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타석째 삼진을 못 잡네' ML도 이정후가 어렵다... 헛스윙률 최상위 2% 위엄
이정후가 장타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에도 지난 겨울 여느 홈런 타자와 다름없는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30억 원) 계약을 따낸 건 뛰어난 콘택트 기술과 선구안 덕분이었다. 이정후는 2017년 KBO리그에 데뷔한 후 첫 2년을 제외하고 항상 한 시즌 볼넷이 삼진보다 많았다. 그 결과 KBO리그 통산 884경기에서 383개의 볼넷을 골라내는 동안 삼진은 304개에 불과했다.
2020년 이후로는 KBO에서 이정후는 단연 톱이었다. 방망이가 더욱 정교해져 그 흔한 헛스윙조차 잘하지 않게 됐다. 이정후의 미국 진출이 확정된 후 미국 통계 분석 업체 SIS(Sports Info Solution)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2년간(2022~2023년) 이정후의 평균 타구 속도는 시속 89.6마일(시속 144.2㎞)로 KBO리그 1위였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정타(95마일 이상 타구) 개수가 561개로 가장 많았고, 1891타석에서 헛스윙 삼진은 겨우 84개뿐이었다. 이정후를 상대로 어설픈 빠른 공을 던지는 건 안 하느니만 못했다. 직구 상대 성적은 타율 0.358, 27홈런 OPS 0.991로 더 잘 쳤다.
미국에서도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이정후를 어려워하는 것이 느껴진다. 쳤다 하면 정타(시속 95마일 이상의 빠른 타구)에 좀처럼 방망이를 헛돌리는 법이 없으니 투수 입장에서도 한 구, 한 구 신중할 수밖에 없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이정후의 헛스윙률은 7.8%로 메이저리그 최상위 2%에 해당했다. 메이저리그 평균 타자들의 헛스윙률이 24.8%라는 것을 떠올린다면 그야말로 이정후의 위엄이라 볼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삼진도 보기가 어려운 이벤트가 됐다.
메이저리그 통계 분석가 존 앤더슨은 10일(한국시간) 자신의 SNS에 마지막 삼진 후 아직 삼진이 없는 선수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정후는 9일 경기 종료 시점까지 21타석째 삼진이 없었으며, 이는 메이저리그 전체 공동 2위 기록이었다. 1위는 29타석의 알렉스 버두고(뉴욕 양키스)로 이정후는 프란시스코 린도어(뉴욕 메츠), 작 피더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과 함께 2위 그룹을 형성했다.
메이저리그 첫 2루타와 3출루 경기에 성공한 9일 워싱턴전도 마찬가지였다. 1번 및 중견수로 선발 출장한 이정후는 3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했다. 이날 워싱턴 배터리는 이정후를 상대로 철저하게 바깥쪽 승부를 가져갔는데 이정후는 헛스윙을 유도하는 유인구에 쉽게 속지 않았다.
오히려 1회 말 첫 타석에서 바깥쪽 하단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밀어 쳐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3회 말 두 번째 타석 역시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오는 두 개의 공을 놓치기도 했으나, 결국 바깥쪽 직구를 노려 메이저리그 데뷔 첫 2루타를 생산했다. 5회 말 상대 선발의 제구가 흐트러져 존 안에 들어온 공이 하나도 없을 때는 꿈쩍도 하지 않다 볼넷으로 출루했다.
그러면서도 평균 타구 속도는 시속 93.2마일(약 150㎞), 정타 비율은 52.5%로 각각 메이저리그 상위 13%, 14%에 속해 이정후는 시즌 초반 다소 부진한 스타트에도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9일 MLB.com은 4월 8일까지 이룬 성적과 앞으로 기대되는 성적을 바탕으로 총 43명의 패널이 참여한 2024년 메이저리그 신인왕 후보를 공개했다. 이정후는 1위 표 3장을 받고 총점 기준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4위에 올랐다. 투표 당시 기준으로 타율 0.205로 성적이 저조했음에도 기대 wOBA(Weighted On-Base Average·가중 출루율)가 0.320으로 높은 점, 낮은 헛스윙, 삼진 비율로 KBO 리그에서처럼 변함없는 모습이 이유가 됐다.
MLB.com은 "한국에서 통산 타율 0.340을 기록한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39타석에서 타율 0.205, 출루율 0.267, 장타율 0.282를 마크했다"며 "하지만 그는 하드 히트(정타) 비율 54.1%로 위력적인 타격과 뛰어난 헛스윙률(7.8%)과 삼진 비율(8.2%)을 보여주고 있다. 환상적인 콘택트 타자로서 명성에 부응하는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점은 공을 띄우는 것이다. 이정후의 올 시즌 평균 발사각도는 4.1도로 메이저리그 평균인 12.2도에 한창 밑돌고 있다. 땅볼 비율이 57.5%로 메이저리그 평균 타자들의 땅볼 비율(44.6%)보다 높은 이유다. MLB.com은 "이정후는 자신의 아버지(이종범) 앞에서 메이저리그 첫 번째 홈런을 쳤던 3월 31일 경기처럼 타구를 더 자주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앞으로 활약의 관건"이라고 전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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