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170억 FA 트리오가 백기투항 신호가 됐을까…계산 어긋난 롯데의 현주소
[OSEN=부산, 조형래 기자]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롯데의 프로야구 정규시즌 첫 맞대결.
롯데는 1회 선취점을 뽑으며 기선을 제압하는 듯 했지만 경기의 주도권을 휘어잡지는 못했다. 결국 1-0의 살얼음판 리드가 깨졌다. 6회 1사 1,2루에서 대타 김지찬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얻어 맞았다. 위태롭게 버티던 선발 나균안이 무너졌다. 뒤를 이은 구승민은 김헌곤에게 투런포까지 얻어 맞았다. 1-5로 경기는 뒤집어졌다. 그리고 9회 다시 3실점 하면서 1-8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7점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 6~7일 사직 두산전 2연승을 거두면서 시즌 첫 연승과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던 분위기를 잇지 못하고 대역전패를 당했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성적도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현재 선수단 전력 자체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의미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주전급으로 생각했던 전력들이 슬럼프에 빠지며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고 이들을 대체하는 선수들은 당초 주전이 아닌 백업으로 생각했던 선수들이었다. 주전급 선수들의 부진은 김태형 감독의 머릿속에 해놓았던 계산을 흩트려 놓았다.
김태형 감독은 이날 역시 130억 야수 FA 듀오인 노진혁과 유강남을 선발에서 제외했다. 개막 2주가 넘어가는 시점이지만 여전히 타격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두 선수다. 일단 포수 유강남은 지난 6일 경기부터 3경기 연속 선발에서 제외됐다. 노진혁은 지난 7일 경기 선발 출장했지만 한 타석만에 이학주로 교체됐다. 9일 삼성전을 앞두고 김태형 감독은 노진혁의 교체 사유에 대해 “기운이 없었다. 사이드 투수의 공이라면 커트를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는데 무기력하게 삼진을 당했다. 그런 상태에서 수비를 해봐야 수비가 안될 것 같아서 이학주로 교체했다”라고 설명했다.
유강남에게도 머리를 식힐 시간을 주고 있다. 김 감독은 “포수는 또 리드를 해야 한다. 방망이를 잘 치고 있으면 수비에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방망이가 안 맞을 때는 리드까지 생각해야 하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한번 쯤은 쉬는 것도 괜찮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투수진에 있는 FA 선수인 한현희도 사실상 패전조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FA 트리오인 유강남(4년 80억원), 노진혁(4년 50억원), 한현희(3+1년 40억원)은 현재의 팀 전력에서 차지하고 있는 바는 미미하다. 이들에게 들인 돈만 170억원이다.
9일 삼성전은 현재 롯데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날이었다. 한현희는 1-5로 뒤진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승부의 추가 사실상 기울어가고 있었지만 한현희는 분명한 역할이 있었다. 9회말까지 약간의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게끔 4점차를 유지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현희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9회초 선두타자 김헌곤에게 볼넷을 내줬고 구자욱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다. 맥키넌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김재혁, 김영웅에게 연속 적시타를 얻어 맞았다. 결국 9회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뒤이어 마운드에 오른 박진이 추가 적시타까지 허용했다. 한현희의 실점은 더 늘어났다. ⅓이닝 3피안타 1볼넷 3실점이 이날 최종 기록. 점수 차는 1-8로 벌어졌다.
롯데는 백기투항을 할 수밖에 없었다. 9회초가 끝났을 때 롯데의 승리 확률은 0.03%에 불과했다. 승부는 사실상 결정됐다. 4번 전준우부터 시작되는 타순. 전준우를 대신해 노진혁이 타석에 들어섰다. 노진혁은 삼성 양현의 2구째 118km 커브를 받아쳐서 높이 띄웠다. 1루수와 2루수, 우익수가 모두 잡지 못하는 곳에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를 만들었다. 노진혁에게는 4경기 만에 나온 값진 안타지만 타구의 질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뒤이어 이정훈의 타석에는 유강남이 등장했다. 유강남은 4구 만에 삼진으로 물러나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170억 FA 트리오에게 이날 경기는 굴욕적일 수밖에 없다. 백기투항의 신호가 됐다. 그래도 김태형 감독은 이들이 해줘야 하는 선수들이라는 믿음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노진혁 유강남을 향해서 김태형 감독은 “어차피 이 선수들이 해줘야 한다. 나중에 페이스가 올라와서 팀에 보탬이 되고 힘이 되어야 하는 선수들이다”라고 강조했다.
당장 이들이 부진하다고 하더라도 대체할만한 선수들도 많지 않다.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다만, 김태형 감독의 기다림은 과연 언제까지일까. 기다림이 끝나기 전, 페이스를 되찾고 본래 기대했던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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