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의 ‘미친 센스’
1년 예산 61만 원으로 시작해 지자체 유튜브 1위! 충주맨의 B급 감성 콘텐츠 전략법.
인터넷 밈은 은어와 유행어 사이에 있는 언어다. 은어에서 탄생해 모두가 따라 하는 유행어가 되는 순간 죽은 밈이 된다는 뜻이다. 또 유행어가 되면 단어 자체가 원래 맥락과는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이 같은 정설을 깬 인물이 있어 화제다. 충주시 유튜브 채널 관리자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이다. 동그란 안경을 쓴 그는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이지만 웬만한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김 주무관은 처음 '관짝춤(관을 들고 추는 춤)’ 밈 영상으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단순한 관짝춤이 아닌, 다른 공무원들과 함께한 편집형 유튜브로 9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대박을 쳤다. 이어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밈들을 빠르고 재치 있는 영상으로 제작해 SNS에서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충주맨 효과로 충주시는 지자체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1위를 기록했으며, 구독자는 무려 63만 명까지 치솟았다. 콘텐츠 제작자인 충주맨은 다양한 유튜브 채널 출연 및 마케팅 서적까지 출판했다.
충주맨 영상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방목에 가까운 자유로운 제작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그가 코미디언 김대희의 유튜브 채널 '꼰대희’에 출연해 "대기업에서 스카우트가 온 적 있냐?"는 질문에 "당연하다. 하지만 거절했다"고 답하며, 그 이유로 "동영상 제작의 자유성 상실"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충주맨 영상은 본인이 기획과 출연까지 도맡는 1인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아마추어가 만드는 영상으로 어설프고 황당한 B급 감성이 가득하다. 충주시는 완벽하게 잘 갖춰진 퀄리티가 아닌 마이너 감성의 충주맨 영상으로 컬트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요즘은 '어설픔’이 트렌드다. 인터넷 밈이 디시인사이드에서 생겨날 때 그들은 인터넷 밈의 완성도를 '잉여력’으로 평가했다. 잉여력은 잉여라는 말에서 탄생했다. 잉여는 흔히 쓰다 남은 것을 뜻한다. 나아가 잉여에 인간을 더해 '잉여인간’이라는 단어도 생겼다. 잉여인간은 문학 용어로 시대착오적이거나 시대가 남긴 상흔으로 인해 인간 노릇을 못 하는 캐릭터를 의미한다.
인터넷 밈을 만드는 청년은 취업난 등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스스로를 잉여라 불렀다. 그들은 남아도는 시간에 아무도 봐주지 않을 인터넷 밈 제작에 힘을 낭비했다.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쓸데없이 낭비하느냐, 거기에 얼마나 노력을 쏟아부었느냐가 곧장 잉여력이 된 것이다.
아이러니하다. 보통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 노력을 폄훼하는데, 인터넷 밈의 세계에서는 그 노력을 잉여력으로 인정한다. 매끈하지 않을수록 더욱 아름답다고 평가된다. 인터넷 밈이 우리에게 심어준 것은 아마추어가 제작한 어설픈 것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충주맨은 그 힘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모두가 충주맨만큼 인터넷 밈의 아름다움을 체감하고 콘텐츠를 만든다면 밈을 아무 데나 가져다 붙이는 낯부끄러운 콘텐츠를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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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충주시 유튜브
김경수(@인문학적개소리) 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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