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7일 만의 복귀→3G 연속 무실점…"이제 시작 아닌가" 드디어 돌아온 박진형, 롯데 필승조 카드 늘었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이제 시작이 아닌가"
롯데 자이언츠 박진형은 지난 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맞대결에 앞서 고대하던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 2021년 9월 11일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937일 만에 1군 마운드에 선 박진형은 복귀전에서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 7일 두산전과 9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출석하며 세 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박진형은 지난 2013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박진형은 입단 초기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2016년부터 조금씩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박진형은 2016년 39경기에서 6승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5.81을 기록, 이듬해 45경기에서 4승 4패 10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5.11, 2018년에도 3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6.23로 꾸준히 1군 마운드에 올랐다.
평균자책점만 놓고 본다면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었지만, 박진형은 당시 롯데 마운드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특히 박진형은 2019시즌 41경기에서 2승 1패 5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4.02로 커리어 내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2020시즌에는 1승 4패 17홀드 평균자책점 5.70으로 가장 많은 홀드를 쌓아나갔고, 2021시즌이 끝난 뒤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유는 부진과 군 복무 때문이었다.
2군에서 머무르다가 군에 입대했던 만큼 공백기가 그 누구보다 길게 느껴졌던 박진형은 지난해 드디어 군 복무를 마쳤다. 박진형은 군 복무가 끝나갈 시점부터 매일 사직구장에 나와 공을 던진 뒤 사회복무요원 근무지인 사직역으로 출근하는 등 구슬땀을 흘렸고, 올해 미국 괌 스프링캠프 1군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2년 동안의 공백기를 가졌지만, 당시 김태형 감독은 "박진형도 너무 좋더라"고 칭찬을 할 정도로 마운드를 떠나 있던 기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박진형은 올해 1군 개막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다. 좀처럼 구속이 나오지 않았던 까닭. 박진형은 2군에서 조금 더 몸을 만드는데 집중했고, '필승조' 구승민이 갑작스럽게 불안한 모습을 내비치자 곧바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김태형 감독은 박진형의 쓰임새를 명확하게 언급하진 않았지만, 필승조로 기용할 방침을 드러냈다. 사령탑은 지난 5일 "지금 (최)준용이, (전)미르, (김)상수에 오늘 올라온 박진형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 투수를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박진형은 복귀전에서 두산을 상대로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르더니, 7일 두산을 상대로는 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 9일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는 2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롯데 불펜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 KBO리그 역대 최초 '5년 연속 20홀드'와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앞두고 있는 구승민이 부진한 가운데,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박진형이 탄탄한 투구를 거듭하고 있는 것은 분명 롯데 입장에서는 큰 힘이다.
정말 오랜만에 1군 마운드로 돌아온 소감은 어떨까. 지난 6일 취재진과 만난 박진형은 "생각보다 떨리지는 않았다. 시범경기 때 던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 던지던 대로 던졌던 것 같다. 시범경기 때도 팬들분이 많아서, 당시에는 긴장을 했었는데, (정규시즌에) 팬들분들이 많다고 해서 긴장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면서도 "옛날에 팬분들이 더 많을 때도 던져봤는데, 지금이 조금 더 긴장이 되는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박진형은 복귀 첫 등판도 돌아봤다. 그는 "너무 욕심히 과했다. 힘도 많이 들어가고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마음도 크고, 간절하다 보니 마지막에 실투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부분이 아쉬운 것 같다"며 '팬분들이 박진형의 이름을 외쳐주더라'는 말에 "정말 감사하다. 이 상황을 정말 느끼고 싶었는데, 다시 한번 느끼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던 순간 아쉬움은 없었을까. 박진형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쭉 던져오다 보니, 체력적으로 조금 떨어질 타이밍이었다. 2군에서 재정비를 해서 오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서 내려갔다 왔다"며 "아직 생각보다 날이 쌀쌀하다. 2군에서는 날이 따뜻해서 145~6km 정도가 나왔는데, 1군에서는 143km 밖에 나오지 않더라. 구속은 조금씩 더 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진형의 구속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가 한가지 있다고. 바로 후배들의 '도발'이다. 그는 "나는 약간 끌어오르는 것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항상 중요한 상황에 많이 나가다 보니 아드레날린도 많이 분비되고 했는데, 이걸 찾아야 할 것 같다. 옆에서 후배들이 '진형아, 진형아'하면 끓어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번 2군에서도 (김)도규가 '진형아'라고 하더라. 그래서 스피드가 더 잘 나오지 않았나"라고 너스레를 떨며 "일단은 구속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고 무조건 막는다는 생각으로 던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진형이 1군으로 돌아오던 시점부터 지금까지 롯데는 줄곧 하위권을 멤돌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위치에서 제 몫을 다하면 언젠간 팀 성적은 좋아질 것이라는게 박진형의 생각. 그는 "내가 올라왔을 때 이겼으면 '쟤 기운이 좋다'는 게 있었을 텐데, 일단 이제 시작이 아닌가. 1승씩 계속 하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팀 성적이 올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 합심해서 잘 해보도록 하겠다. 팀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모두가 책임감을 함께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롯데 불펜 상황은 썩 좋지 않다.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구승민이 최악의 스타트를 끊은 까닭. 언젠간 궤도로 올라올 선수지만, 현 시점에서 구승민의 부진은 뼈아프다. 그렇기 때문에 필승조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박진형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박진형이 1군 복귀 시즌에서 어떠한 결과를 남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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