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부진 효성화학…부채비율 '5000% 육박'

최경민 기자 2024. 4. 10.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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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이 업황부진 속에 재무부담 증폭이라는 이중고를 맞았다.

올해 업황이 여전히 부진하기에 베트남 공장이 '풀 가동'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효성화학이 유의미한 수준의 흑자전환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효성화학의 경영 악화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효성화학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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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 영업이익 추이/그래픽=윤선정

효성화학이 업황부진 속에 재무부담 증폭이라는 이중고를 맞았다. 특수가스 사업부 일부 매각 추진이라는 강수에도 불구하고 상황 반전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와 NICE(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나란히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조정했다. 재무부담과 실적부진이 주요 이유였다. 한신평은 "재무부담이 과중한 수준으로, 더딘 수익성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낮은 잉여 현금흐름 수준을 감안할 때 재무구조 개선에는 상당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신용등급 하향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효성화학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2조4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된다. 2018년 말 약 9000억원 수준이었던 것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부채총계(3조537억원)와 자본총계(619억원)를 고려했을 때 부채비율은 5000%에 육박한다.

베트남 공장에 2018년부터 1조5000억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했지만, 사업 정상화가 늦어진 게 재무부담으로 이어졌다. 효성화학은 2021년 베트남 공장을 완공했고, 이후 잦은 설비 결함으로 보수 공사를 반복해왔다. 폴리프로필렌(PP) 등 생산이 원활하지 못하자, 베트남에서 수익을 창출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베트남 공장은 지난해 8월쯤 돼서야 정상 가동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그 사이에 중국발 초과 공급이 이뤄진 것이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시장에 넘쳐나기 시작하며 PP는 물론이고 테레프탈산(TPA)와 같은 범용 화학 제품들이 한계 사업으로 내몰리기 시작했다. 모두 효성화학이 주력으로 삼는 분야다. 특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에는 PP의 원료인 액화석유가스(LPG) 가격까지 치솟기도 했다.

설비투자에 많은 돈을 썼지만,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재무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실제 효성화학은 2022년 3367억원, 2023년 1888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업황이 여전히 부진하기에 베트남 공장이 '풀 가동'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효성화학이 유의미한 수준의 흑자전환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 부정적 상황이 신용등급 하향조정으로 나타난 것이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2024.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효성화학의 경영 악화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효성화학은 오는 6월 사실상의 그룹 계열분리 후 조 회장이 이끄는 기존 지주회사에 합류한다. 효성티앤씨의 바이오 스판덱스, 효성중공업의 액화수소 등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게 조 회장의 구상인데, 효성화학의 경영난이 일종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효성화학은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토지 재평가를 통한 자본 1500억원 확층, 3분기 1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 4분기 5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등이 이뤄졌다. 최근에는 삼불화질소(NF3)를 생산하는 특수가스 사업부문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이 성사된다면 약 1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충분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NF3의 부분 매각을 가정해도 2조4000억원의 순차입금 해소에는 다소 부족할 수 있다"며 "펀더멘털 약세와 차입금 해소라는 두 이슈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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