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 보조배터리 잇달아 폭발…시민 안전 위협

유영규 기자 2024. 4. 10.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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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조배터리 폭발로 타버린 차량 일부

보조배터리 폭발 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근 파악된 피해 사례만 5건입니다.

이들 사고 배터리는 모두 같은 업체가 수입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업체는 제품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일 오후 1시쯤 경북 경주시에서 A 씨는 주차해 놓은 차에 탑승했습니다.

A 씨가 차 안에 보조배터리를 내려놓은 순간, 보조배터리에서 치지직 소리와 함께 연기가 나더니 보조배터리가 폭발했다고 합니다.

차량 보조석 시트와 차량의 문에 불이 붙었고, 차량 일부분은 녹아내렸습니다.

보조배터리는 핸드폰이나 충전기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지난 5일에도 폭발 사고가 있었습니다.

오후 2시쯤 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에서 B 씨는 생후 3주 된 신생아를 방에 재우고 거실에서 식사를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첫술을 뜨려던 찰나, 아기가 있는 방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번쩍이는 빛이 났습니다.

방으로 달려가 보니 충전 중인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나고 있었습니다.

B 씨가 불을 끄는 도중에도 불은 1m 정도 높이로 치솟았습니다.

폭발한 보조배터리 잔해


이외에도 지난 1월 4일 경기도 파주시, 지난달 15일 경북 포항시,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에서도 같은 제품이 폭발했습니다.

파주시 폭발 사고 피해자 C 씨는 "불길이 1m 이상 높이로 치솟고 보조배터리가 7조각 정도로 나뉘어 폭발했다"면서 "아파트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까지 일어났다"고 말했습니다.

보험사는 이 사고로 인한 재산상 손해를 약 700만 원으로 추산했습니다.

이들 5건의 사고 중 2건은 보조배터리가 충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폭발했습니다.

피해자 모두 폭발 전에 보조배터리가 부풀거나 고장이 나는 등 전조 현상이 없었으며, 제품에 큰 충격이 가해진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파주에서 폭발 사고 후 보조배터리 잔해(좌)와 보조배터리가 폭발한 가방 모습(우)


피해자들 모두 D사가 제조한 '카카오 프렌즈 사각 PD 20W 포켓 퀵 보조배터리 10000mAh'를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제품은 지금까지 약 40만 개가 팔렸고, D 사를 통해서만 수입되고 있습니다.

D 사는 카카오와 캐릭터 라이선스를 계약해 제품을 유통하고 있습니다.

D 사는 제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이 제품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안전 인증을 받았으며, 생산물배상책임보험에도 가입돼 있습니다.

D사 관계자는 "출고 전에 낙하 테스트와 에이징이라는 공정 등을 거친다"면서 "오히려 안전성 확보를 위해 타사에 비해 비용을 더 들여서 안전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제품을 계속 판매하는 이유에 대해 D 사는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은 충격, 과충전 기타 환경의 다양한 요인으로 제품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큰 제조사 제품도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고,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해당 제품은 불량이 0.04% 정도 발생했다"면서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유사 사고가 빈번히 발생할 것이었고 해당 제품의 지속적인 유통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고 제품에 대한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안전확인신고증명서


D 사는 2건의 폭발 사고에서 잔해를 수거해 소견서를 발급했습니다.

폭발 원인은 '제품 노화'였습니다.

폭발 사고 피해자 5명 중 4명은 2021년쯤 제품을 직접 구매하거나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아 사용했습니다.

피해자 중 A 씨만 2023년에 선물 받은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D 사 관계자는 "통상 10000mAh 보조배터리는 2년 혹은 방전된 후 250~300회 충전하면 수명이 다했다고 판단한다"며 "이외에 사용 환경과 충격 여부에 따라 수명이 더 짧아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오히려 2년 이상을 사용했다는 것은 제품이 괜찮다는 방증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피해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포항시 폭발 사고 피해자 E 씨는 "보조배터리를 2년 이상 사용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면서 "제품 상세 페이지에 보조배터리 수명이나 사용 횟수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폭발 사고 피해자 F 씨는 "사고 후 상품 구매 페이지를 다시 확인했다"면서 "어디에도 제품 수명이 기재돼 있거나 터질 수 있다는 말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품 상세 페이지에 사용 기한과 횟수를 기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D사 관계자는 "원래 해당 문구가 있었으나 상세 페이지를 새로 바꾸면서 문구가 사라진 것으로 안다"면서 "사용 환경에 따라 수명이 달라지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기재하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보조배터리 수명을 기재하면 경쟁사와 경쟁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업체들은 재검사나 인증을 받지 않아서 오히려 안전 문제에 신경을 쓰는 자사가 억울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제보자가 판매사에 반납한 사고 제품과 동일한 보조배터리


피해자들은 캐릭터 라이선스를 공급한 카카오를 믿고 제품을 사용했다는 입장입니다.

피해자 F 씨는 "카카오여서 믿을만하다고 생각하고 구입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는 라이선스 공급 계약을 체결할 뿐, 제품에 대한 책임은 판매사에 있다"면서 "라이선스 제품 관련 사고가 생기는 경우 사고 경과를 점검하고 조치하도록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라이선스 계약 체결 기준에 대해서는 안전성을 심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기술력, 안전성 등 생산 관련된 제반 사항은 물론 고객서비스부서(CS)운영 여부, 배상 과정 등 판매 후 사후 책임까지 다양한 항목을 철저하게 심사 후 선정한다"면서 "(보조배터리 폭발 사고에 대해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D 사 관계자는 "사용자들의 피해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피해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보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안전한 사용을 위해 제품 특성과 사용기한 등을 공식적으로 공지·안내하고자 한다"며 "이번 계기로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품질과 사용자 안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A 씨·B 씨·C 씨·D 사 제공·X 캡처,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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