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효자’라더니 이제는 ‘인플레 공범’이래… 억울한 ‘김’의 항변

윤희훈 기자 2024. 4. 1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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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김 작황 악화에 韓産 김 수요 급증
김 가격 1년 만에 25%, 한 달 만에 12% 상승
김 수출 증가… 韓GDP 성장에 기여
지난 3월 3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일본인 관광객이 김을 구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다의 반도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수출효자 대우를 받던 김이 갑자기 ‘인플레 공범’ 처지가 됐다. 수출 물량 증가로 내수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국내 김 가격이 오른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김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수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일까. 정부는 양식장 확대와 신품종 개발 등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 김 값 왜 오르나… 불어난 수요에 물량 확보전 ‘치열’

10일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마른김 1속(100장)의 소매 가격은 1만2580원으로, 1년 전 가격(1만20원) 대비 25.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달 전 가격(1만1170원)과 비교해도 12.6% 올랐다.

양식 등 작황이 부진해 김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생산된 김의 양은 1억85만속으로 전년 같은 기간 생산량(8842만속) 대비 14.3% 늘어난 상태다.

국내 생산량이 늘었는데, 가격은 왜 올랐을까. 해수부 관계자는 “원초 확보 경쟁이 과열됐다”고 말했다. 원초는 바다에서 생산해 가공하기 전 상태인 김을 말한다. 국내 김 생산은 증가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중국과 일본의 김 작황이 부진하면서 국내산 원초로 수요가 몰렸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해수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김 원초 수출 물량은 6074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 증가했다.

수출이 늘면서 김 재고량은 감소하고 있다. 보관성이 좋은 마른김은 당해 생산분 중 일부를 다음해로 이월한다. 2020년까지 김 재고물량은 매년 4000만속 이상 이월됐다. 하지만 2020년부터 수출물량이 연평균 700만속 증가하면서 재고물량이 급감했다. 지난해 수출 및 국내 소비 이후 남은 마른김 재고물량은 2000만속으로 3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수출 물량이 확대되면서 수출액 규모는 커졌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한국의 김 수출액은 1억4136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8.1% 늘었다. 특히 수요 증가에 따른 단가 상승 효과로 수출액 증가율이 물량 증가율의 2배 수준을 보였다.

전남 신안군 압해읍 앞바다의 지주식 김양식장사이로 김 채취선이 김채취를 하고 있다. /뉴스1

◇ 김 가격 상승은, GDP 올리는 ‘착한 인플레’

국내 김 공급가격이 오르면서 반찬용 조미김을 비롯해 김이 들어가는 가공식품과 김밥 등 외식 서비스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한국소비자원의 가격 정보 서비스 ‘참가격’에 따르면 동원F&B의 양반김(16팩)의 이번 주 평균 판매가격은 6741원으로 2주 전 가격(6477원) 대비 4.1% 올랐다. 서울 시내 김밥집의 평균 김밥 판매 가격도 3323원(2월 기준)으로, 1년 전 가격(3100원) 대비 7.2% 올랐다.

현재 해수부가 김 가공업체에 물가 안정을 위해 조미김 등 김 가공식품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업계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가격 인상이 본격화하진 않았지만 순차적으로 원초 가격 인상이 가공식품 가격에도 반영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김 가격 상승이 수출 확대에서 기인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 증가로 국내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르는 것은 시장에서 자연스런 일”이라면서 “이러한 가격 상승은 우려하거나 비판할 일이 아니다. 생산자 측면에서 수입이 증가하고, 국내총생산(GDP)도 늘어난다. 한국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석 교수는 “‘공급의 법칙’에 따르면 특정 재화의 가격이 상승하면 그 재화의 공급이 증가하게 된다”며 “값이 오른 김의 생산량이 늘어 공급량이 증가하면 가격은 균형을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해수부는 김 증산을 위해 오는 7월부터 축구장 2800개 넓이에 해당하는 신규 양식장 2000㏊(헥타르·1㏊는 1만㎡)를 개발할 계획이다. 고수온에 견딜 수 있고 질병에 강한 우수 종자와 김 육상 양식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수출국가 확대, 스낵김과 김부각 등 김 관련 제품 다양화 등의 노력으로 김 수출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김 품종 개량을 통해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내 원초 수요 증가에도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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