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가 돈이 부족하다고? 네옴시티 야망이 주춤한 이유[딥다이브]
홍해 바다에서 사막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반짝이는 거대한 벽. 사우디아라비아의 야심 찬 신도시 프로젝트 ‘네옴(NEOM)’의 주거지구 ‘더 라인(The Line)’ 조감도를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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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첫 단계 완성”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더 라인에선 ‘세계 최대 토공사(Earthwork)’가 현재 진행 중입니다. 또 매주 200만㎥가 넘는 흙이 옮겨지고 있고, 260대의 굴착기와 2000대의 트럭이 연중무휴로 24시간 작업 중이라고도 공개했죠.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솔직히 잘 감이 잡히진 않는 모호한 숫자이긴 한데요. 영상에서 이 프로젝트의 최고개발 책임자인 데니스 히키는 이렇게 말합니다. “더 라인의 첫 번째 단계는 2030년에 완료됩니다. 우리가 약속합니다.”
목표치 대폭 하향?
영상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입니다. “정말 대단하고 흥미롭다”는 찬사와 “이것이 바로 디스토피아”라는 한탄이 동시에 나오는데요(비중은 3대 7 정도). 어쨌거나 영상을 통해 말하려는 건 이거죠. ‘터무니없이 야심 차다고 평가받았던 더 라인, 진짜로 땅 파고 공사 진행 중이다.’
그런데 순조롭게 공사가 진척되는 줄 알았던 더 라인에 대해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더 라인의 1단계 목표치를 원래 계획보다 크게 낮춰 잡았다는 뉴스이죠. 지난 6일 블룸버그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는데요.
당초 더 라인은 2030년까지 150만명 주민이 거주하는 도시가 된다는 1단계 목표를 잡았죠. 하지만 이젠 2030년 기준으로 거주민이 30만명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치를 조정했다고 합니다. 전체 170㎞ 길이의 선형도시 중 겨우 2.4㎞만 그때까지 완료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죠.
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이를 확인합니다. 익명의 네옴 전 임원을 인용해 더 라인의 추정인구와 규모가 이전 계획보다 축소됐다고 전하는데요.
“수학 법칙에 어긋나는 프로젝트”
더 라인 프로젝트를 두고 회의론이 불거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규모가 커도 너무 큰 공사이기 때문이죠. 네옴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 있는 마넬 산로마 스페인 로비라 이 비르길리대학 교수가 최근 링크드인에 남긴 글이 인상적인데요. 그는 더 라인을 두고 “물리학, 경제학, 간단한 수학의 법칙에 어긋나는 프로젝트”라며 이렇게 지적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네옴 프로젝트 전체 공사비용은 5000억 ~1조 달러라고 보통 얘기하죠. 1단계에 들어가는 비용만 3190억 달러로 추정됐고요. 빈 살만 왕세자는 그중 절반을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이 댈 거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나머지는 투자를 받든, 어디서 빌려오든 방법을 찾아야 하죠. 그런데 생각보다 이 자금 조달이 만만찮습니다. 즉, 계획대로 진행하기엔 돈이 모자랄 수 있습니다.
너무 펑펑 써버렸나
아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계 최고 갑부 중 하나라는 빈 살만 왕세자가 하는 사업인데 돈이 부족해서 걱정이라니. 좀 이상하게 들리나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투자은행 자드와인베스트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임스 리브는 “(네옴을 포함한) 비전 2030 프로젝트 전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자본 부족”이라고 말합니다.
일단 네옴 프로젝트 비용의 절반을 책임져야 하는 사우디 공공투자기금의 현금이 말라가고 있습니다. 2022년 말 500억 달러였던 현금보유 규모가 지난해 9월 말 150억 달러로 줄어들었는데요. 데이터를 공개한 2020년 12월 이후 최저이죠,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동안 기금을 펑펑 써버렸죠. 각종 스포츠(축구·골프·e스포츠·테니스 등)와 함께 항공·전기차·관광·건강 등 참 다양한 사업에 돈을 쏟아부었는데요. 지난해 전 세계 국부펀드 중 가장 많은 지출규모(315억 달러)를 기록했을 정도이죠.
공공투자기금이 손댔던 사업이 대박이 난다면 걱정 없겠지만, 그렇지가 않죠. 사우디 국부펀드는 이미 54억 달러를 투입한 전기차 기업 루시드가 위기에 몰리자, 최근 10억 달러를 추가로 출자했습니다. 대박은커녕 돈 들어갈 일이 너무 많데요. 공공투자기금이 올해 들어 채권 매각으로 조달한 금액만 이미 70억 달러라고 합니다. 빚으로 메우고 있는 거죠.
또 흔히 사우디 하면 석유수출이 화수분처럼 오일머니를 무한정 퍼주는 줄로 아는데요. 생각과 달리 지난해 사우디 재정수지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재정적자규모가 GDP의 1.9%에 달할 걸로 전망된다고 하죠. 예상보다 국제유가가 낮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 투자 유치 나서지만
그럼 돈 나올 구멍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사우디 입장에서 최선은 해외 투자를 받는 겁니다. 사우디 정부는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죠. 2030년까지 외국인 직접투자를 연 1000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목표인데요. 하지만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 금액은? 2023년 목표치(22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한 190억 달러에 그쳤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투자자를 기다리고 있을 순 없죠. 사우디는 최근 투자유치를 위한 마케팅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2월엔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네옴 사무실을 열고 월스트리트 투자자 공략에 나섰고요. 이달 중순엔 네옴의 나드미 알 나스르 CEO가 직접 중국 본토와 홍콩을 찾아가 로드쇼를 열 예정입니다. 앞서 소개한 더 라인 홍보 영상 공개도 다 투자 유치를 위한 거죠.
물론 시니컬한 의견은 예전부터 워낙 많긴 했는데요(가디언 “더 라인은 결코 완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사우디가 단기간에 공사비를 대지 못할 지경이 될 거라고 보는 이는 현재로서 없는 듯합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쓸 카드가 아직 남았기 때문이죠.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지분을 시장에 더 내다 팔 수도 있고요(현재 정부가 지분 82%, 국부펀드가 16% 보유).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아직 매우 낮기 때문에(27%), 국채를 한참 더 찍어내도 되죠. 무엇보다 석유 가격이 어쩌면 오를지도?
빈 살만이 ‘탈 석유’를 위해 추진하는 네옴 프로젝트의 성패가 사실 석유 가격에 달려있다는 게 아이러니입니다. 네옴은 과연 두바이를 잇는 또 다른 사막의 기적이 될 수 있을까요. By.딥다이브
사우디는 벌려놓은 일이 많습니다. 2029년엔 네옴의 산악지역 트로제나에서 동계올림픽을 열기로 했고요(인공눈 스키장을 만들 예정). 2030년엔 리야드에서 엑스포를 개최합니다. 우리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이 초대형 프로젝트들을 어떻게 이끌어나갈지가 궁금하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
-사우디 신도시 네옴에서 ‘더 라인’ 공사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2030년에 첫 번째 단계 공사를 완료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계획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30년 거주자가 150만명이 아닌 30만명 미만으로 조정됐습니다. 전체 170㎞ 중 2.4㎞만 완공될 거라고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더 라인은 규모가 커도 너무 큽니다. 수학적으로 보면 말이 안 되는 프로젝트이죠.
-사우디는 현금이 많지 않습니다. 유가가 90달러 수준에 머물러서 재정적자 상태이죠.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뛰고 있지만 아직은 큰 진전이 없습니다. 어쩌면 네옴의 성패는 석유 가격에 달렸을지도.
*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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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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