은 찍지도 못하겠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유권자는 "비례대표 용지에 1, 2번이 없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다가 결국 제대로 못 찍었다"고 일행에게 투덜대며 울상을 짓기도 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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