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돌풍, 비명횡사, 윤한갈등...4·10 총선 '결정적 장면'들
4·10 총선을 앞두고 올 들어 여야 지지율은 롤러코스터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등판과 이른바 '조용한 공천'으로 선거전 초반 우세를 보였으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출국, 의정갈등 등의 악재에 기세를 야권에 내줬다.
야권은 이른바 더불어민주당의 '비명(비이재명) 횡사' 공천과 분열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조국혁신당의 등장에 힘입은 정권심판론 바람을 타고 판세를 반전시켰다.
지난 100여일 간 총선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장면들을 모아봤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취임과 '윤한갈등'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에 추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전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워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흔들리던 당 리더십을 재정비하고 총선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이후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1월18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대응과 관련해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불거진 이른바 '1차 윤한갈등(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비대위원장 갈등)'은 같은 달 23일 충남 서천군 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한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에 고개숙여 인사하며 일단락됐다.
◇의대 정원 확대와 의정 갈등
정부는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기존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의료계는 "총파업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전공의들은 같은 달 20일부터 병원 현장을 떠나기 시작했고 의료 공백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담화를 통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했으나 전공의들은 복귀하지 않고 있다.
◇11일 만에 깨진 '제3지대 빅텐트'
설 연휴 첫날이던 2월9일, 여야 이탈 세력들이 한데 모여 제3지대 통합에 합의했다. 여야에서 각각 당대표를 지냈던 인사들(이낙연·이준석)을 주축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비명계 3인방(김종민·이원욱·조응천)과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선택, 양항자 의원의 한국의희망까지 아우르는 '빅텐트'라 정치권의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선거운동 주도권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입당 문제를 둘러싼 '이낙연의 새로운미래'와 '이준석의 개혁신당' 간 갈등에 끝내 통합이 번복되면서 제3지대 바람은 미풍에 그치고 말았다.
◇조국혁신당 돌풍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조국혁신당은 이번 선거 최대 돌풍을 일으켰다. 2월13일 창당 선언 당시 부정적인 반응이 우세했으나 3월3일 창당 즈음 공천파동에 실망한 민주당 지지층을 끌어안으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4050세대 중심의 친문(친문재인) 및 호남 지지층을 대거 흡수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비례는 조국혁신당)라는 슬로건과 선명한 정권심판론 메시지가 통했다는 평가다. '공정' 관련 이슈에 민감한 2030세대 유권자의 차가운 시선은 극복할 과제로 남았다.
◇'비명횡사' 민주당 공천파동
2월22일, 경선 페널티를 적용받는 현역의원 하위평가자 통보가 시작되자 민주당이 발칵 뒤집혔다. 비명·친문 의원들이 대거 하위권에 포함돼 탈당하거나 경선에서 탈락했다. 여기에 임종석·홍영표 등 친문 인사들이 컷오프(공천배제)되면서 '비명횡사' 논란을 키웠다. 당대표 저격이 잇따르고 지도부 내에서도 반발이 나오는 등 잡음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민주당 지지율의 발목을 잡았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공천이 '혁신 공천'이라고 치켜세웠다.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갈등은 잦아들었지만, 상처는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종섭·황상무 논란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고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10일 주호주대사에 임명돼 출국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전 대사는 임명 당시 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출국금지가 돼 있었는데 법무부가 이를 해제했다. 또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지난달 14일 사석에서 MBC 기자를 향해 이른바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것도 논란이 됐다. 한 비대위원장은 황 전 수석 발언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사에 대해서도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이 전 대사와 황 전 수석 논란을 해명하는 공지문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두 사람은 결국 사퇴했다. 특히 이 전 대사 사건은 이번 선거에서 여권의 최대 악재로 평가된다.
◇대파 논란
윤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물가 현장 점검을 위해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찾아 대파 한 단에 875원이라는 설명을 듣고 "그런데 지금 여기 하나로마트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데는 이렇게 싸게 사기 어려울 것 아니냐"면서 "그래도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야권에서 현 정부의 물가 관련 인식을 방증한다며 비판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에선 이수정 경기 수원정 후보가 "한 단이 아니라 한 뿌리를 말한 것"이라고 옹호했다가 논란이 커졌다. 이른바 대파 논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소 내 대파 반입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지며 또 한 번 이슈가 됐다.
◇野 막판변수 '편법대출·막말'
선거 막판 민주당에서는 김준혁 경기 수원정 후보의 '이화여대 미군 성상납' 등 잇따른 막말,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의 편법 대출 논란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김 후보에게 사과를 권고한 것 외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정권심판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개인 후보 논란이 판세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내부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두 후보 문제가 수도권 전반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고, 선거 마지막날까지 공세를 계속했다.
◇부울경 돈 문재인
문재인 전 대통령이 3월24일 이재영 민주당(경남 양산갑) 후보 선거캠프 방문을 시작으로 총선 지원시격에 나섰다. 그는 파란색 점퍼를 입고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돌며 윤석열 대통령에 각을 세웠다. 정치권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국민 통합의 상징이 돼야 할 전직 대통령으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보라는 비판과 퇴임한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과 달리 정치적 중립 의무가 없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 맞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영하 국민의힘 후보(대구 달서갑) 후보의 지원유세를 할 것으로 한때 알려졌으나 결국 하지 않았다.
◇역대 최대 사전투표율
22대 총선 사전투표는 31.28%의 전국 평균 투표율로 마감됐다. 사전투표가 적용된 역대 총선 가운데 최고치다. 전체 유권자 4428만명 중 1384만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직전 최고 기록인 21대 총선 사전투표 투표율(26.69%)과 비교했을 때 4.59%포인트(p) 더 높은 수치다. 역대 전국단위 선거 가운데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2022년 20대 대선 사전투표율(36.93%)보다는 5.65%p 낮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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