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6.7배 오른 ‘이 주식’ 대주주, 정의선·김범수·방시혁·최태원보다 더 부자됐다 [신동윤의 나우,스톡]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 들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주요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키워드는 바로 ‘인공지능(AI)’ 투자붐입니다. 이 흐름을 타고 세계 최고 반도체 강국 중 하나로 꼽히는 대한민국에선 주요 반도체 종목의 상승세가 두드러진 상황이죠.
이런 가운데 국내 주식부자 순위 최상단에서는 눈에 띄는 한 인물이 등장했습니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회사인 한미반도체의 대주주인 곽동신 한미반도체 부회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일 종가 기준 곽동신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지분평가액은 4조789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곽동신 부회장은 한미반도체 주식 4조5919억원어치와 HPSP 주식 1978억원 어치를 보유 중이었죠.
곽동신 부회장이 보유 중인 주식 가치는 불과 1년 만에 438.62%가 늘어났습니다. 8892억원 수준이던 주식 규모가 짧은 기간 사이에 5.4배나 커진 셈이죠.
대한민국 주식 부자 랭킹으로는 7위에 해당하는 규모였는데요. 곽동신 부회장의 위로는 1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6조5072억원), 2위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8조5532억원), 3위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8조55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7조1387억원),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6조835억원)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4조7896억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곽동신 부회장의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명단을 살펴보면 국내 10대 그룹사 등 재벌 일가는 물론, 주요 기업들의 수장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8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3조7933억원)을 시작으로 9위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2조9032억원), 10위 방시혁 하이브 의장(2조8539억원), 11위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2조5927억원), 13위 최태원 SK그룹 회장(2조2289억원), 14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2조724억원), 15위 구광모 LG그룹 회장(2조228억원), 18위 이재현 CJ그룹 회장(1조6293억원), 19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1조5586억원) 등이 곽동신 부회장보다 낮은 순위에 자리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1년 만에 곽동신 부회장의 대한민국 주식부자 순위도 28위에서 21계단이나 뛰어 올랐습니다.
곽동신 부회장이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주식부자가 되기까지 가장 큰 역할을 한 종목은 바로 한미반도체입니다.
한미반도체 주가는 지난 8일 종가 기준으로 최근 1년 사이 574.99%나 치솟았습니다. 1만9630원으로 1주당 2만원도 되지 않던 주식이 13만2500원짜리 주식으로 변신한 것이죠. 해당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이 바로 한미반도체죠.
한미반도체는 지난 2013년 한해 동안에도 주가가 436.52%(1만1500→6만1700원)나 오른 바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8월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에 편입되기도 했고요.
그랬던 한미반도체 주가 곡선이 더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바로 올해 초부터입니다. 바로 글로벌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주도한 AI 반도체 랠리의 수혜를 제대로 받게 되면서죠.
엔비디아가 제조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필수적인 AI 반도체용 칩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수요가 올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요. 한미반도체는 HBM 적층 과정에서 필수 장비로 여겨지는 ‘TC본더’를 생산해 SK하이닉스에 납품하고, SK하이닉스는 한미반도체의 TC본더를 활용해 제작한 HBM을 엔비디아에 납품하면서 ‘한미반도체→SK하이닉스→엔비디아’로 연결되는 밸류체인이 구축됐던 것이죠. 미국 마이크론과 TC본더 장비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란 소식 역시도 주가엔 대형 호재로 작용했고요.
이 덕분에 투심이 몰련 한미반도체 주가는 올해만 114.75%(6만1700→13만2500원)가 상승했습니다.
주가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 100위권 밖이었던 한미반도체 시가총액은 지난 8일 기준으로 코스피 24위에 올라 있습니다. LG, SK, KT&G, 삼성SDS, SK이노베이션 등이 모두 한미반도체의 아래에 있죠.
증권가에선 한미반도체의 질주가 끝이 아니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미반도체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7.14%나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연간 기준으로 영업이익 예상치는 1552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48.55%나 급증할 것이란 분석도 나와 있고요.
지난달 말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미반도체의 목표주가를 20만원으로 제시하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 시킨 바 있습니다.
곽민정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블랙웰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B100, B200, GB200의 성능 개선과 제조 방식 변화에 따라 공급 계약이 지속되고 있다”며 “한미반도체의 TC본더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SK하이닉스가 HBM4에도 어드밴스드 MR-MUF(칩과 칩 사이 공간을 액체 형태 보호제를 주입해 굳히는 공정)를 적용함에 따라 한미반도체 장비를 지속해서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분석했고요.
곽민정 연구원은 향후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주 7개를 묶은 ‘타이거(Tiger·호랑이) 7’ 속에 한미반도체를 포함, ‘최선호주’로 꼽기도 했습니다.
한편, 한미반도체 주가가 ‘퀀텀점프’를 할 수 있는 주요 모멘텀 중 하나로는 삼성전자와도 HBM 장비 관련 거래를 시작하는지 여부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글로벌 3대 HBM 제조사를 모두 고객사로 확보한다면 TC본더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다만, 한미반도체가 지난 2012년 삼성전자의 자회사 세크론(현 세메스)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 승소한 후 거래가 끊어졌다는 점은 풀어야할 숙제로 꼽힙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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