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우린 내일이 없다" 절박한 두산, '나아진다는 믿음'은 최상의 시나리오가 됐다
이승엽(48) 두산 베어스 감독은 언제나처럼 미소를 보였지만 그 표현에는 팀 상황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가 담겨 있었다.
시범경기에서 단 1패도 당하지 않으며 1위에 올랐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특히 최근 10경기에서 2승 8패를 기록하며 흐름이 가라앉았던 두산이다.
절박함은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두산은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5-3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투타 균형이 모두 무너진 상황이었다. 외국인 선발만 제 역할을 할 뿐 토종 선발은 흔들렸고 핵심 불펜들도 기대를 밑돌았다. 타선도 심각하진 마찬가지. 최악의 해를 보낸 김재환이 반등세를 보였지만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는 결국 2군으로 향했고 주장 양석환도 부진에 빠져 있다.
물론 완전체가 아니기에 좌절할 건 없다는 생각이다. 이 감독은 "우린 아직 100% 전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곧 이제 (홍)건희도 올 것이고 라모스도 온다고 하면 약한 전력은 아니다. 올 때까지는 버텨야 될 것 같다. 위기라고는 생각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우선 선발 투수가 최소한의 역할을 해줘야 승산이 있었다. 앞선 2경기에서 5이닝 문턱을 넘지 못했던 김동주가 나섰다. 이날은 5⅓이닝을 소화했다. 안타 8개를 맞고 3실점했지만 수비 실책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자책점은 0이었다.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다. 3회초 3점을 내주고 1-3으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다음 투수 이병헌에게 공을 넘겼기 때문이다. 6회초 1사 1,3루에서 투입된 이병헌은 문현빈에게 볼넷을 내주고 루상을 가득 채우고 시작했지만 리그 타격 1위 페라자를 유격수 병살타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겼다.
박준영의 솔로 홈런이 터져나오며 한 점 차로 따라붙었고 7회초 등판한 김명신이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다. 이날 엔트리에 등록된 그는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100% 전력이 아니라던 이승엽 감독이 꿈꾸는 깔끔한 경기였다. 초반 실점 과정이 아쉽긴 했지만 선발 투수가 잘 버텨줬고 점수를 내야 할 때 타선의 집중력 있는 타격과 한 방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리드를 잡은 뒤엔 그동안 불안했던 불펜진이 안정적으로 점수 차를 지키며 팀에 승리를 선사했다.
좋아질 일만 남았다. 지난해까지 필승조로 활약했던 홍건희가 이날 퓨처스(2군)리그에서 2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이 감독에 따르면 이제 준비는 끝났다. 콜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시즌 초반 타율 0.178로 부진해 2군으로 향한 라모스에 대해서도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양석환 또한 타율 0.182에 그칠 타자는 아니다. 국가대표 투수 곽빈도 평균자책점(ERA) 6.75라는 수치가 어울리는 투수는 아니다. 야구는 평균의 스포츠다. 일반적으로는 결국 통산 성적과 비슷해지기 마련이다.
다만 100% 전력이 되기 전까지는 인내가 필요할 수 있다. 그때까지 얼마나 잇몸으로 잘 버티느냐가 중요하다. 그렇기에 이날 승리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경기 후 이승엽 감독은 "경기 초반 찬스를 살리지 못해 힘든 경기가 이어졌지만, 김재환이 4번 타자 답게 멋진 결승 홈런을 때렸다. 상대 실투를 놓치지 않았고 김재환을 상징하는 그 스윙을 모두에게 보여줬다"며 "이 과정에서 과감히 3루 베이스를 훔친 조수행의 플레이도 인상적이었다"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산 넘어 산이다. 10일 경기엔 시속 160㎞ 강속구를 뿌리는 문동주, 11일엔 3경기에서 2패, ERA 8.36으로 크게 부진했던 류현진을 만난다. 그러나 류현진이 이번에도 부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자칫 복귀 후 첫 승의 제물이 될 수 있는 두산이다.
그렇기에 이날 승리를 통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건 큰 수확이었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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