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은 삶이란 곡면체를 평면에 그린 설계도"…김광림 희곡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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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날 보러 와요' 등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현실을 조명한 극작가 김광림(72)의 작품을 모은 희곡집이 출간됐다.
신간 '김광림 희곡집'(민음사)은 '달라진 저승', '날 보러 와요', '우투리', '슬픈 인연' 등 김광림이 1987년부터 2020년까지 집필한 희곡 18편을 두 권에 나눠 담았다.
1권은 '달라진 저승', '날 보러 와요' 등 1987년부터 2000년까지 집필한 작품을, 2권은 '우투리', '슬픈 인연' 등 2000년부터 2020년까지의 희곡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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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연우무대 창단 멤버로 20편 발표·30편 연출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연극 '날 보러 와요' 등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현실을 조명한 극작가 김광림(72)의 작품을 모은 희곡집이 출간됐다.
신간 '김광림 희곡집'(민음사)은 '달라진 저승', '날 보러 와요', '우투리', '슬픈 인연' 등 김광림이 1987년부터 2020년까지 집필한 희곡 18편을 두 권에 나눠 담았다.
1권은 '달라진 저승', '날 보러 와요' 등 1987년부터 2000년까지 집필한 작품을, 2권은 '우투리', '슬픈 인연' 등 2000년부터 2020년까지의 희곡을 실었다.
김광림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극단 연우무대를 창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극과 대학원에서 수학한 그는 1986년 귀국해 최근까지 20여편의 희곡을 발표하고 30여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책은 전쟁, 민주화운동 등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한 사건을 독특한 형식과 결합해 풀어낸 김광림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본다. 뛰어난 이야기꾼이자 형식적 실험을 멈추지 않았던 실험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저자의 대표작 '날 보러 와요'는 장기 미제 사건이었던 이춘재의 연쇄살인을 추리극의 형태로 다뤘다.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와 언론, 용의자가 뒤섞여 진실을 좇는 이야기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각색돼 큰 호응을 얻었다.
'날 보러 와요'는 2016년 국내에서 20주년 기념 공연을 연 뒤 2018년과 2019년 일본에서도 공연을 올렸다. 2019년 오사카 공연 도중 이춘재가 검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일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철저하게 리얼리티를 추구한 작품의 대사는 머릿속으로 연극 공연이 열리는 무대를 상상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용의자와 형사가 취조 과정에서 주고받는 대화는 빠른 흐름으로 전개돼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폭력과 억압으로 무고한 피해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국가 권력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대목도 찾을 수 있다.
'슬픈 인연'에서 주인공이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아버지 탓에 고문당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주인공이 사회학과 강의를 수강한 점을 문제 삼아 그를 사회주의자로 몰고 가는 취조관의 억지 심문은 개인이 경험했을 무력감과 분노를 짐작하게 한다.
저자는 이문열의 희곡 '여우 사냥'을 각색한 뮤지컬 '명성황후', 제주어와 전통 놀이를 소재로 광해의 제주도 유배기를 다룬 '멍' 등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2000년 이후 작품에서는 아기 장수 우투리 설화를 각색한 '우투리', 소설 '임꺽정' 일부를 차용한 '리 회장 시해 사건' 등 한국적 소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에 집중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작품이 지닌 의미와 작품에 얽힌 에피소드를 덧붙여 풍부한 이해를 돕는다. 초창기 연우무대 활동에서부터 한국적인 소재에 집중한 최근 작품의 특징을 분석한 해설도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서문에서 저자는 '날 보러 와요'의 제목에 관해 "범인이 객석에서 '날 보러 와요'라고 중얼거린다는 설정으로 제목을 그렇게 정했다"며 "그 무렵 연우무대 공연에 하도 관객이 없어서 부디 이 연극 좀 보러 오라는 염원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40여년간 한국 연극계를 이끌어 온 저자는 희곡을 "시간, 공간, 인간의 세 축을 사용하여 삶이라는 불규칙 곡면체를 종이라는 평면 위에 그려 내는 대단히 복잡한 설계도"라고 부른다.
그는 "이 설계도를 극장이라는 작은 우주 공간에 펼쳐 놓고 연극이라는 집을 지으며 한판 잘 놓았다. 많은 아름다운 광대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과 함께하는 수많은 시간이 더없이 행복했다"고 말한다.
1권 468쪽·2권 504쪽. 민음사.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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