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샤이 의대생'이라도" 기대하는 정부…'미복귀 단일대오' 깨질까
수업 재개해도 의대생 복귀 않으면 무용
교육부 "수업 복귀 희망하는 학생 있어"
"수업 참여하는 학생들 목소리 나올 것"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다음 달부터 한곳을 제외한 전국 모든 의과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하는 가운데, 의대생들이 단일대오를 깨고 학교로 돌아올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의대생들이 실제로 수업 복귀를 선택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수업을 재개한 의대는 총 16곳이다. 가천대와 경북대·경희대·고려대·동국대 WISE캠퍼스·서울대·연세대·영남대·이화여대·인제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한림대·한양대 등이 수업을 시작했다.
다음 주인 오는 15일부터는 16곳에서 추가로 수업을 재개하고 나머지 대학들도 1곳을 제외하고는 다음 달 1일까지 학사일정을 정상화한다. 순천향대는 아직까지 수업 재개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생들이 단체 행동에 따라 휴강을 반복해오던 대학들이 수업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법정 최소 수업일수를 맞추기 위해서다.
고등교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학의 법정 최소일수는 '매 학년도 30주 이상'이다. 1년에 2학기로 운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학기에 최소 15주 이상은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게다가 의대는 학습량이 방대해 법정 수업일수보다 많은 40주 이상을 통상 수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업일수와 별도로 의과대학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인증을 받기 위해 주당 36시간 이상, 총 52주의 임상실습도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대학들의 수업 재개가 모든 상황의 정상화를 의미하진 않는다.
수업은 시작됐는데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출석일수를 채우지 못해 낙제점(F학점)을 받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의대생들은 한 과목이라도 낙제하면 1년 간 유급 처분된다.
대다수 의과대학들이 유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한 해에 유급된 의대생들과 후배들이 함께 수업을 듣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다.
문제는 유급 의대생 규모가 많아지면 이들 모두를 수용할 강의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내년 의대 수업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점이다. 내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이 2000명 늘어나는 점까지 고려하면 향후 6년간 의대 수업은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 된다.
이는 의대생들과 대학은 물론 교육부가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결국 최대 관건은 의대생들이 학사일정 재개에 맞춰 수업에 복귀할지 여부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이 머지 않은 시간 안에 수업에 복귀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당초 대학들이 수업 재개를 결정한 것도 복귀를 희망하는 의대생들이 일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교수님들이 의대생들과 소통을 하면서 다양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들은 내용을 반영해서 수업 재개가 이뤄지고 있다"며 "그 목소리 중에는 수업을 원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온라인 강의를 병행한 점도 의대생들의 수업 참여를 늘릴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교육부는 보고 있다.
현재 수업에 나선 의대 상당수는 집단행동을 원하지 않는 의대생들이 눈치 보지 않고 수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대면 수업뿐만 아니라 온라인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녹화된 동영상을 내려받기만 해도 출석으로 인정하는 대학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식으로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가 한 두명 씩 늘어나면, 의대생들의 단일대오가 깨지면서 수업 정상화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게 교육부의 희망이다.
오 차관은 "수업 재개가 이루어지는 상황으로 큰 흐름의 변화가 일어나고 그 상황에서 다시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자 했던 그런 학생들의 목소리들도 나오게 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의대생들이 실제로 수업 복귀를 선택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수업 거부 중인 한 의대 재학생은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한다는 사실 자체가 현재 행동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며 "애초에 유급을 각오하고 학교를 나왔고 지금으로썬 돌아갈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의대 관계자도 "학생들의 단체 결의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나서서 수업을 듣겠다는 학생이 누가 있겠나"며 "아직까지 수업에 돌아가고 싶다고 의사 표시를 한 학생은 없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겠다는 입장이다.
오 차관은 "현재 저희가 고려해야 될 최선의 과제는 집단 유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수업이 재개돼야 한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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