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슬럼프는 아직 안왔다! 하드히트가 오타니 다음, 스탯캐스트가 인증한 컨택트 능력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데뷔 시즌 초 예상보다 강한 적응력을 보이는 원동력은 역시 공을 맞히는 능력이다.
이정후는 KBO 시절 통산 0.340의 타율을 올리면서 볼넷(383)이 삼진(304)보다 훨씬 많았다. 또한 삼진을 얼마나 많이 당했는가를 나타내는 통산 타석 대비 삼진율(K%)은 7.7%로 역대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샌프란시스코가 6년 1억1300만달러를 제안한 건 이 맞히는 능력(contact skill) 때문이었다.
이정후는 9일(이하 한국시각)까지 팀이 치른 11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슬래시라인은 0.238/0.306/0.333, OPS는 0.639로 아직은 폭발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수치다.
그러나 세부 기록을 다루는 스탯캐스트 자료를 들여다 보면 맞히는 능력에 있어서 메이저리그에서도 톱클래스 수준임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우선 이날 현재 이정후의 삼진율은 8.2%로 규정타석을 채운 204명 가운데 8위다. 49타석에 들어가 4번 삼진을 당했다. 투수 입장에서 삼진을 잡기 까다로운 8번째 타자는 소리다. 이 부문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지난해 타격왕 마이애미 말린스 루이스 아라에즈는 12.0%로 이정후보다 높다.
또한 이정후는 이날까지 181개의 공을 보고 64번 배트를 내밀었는데, 그중 헛스윙은 5개였다. 배트를 휘둘렀을 때 헛스윙한 비율(Whiff%)이 7.8%로 이 부문서 전체 270명 가운데 5위다.
맞히는 능력에 관해서는 톱클래스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이정후가 잘 맞히기만 하는 타자는 아니다. 정확히 맞히는 타자이기도 하다. 이를 나타내는 지표는 타구 속도와 하드히트 비율이다. 이정후의 평균 타구속도는 93.2마일로 270명 중 35위다. 타구속도 95마일 이상을 나타내는 하드히트 비율은 52.5%로 39위다. 이정후가 날린 인플레이 타구 40개 중 하드히트는 21개였다.
하드히트 개수로는 공동 2위인데, 이 부문 1위가 바로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다. 그는 44개의 타구 중 24개의 하드히트를 기록했다.
아직 샘플 사이즈가 작아 완전히 검증된 '컨택트 히터'라고 확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판단이 틀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정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발사각에서는 하위권이다. 이정후 타구의 평균 발사각은 3.8도로 270명 중 242위다. 수평 이하로 날아가는 타구가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발사각이 이정후가 안타를 생산하는데 큰 변수는 아니다. 얼마나 정확히, 강하게 때리느냐가 더 중요한 지표다.
이정후는 이날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3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을 올리며 리드오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정후는 1회말 첫 타석에서 워싱턴 선발 트레버 윌리엄스의 80.5마일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가볍게 밀어쳐 좌전안타를 날렸다. 발사각 10도, 타구속도는 81.6마일로 상대 유격수 옆을 날아간 타구는 좌익수 앞에 떨어졌다. 정확히 받아친 결과다.
이어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2루타를 작렬했다. 윌리엄스의 바깥쪽 88.9마일 직구를 결대로 밀어쳐 좌측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때렸다. 발사각 17도, 타구속도는 98.0마일이었다. 발사각에 신경쓰지 말고 이날처럼 정확히 치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최근 3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했을 때 슬럼프라고 본 건 과한 측면이 있다. 언제 올 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세부 지표상 슬럼프는 아직 오지 않았다.
MLB.com이 이날 발표한 신인왕 모의투표에서 이정후는 투표자 43명 중 3명으로부터 1위표를 받아 내셔널리그 4위에 올랐다. 아직은 유력한 신인왕 후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1위는 밀워키 브루어스 외야수 잭슨 추리오(0.278, 2홈런, 7타점, OPS 0.788)로 17개의 1위표를 받았다. 이어 다저스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1승1패, 4.09, 15탈삼진)가 1위표 15개로 2위, 시카고 컵스 투수 이마나가 쇼타(1승, 0.00, 12탈삼진)가 7개로 3위로 나왔다.
MLB.com은 '이정후는 공을 정확히 때린다. 헛스윙 비율과 삼진 비율이 환상적이라는 명성에 걸맞는다. 공을 종종 띄울 줄도 안다. 메이저리그 첫 홈런을 아버지 앞에서 날릴 때처럼 말이다'고 적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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