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학 무대를 뜨겁게 달궜던 224cm 괴물 센터의 '낭만 농구'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2024. 4. 10. 09: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NCAA 마치 매드니스 SNS 캡처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남자농구 1부 리그의 퍼듀 대학에는 잭 이디라는 특급 센터가 있다. 신장 224cm, 몸무게 130kg가 넘는 탄탄한 체형을 자랑하는 이디는 이미 1년 전부터 NCAA 최고의 빅맨이었다. 그는 2023년 올해의 대학 선수, 피트 뉴웰 빅맨 어워드, 카림 압둘자바 어워드, 빅텐 컨퍼런스 올해의 선수 등 주요 수상 부문을 독식했다.

개인 성적은 화려했지만 퍼듀대의 시즌은 고통과 함께 마무리됐다. 퍼듀대는 2023년 NCAA 64강 토너먼트에 1번 시드 팀으로 참가, 강력한 우승 후보로 주목받았지만 1라운드에서 16번 시드를 받은 약체 페어 디킨슨 대학에 무기력하게 패하고 말았다.

역대급 이변이었다. 1번 시드와 16번 시드의 전력 차는 하늘과 땅 차이다. 퍼듀대는 NCAA 토너먼트 역사상 16번 시드 팀에 발목이 잡힌 역대 두 번째 팀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충격적인 패배로 대학 3학년 시즌이 끝난 후 잭 이디의 미국프로농구(NBA) 무대 도전 여부가 관심을 끌었다. 이디는 골밑 장악력이 탁월한 대신 다시 느리고 외곽슛이 약한, 전통적인 개념의 센터였다. 대학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했음에도 트렌드가 변한 NBA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았다. 실제로 그의 모의 신인드래프트 평가는 그리 좋지 않았다.

비록 높은 순위가 아니더라도 그가 NBA 드래프트에서 프로 팀의 선택을 받을 것은 거의 확실했다. 그러나 잭 이디는 대학에 남겠다고 선언했다.

캐나다 국적의 잭 이디는 어린 시절 야구와 아이스 하키를 주로 하다가 고교 2학년 때부터 농구를 시작했다. 다소 늦은 편이었다. 그러나 이디는 농구를 유독 좋아했다. 또 퍼듀대의 캠퍼스 생활을 즐겼다. "키만 크다"는 주변 시선을 뿌리치고 자신의 능력을 믿어준 대학 감독과 동료들에 늘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 어떤 스포츠 종목의 라커룸보다 퍼듀대 라커룸의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

잭 이디가 굳이 4학년 시즌을 선택한 이유는 또 있었다. NCAA 토너먼트의 아픔을 씻고 자신과 학교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퍼듀대는 올해 NCAA 64강 토너먼트에서도 1번 시드를 받았다. 올해의 선수상을 독식했던 3학년 시즌보다도 한 단계 더 성장한 잭 이디의 활약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1라운드 그램블링 대학과 경기에서 30득점 2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28점 차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우리 대학이 여기에 왔고 우리는 준비돼 있으며 우리는 좋은 팀이라는 메시지를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는 당찬 소감을 남겼다.

퍼듀대는 유타 주립대와 2라운드 경기에서 39점 차 대승을 거두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잭 이디는 크게 웃지 않았다.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고작 16강에 가려고 대학 무대에 남은 게 아니다. 더 멀리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퍼듀대는 승승장구했다. 16강에서 여준석이 1학년으로 있는 곤자가 대학을 12점 차로 완파했다. 이어 2번 시드 테네시 대학을 72-66으로 꺾고 대망의 파이널 포(4강) 진출에 성공했다. 잭 이디는 팀 득점의 절반이 넘는 40득점에 16리바운드를 보태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퍼듀대는 4강에서 11번 시드 NC 주립대의 돌풍을 63-50으로 잠재우고 결승행 티켓을 땄다. 퍼듀대에 사상 첫 NCAA 우승 타이틀을 선물하겠다는 목표 아래 잔류를 선택한 잭 이디가 꿈의 기회를 잡았다.

지난 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에서 코네티컷 대학과 퍼듀대의 결승전이 열렸다.

한 외신은 이 경기가 끝난 뒤 '잭 이디는 결승전 코트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였지만, 가장 위대한 팀은 퍼듀가 아닌 코네티컷이었다'고 적었다. 잭 이디는 37득점 10리바운드로 활약했다.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디펜딩 챔피언 코네티컷대는 강력한 외곽 수비를 바탕으로 나머지 선수들을 꽁꽁 묶었다. 그 결과 75-60으로 승리, 대학 무대에서 보기 드문 2년 연속 토너먼트 우승을 차지했다.

잭 이디는 경기 후 "내가 더 잘했어야 했다"며 아쉬워 했다. 그러나 동료들은 "이디는 한 세대의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 "퍼듀 대학 역사상 최고의 선수" 등 화려한 수식어로 그를 감쌌다. 맷 페인터 퍼듀 감독은 만약 대학 농구 역대 최고의 선수가 누구인지 따지는 논쟁이 펼쳐진다면 이디가 그 안에 충분히 포함될만한 경력을 쌓았다고 평가했다. 팀은 졌지만 이디의 도전은 많은 박수를 받았다.

올 시즌 38경기에 출전해 평균 24.9득점, 12.2리바운드, 2.2블록슛을 기록한 잭 이디는 이번 시즌에도 올해의 선수를 비롯한 수많은 수상 부문을 독식했다.

그의 다음 도전 과제는 NBA 관문을 뚫는 것이다. 잭 이디는 올해 NBA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다. 대학 농구를 지배했음에도, 최근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는 농구 스타일로 인해 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높지 않다. 1라운드 막판 혹은 2라운드 초반 지명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