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상실의 공포 앞에 선 남태평양 원주민들
존재의 상실이라는 공포와 위기 앞에서 15살 에커사는 아직 인생을 알기에는 어린 나이이지만 분노의 현실은 물속에서 조차도 눈 감을 수 있는 자유마저도 허락지 않는다.
급격한 기후 변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바닷물이 넘쳐나는 해수면 상승으로 지도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멀지않은 미래의 공포앞에 놓인 남태평양 섬 원주민들이 자기네 삶을 이야기 하기위해 바닷물속에 몸을 던져 카메라 앞에 섰다.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 제작 감독으로 유명한 영국 출신의 사진가 닉 브랜트(Nick Brandt nickbrandt.com/)가 날로 황폐해져가는 자연환경에 카메라 앵글을 돌린지 여러해. 광활한 아프리카까지 세계곳곳에 초점을 맞추며 환경파괴로 야기된 인간과 동물들의 처참한 삶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3번째 프로젝트로 ‘SINK/RISE’를 세상에 내놓았다. 기후변화로 인해 집이며 땅, 생계와 목숨까지도 잃을 위기에 처한 남태평양 섬 원주민들의 모습을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섬뜩한 파란색 음영으로 사진에 담아냈다.
해수면 상승이 초래할 수백만 명에 미칠 비극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사진가는 바닷속을 선택했다.
“누군가는 이것이 꽤나 포스트 아포칼립스적(Post-Apocalyptic 종말 이후의)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아니다. 종말 이전의 상황이다’라고 말한다. 아직 이 사람들에게는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지않았기 때문이다”고 닉 브랜트는 말한다. 이것이 바로 ‘SINK/RISE’ 프로젝트가 보여주려는 초현실적인 현실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남태평양 피지 해안의 원주민들은 그들이 알고 있는 세상이 바닷속에 가라앉는 것을 아직 본 적이 없지만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기후 변화가 지속되면서 해수면이 계속 상승한다면 결국은 태평양의 섬들과 원주민들이 사라질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브랜트는 “그들은 산업 발전 방식의 결과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다”고 말한다.
사진가는 자신들이 두려워하는 일이 닥쳐올 미래에 일어날 것을 표현한 이 사진들이 많은 사람들이 지금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을 돌아보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프로젝트 참여 원주민에게 이 초현실적인 사진이 드러내는 현실은 너무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태평양의 섬들은 특히 기후 변화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 몇 년간 악화된 열대사이클론으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다.기후 변화가 이지역의 가장 큰 안보 위협이라며 전 세계 지도자들 향해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다.
“이러한 위협들은 우리가 일으킨 것이 아니다. 태평양 섬 주인인 우리는 피해자들이다.그러나 피지 사람들을 포함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은 너무 늦기 전에 방향을 바꾸고 기후 변화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브랜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철학자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했던 “지성의 비관주의, 의지의 낙관주의 (Pessimism of The intellect, Optimism of The will.)”라는 문구를 언급했다.
“지적으로 당신은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세상의 종말과 환경 파괴를 향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모든 징후는 인류가 진로를 바로잡을 만큼 긴급하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라며 “의지의 낙관론은 결단력이 있으면 피해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조상이 되어야 한다.”
Behind the Scene.
닉 브랜트의 SINK/RISE 프로젝트의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남태평양의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200여명의 오디션을 통해 20여명을 선발했다.물론 대부분이 심해 다이버 전문가들은 아니었다.청년들의 참가도 많았다. 사진가 또한 이들이 그들의 미래이기 때문에 기꺼이 그들과 함께 했다.
전문 수중다이버들의 안전을 담보로 6주간의 촬영 기간을 거쳐 작업이 진행되었다.
작업 초반 사진가에게 주어진 찰나의 촬영시간은 겨우 15초 정도 였다.프로젝트가 요구하는 모습을 만들어내기에 바닷속 촬영은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쉽지않은 과정이었다고 사진가는 말했다.
대부분의 사진은 수면 아래 2~4미터 공간에서 이루어졌지만 이들이 만들어가는 일상의 자연스러운 모습 뒤에는 폐 손상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위험이 함께 했다.그러나 사진가와 원주민들은 촬영 과정에서 희망을 봤으며,회복력 때로는 체념까지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진가 닉 브랜트는 중구문화재단(사장 조세현) 주최로 오는 4월 18일부터 서울 충무아트센터의 변화된 공간 ‘갤러리 신당’에서 열리는 ‘CCPP 기후환경 사진 프로젝트- 컨페션 투 디 어스(Confession to the Earth)’에 참여한다.
국내 작가를 포함한 5명의 사진가 중 한 사람으로 그의 자연환경 프로젝트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세계적인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사진을 매개로 환경변화에 직면한 인류에게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기획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후 위기에 직면한 아프리카 짐바브웨와 여러 나라의 작은 섬은 물론 전 세계의 바다와 하늘이 펼쳐진다.사진가들은 평생 살던 보금자리를 잃은 사람들, 화재와 야생동물 밀매로 장기 구호가 필요한 동물들,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개발을 멈추지 않는 인간의 탐욕, 상처투성이인 지구의 모습을 마음 모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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