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균 8시간’ 한국인 수면시간 OECD 최하위…‘숙면’ 사업에 돈 몰린다
한국인 평균 수면시간 약 8시간… OECD 최하위
국내 수면 산업 시장 규모 10년간 6배 성장해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건강 관리 트렌드와 함께 ‘숙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면역력을 키우고 건강 관리에 힘쓰는 사람이 늘면서, 숙면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슬리포노믹스’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10일 KB금융그룹 KB경영연구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돈 도는 잠, 슬리포노믹스’ 보고서를 발표했다. 슬리포노믹스는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의 합성어로,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이 숙면에 도움이 되는 제품에 돈을 투자하는 현상을 뜻한다.
OECD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51분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8시간 27분에 비해 30분 이상 부족한 상황이다. 수면의 질도 높지 않다. 필립스가 2021년 13개국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면에 만족도를 보인 한국인은 41%로 전세계 평균(55%)과 비교해 현저히 낮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면역력을 키우고 건강 관리에 힘쓰는 사람이 늘면서, 수면에 대한 관심은 증대되고 있다. KPR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소가 수면에 관한 245만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3년 상반기 기준 수면 언급량은 158만2188건으로 전년 동기(137만4503건)와 비교해 15%가량 늘었다.
이에 따른 관련 산업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슬리포노믹스 시장 규모는 2011년 4800억원에서 2021년 3조원으로 10년간 6배 이상 성장했다. 글로벌 슬리포노믹스 시장은 2026년 4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기술이 발달하며,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수면 건강에 도움을 주는 기기 등 슬립테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운영된 슬립테크 전용관에는 반지, 헤어밴드, 마스크, 안대 등 수면 건강에 도움을 주는 웨어러블 기기가 30종 이상 출품됐다.
전통적인 수면 사업의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매트리스 가격이 최대 12억원을 호가하는 침구 브랜드 해스텐스의 고객은 고소득 종사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직장인 예비 신혼부부 등으로 고객층이 확대됐다. 박상현 해스텐스 한국영업총괄은 “자동차나 소파 대신 삶에서 가장 많이 쓰는 가구인 침대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호텔업계 최초로 침구류 사업에 진출한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침구 브랜드 ‘더 조선호텔’은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전년 대비 36%가량의 실적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요 빅테크 기업들 또한 슬리포노믹스를 차세대 먹거리로 선정하고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애플은 애플워치에 수면무호흡증 감지 기능을 추가해, 이상 발견 시 착용자에게 고지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은 지난해 6월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삼성헬스의 주요 미래 전략 중 하나가 수면 기능”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현대인의 고질병인 수면 장애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향후 시장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수면 장애 환자는 2018년 85만5000명에서 2022년 109만8000명으로 4년간 28.5% 늘었다.
방석훈 KB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슬리포노믹스 시장은 그동안 의료기기 기업,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제품 개발이 이루어졌으나 향후에는 이종 분야 기업진출과 협력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금융사들의 고객 수면 데이터 수집 및 활용을 통한 슬리포노믹스 시장 진출도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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