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수익률 앞지른 원자재…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
경기 회복 국면·유동성·공급차질 등 이유
원자재 상승에 인플레 우려…금리 인하 '찬물'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최근 국제유가뿐만 아니라 금과 은 등 귀금속부터 구리, 니켈 등 비철금속까지 랠리를 펼치고 있다. 이에 따른 파생상품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어 글로벌 금리 인하 가능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자재 에브리씽 ‘랠리’…美 증시 수익률 앞질러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8일부터 이날까지 최근 한 달간 원유와 구리 등 원자재의 상장지수증권(ETN)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나 S&P 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은 23.76% 올랐고, 한투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는 23.46% 상승했다. 한투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과 메리츠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도 각각 23.47, 22.72% 오름세를 나타냈다.
수익률 상위권에는 은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ETN도 이름을 올렸다. 한투 레버리지 은 선물 ETN은 35.71% 오르며 이 기간 가장 높은 등락률을 보였고, 메리츠 레버리지 은 선물 ETF(H)가 32.91%로 뒤를 이었다.
원자재의 상승세는 인공지능(AI) 붐으로 고공 행진을 달렸던 미국 주식의 상승률보다 높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자산군 기준 원자재는 1분기 동안 12.3%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미국 주식(10.2%)을 앞질렀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이 경기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원자재 상승 원인으로 짚고 있다. 앞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미국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3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10월부터 17개월 연속 50선을 밑돌다 이번에 50선을 넘어서며 확장 국면에 진입한 것은 물론, 월가 집계 시장 전망치(48.5)를 웃도는 수치다. 제조업 경기가 생산량과 신규 주문 증가로 살아났기 때문이다.
원자재 공급 차질 우려도 가격 상승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 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감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 지역에서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격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48달러(0.55%) 하락한 배럴당 86.43달러에 거래를 마쳤지만 이달 들어선 3.92% 올랐다. 특히 올해에만 20.63% 급등했다.
구리 등 원자재 가격도 주요 생산국의 감산 영향으로 공급에 차질을 빚으며 가격이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세계 최대 구리생산 업체인 칠레 국영 코델코는 지난해 20년 만에 최저 구리 생산량을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홍성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리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니켈과 리튬도 2월부터 공급 조정에 따라 가격이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향후 제조업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세가 이어질 경우 상승세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물가(인플레이션)를 자극할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된다는 점이 증시에는 부담이다. 8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은 51.3%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전인 70%대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셈이다.
이미 미국 국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4.6bp(1bp=0.01%포인트) 상승한 4.424%를 기록했고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는 6bp 오른 4.79% 선에서 움직였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금리를 인하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 펼쳐지며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은 결국 생산자 물가를 통해 소비자 물가로 전가된다”며 “기업들과 가계가 체력(펀더멘털)이 되면 문제가 되질 않지만, 중견·중소 기업, 중산층은 버티기 쉽지 않은 만큼 경제 전반에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용성 (utilit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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