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싱가포르에서 가장 핫한 호텔, 에디션 싱가포르

강화송 기자 2024. 4. 1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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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ion Singapore

호텔 같지 않은 호텔, 에디션 싱가포르에 대하여.

●이안 슈레거의 에디션

부티크 호텔만을 짚어 여행한다면 결국 만나게 되는 사람이 있다. 부티크 호텔의 창시자, '이안 슈레거(Ian Schrager)'. 먼저 부티크 호텔에 대한 경쾌한 정의가 필요하겠다. 글로벌 호텔 체인은 표준화된 서비스와 현대적인 시설을 '대규모'로 제공하는 것에 목적을 둔다. 이 목적의 대척점에 부티크 호텔이 있다. 작은 규모, 독특한 디자인, 개성 넘치는 콘셉트와 캐주얼한 서비스. 부티크 호텔의 핵심은 공간과 서비스의 획일성을 탈피하는 것이다.

에디션 싱가포르의 스파이럴 계단

그럼 세계 최초의 부티크 호텔은 어디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많은 이견이 있지만, 아무래도 뉴욕의 '모건스(Morgans) 호텔'이 가장 정답에 가깝다. '부티크 호텔'이란 개념을 처음 도입해 부른 곳이기 때문이다. 모건스 호텔의 콘셉트를 설계한 사람이 '이안 슈레거'다. 그가 작지만 특별한 공간을 세상에 처음 선보이며 도입했던 몇 가지 핵심요소들이 있다. 객실마다 각기 다른 디자인, 모든 객실에 배치된 스테레오 사운드 시스템, 24시간 룸서비스, 로비 라운지 비디오 렌탈 서비스 등. 당시 그야말로 호텔에선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이고도 캐주얼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였다. 2024년, 그는 여전히 새로움을 추구한다. 오늘날 로비 소셜라이징(Lobby Socializing), 어반 리조트(Urban Resort) 등 호텔 산업의 코어 트렌드를 계속해서 새롭게 적립하고 있는데, 여전한 그의 감각을 지금 '에디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에디션 싱가포르의 로비. 정오부터 해가 들기 시작한다

에디션은 이안 슈레거와 메리어트 그룹이 협업해 새롭게 선보인 럭셔리 부티크 호텔 브랜드다. 2010년 하와이 호놀룰루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 19개의 프로퍼티가 있는데, 그중 에디션 싱가포르는 17번째 에디션이다. 고전적인 럭셔리의 시선으로 에디션의 특별함을 관찰하면 밋밋하다. 에디션이 추구하는 럭셔리는 절제에서 오는 세련됨과 우아함이기 때문이다. 콰이어트 럭셔리. 마감 재료 사용의 명료함, 모더니즘에 입각한 공간감, 촌스러운 요소를 배제한 것이 에디션의 태도다. 음식이 흰 접시 위에서 가장 빛나듯.

흡사 정원 콘셉트의 카페를 온 듯한 분위기

에디션 싱가포르는 오차드 로드의 서쪽 끝, 커스케이든 로드(Cuscaden Road)에 있다. 이곳은 과거 과수원과 후추, 육두구 농장이 자리했던 비옥한 부지다. 에디션 싱가포르는 외부에서 로비의 어떤 모습도 상상할 수 없다. 호텔 입구에 위치한 모든 문을 반투명한 쉬폰커튼이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문을 열면 찰랑이는 커튼 사이로 금박 덮인 돔형 천장에 시선을 뺏긴다. 그리고 온실 정원.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지는 통로는 온통 창이고, 위아래 할 것 없이 눈을 두고자 하는 모든 공간에는 열대 식물이 자란다. 동남아시아 원산의 300종의 식물과 162종의 양치식물. 초록 숲과 금박 천장 사이에서 대조되는 순수한 물성이 흰벽으로 조화를 이룬다. 그 와중 로비의 주인은 스파이럴(Spiral, 나선형) 계단이다. 뉴욕과 상하이 에디션 등에서도 볼 수 있는 호텔 시그니처이다. 베네치아 석고의 매트한 질감으로 마감한 계단의 곡선미는 에디션의 고혹미를 묘사한다.

에디션 싱가포르의 룸 인테리어는 미니멀 그 자체

에디션 싱가포르는 총 204개의 객실을 가지고 있다. 오직 필수적인 요소만을 갖춘 간결한 구조. 객실의 수납공간은 전부 매립식이라 어디든 부딪힐 일이 없다. 벽면은 밝은 우드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직하게 짜여진 공간에서 유별나게 자유로운 존재가 있다. 세계의 모든 에디션 호텔에서는 '쓰로(Throw)'라고 하는 털 담요를 찾아볼 수 있다. 주로 로비 소파, 라운지 의자, 객실 등에 무심하게 던져놓은 듯 펼쳐져 있다. 에디션이 추구하는 절제 속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인테리어다. 객실 내 어메니티는 모두 '르 라보(Le Labo)' 제품을 사용한다.

