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 안 치른 채 오피스텔 점유권 이전한 집주인…대법 "사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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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에게 잔금을 치르지 않고 오피스텔 점유권을 넘겨받은 행위는 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기죄에서 재산상의 이익을 처분했다고 볼 수 없어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고, 점유권을 편취했다는 사기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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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이 재산상 손해 입었다 보기 어려워"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임차인에게 잔금을 치르지 않고 오피스텔 점유권을 넘겨받은 행위는 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임차인이 점유권을 넘겼다고 해서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A 씨는 2018년 3월 B 씨와 서울 영등포구 소재 오피스텔을 같은 해 4월부터 2년간 보증금은 1억 2000만 원에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계약을 2년 더 연장했다가 2020년 8월 해지하기로 했고, B 씨는 2020년 9월 짐을 빼고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었다.
A 씨는 B 씨에게 "1일 이체 한도가 5000만 원이어서 보증금을 한 번에 송금하기 어려우니 7000만 원은 나중에 송금하겠다. 새로운 임차인이 이사를 하기로 했으니 공인중개사에게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A 씨는 별다른 수입이 없어 지인들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 채무를 변제하고 있었고, B 씨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B 씨는 보증금 중 5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A 씨는 오피스텔 잔금을 치를 것처럼 임차인 B 씨를 속이고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내 오피스텔 점유권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과 2심은 모두 사기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기죄에서 재산상의 이익을 처분했다고 볼 수 없어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고, 점유권을 편취했다는 사기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에게 기망당한 피해자가 재물을 내어 주거나 재산상의 손해를 입어야 하는데, 오피스텔 점유권을 넘겨주었다고 해서 B 씨가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사기죄는 타인이 점유하는 타인의 재물과 재산상의 이익을 객체로 하는 범죄"라며 "재물을 점유하면서 향유하는 사용·수익권은 재물과 전혀 별개의 재산상의 이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재물에 대한 사용·수익권은 형법상 사기죄에서 보호하는 재산상의 이익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오피스텔 반환을 거절해 계속 점유할 권리가 있음에도 피고인의 기망행위에 속아 피고인에게 점유를 이전했기 때문에 이는 사기죄의 재산상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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