에디션 싱가포르의 수영장. 수영장 가운데 아랫부분이 둥그런 창으로 되어 있다

에디션 싱가포르에 머물며 느낀바, 객실은 이질감이 들 정도로 군더더기가 없다. 매끈한 나무 재질의 벽면, 베이지 쿠션과 하얀 시트, 외로운 욕조. 화사하고 사교적인 로비의 시끌벅적함과는 전혀 달리, 오로지 휴식만을 위한 공간. 이안 슈레거는 에디션을 구상하며 이러한 정체성을 표방했다. "세계 각지 유명 도시에서 투숙객과 현지인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 결국 호텔 같지 않은 호텔." 에디션의 공공장소(Public Space), 이를테면 로비, 라운지, 루프톱, 바 같은 곳들은 그의 설계에 따라 최근 싱가포르에서 가장 핫한 사교 클럽이 되었다. 그리하여 객실은 이토록 고요해야만 하는 것이다. 에디션의 객실은 밤, 객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은 낮이다.

●FYSH

에디션 싱가포르 로비 왼편, 거대한 아치문이 하나 있다. 조쉬 닐랜드(Josh Niland)의 레스토랑, 'FYSH'다. 조쉬 닐랜드는 호주의 셰프 겸 작가다. 이곳은 그가 호주가 아닌 지역에서 오픈한 최초의 레스토랑이며 에디션 싱가포르의 조식당을 겸한다.

FYSH의 시그니처, 드라이에이징한 참치
FYSH의 중앙에 붙어 있는 작품. 앤티크한 감성과 트렌디한 분위기의 조화

FYSH의 시그니처 주제는 '생선'이다. 방문 전 '조쉬 닐랜드'의 <FISH BUTCHERY>라는 책을 읽어 보면 메뉴에 대한 이해가 쉽다. 그가 지금껏 생선을 요리하며 얻은 방대한 지식과 테크닉을 세세히 파악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내용을 FYSH에서 메뉴로 구현했다. 이를 테면 드라이에이징을 한 생선 스테이크, 새우로 국물을 낸 락사, 발로나 초콜릿 마카롱 같은 메뉴들. 메뉴만 들어서는 일반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저 생선을 굽거나 찌는 조리 방식을 너머 숙성, 혹은 생선의 특정 성분을 추출해 새로운 성질의 요리로 재탄생시킨 메뉴들이다. 발로나 초콜릿 마카롱의 경우 생선의 눈에서 추출한 콜라겐을 이용해 만든 시그니처 디저트다.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해산물은 거의 호주산이다.

●LOBBY BAR

에디션 싱가포르는 객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사교를 위한 공간이다. 정원처럼 꾸며진 로비 복도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테이블과 의자가 배치되어 있어 카페에 온 듯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밤이 되면 로비 벽 틈으로 핑크빛이 새어 나온다.

로비 바. 핑크빛이 시그니처다

로비 바의 시그니처는 핑크색 백라이트가 반짝이는 진열장이다. 진열장에는 라리끄(Lalique)에서 영감을 받은 크리스털 디캔터와 조각품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다. 크리스찬 리에거(Christian Liaigre)의 사슴 가죽 의자와 조명도 눈에 띈다. 참고로 라리끄는 주로 유리 공예품과 그릇을 만드는 브랜드이고, 크리스찬 리에거는 1980년대 중반 가구 디자이너다. 둘다 프랑스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로비 바 한켠에는 장미색 당구대가 놓여 있는데 눈인사 한 번이면 누구나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마시고 즐기기 위한 공간보단 대화하고 함께하기 위한 공간이다.

●PUNCH ROOM

펀치룸은 에디션 호텔의 시그니처 바다. 로비 중앙에 자리하는 스파이럴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등장한다. 펀치룸의 흥미로운 점은 전세계 에디션마다 각자의 시그니처 컬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펀치룸의 인테리어. 이브 클랭의 푸른색을 시그니처로 사용한다

에디션 싱가포르 펀치룸은 이브 클랭(Yves Klein)의 파란색을 선보인다. 이브 클랭은 프랑스 화가인데 그의 대표작이 울트라마린 색으로 채색된 모노크롬(단색) 그림이다. 그가 사용하는 푸른색은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IKB)'라는 이름으로 1960년 자신의 고유 색으로 특허를 받았다. 펀치룸의 벽면에는 나무 패널이 붙어 있는데, 이 모든 조각들에 이브 클랭의 푸른색을 덧칠했다. 심지어 펜던트 조명까지도. 조명은 프랑스 파리 출신의 '에릭 슈미트(Eric Schmitt)'의 작품이다. 펀치룸은 다양한 종류의 '펀치'를 선보이는데, 이 '펀치'에 필수 조건이 있다. 티(Tea), 스파이스(Spice), 스피릿(Spirit, 증류주), 시트러스(Citrus), 설탕(Sugar)을 반드시 포함하는 칵테일이 바로 '펀치'인 것이다.

▶강화송 기자의 호소문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강화송 기자의 휴식 호소문. 어떻게 하면 호텔에서 좀 더 뒹굴 수 있을까. 기자 생활 내내 고민 끝에 찾은 단 하나의 돌파구. 1년 365일 쉬고 싶은 그가 선택한 세계 곳곳의 호텔 소개문.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Edition Singap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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