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세 이겨낸 '프리미엄' 삼성SDI…'조 단위' 투자 본게임 시작

최경민 기자 2024. 4. 1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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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속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2년 12월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리버 집세(Oliver Zipse) BMW 회장 등 경영진과 만나 삼성SDI의 최첨단 'P5' 배터리셀이 적용된 BMW의 최신 전기차 '뉴 i7' 등을 살펴봤다/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SDI가 '배터리 보릿고개'에 상대적으로 원만하게 대처하고 있다. 전방 수요 증가세 약화, 중국 배터리 판매 확대 속에서도 오히려 점유율을 늘려가는 모습이다. 고급화와 합리적 투자라는 시장 전략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中 공세에도 삼성SDI 점유율 선방
9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의 지난 2월 기준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5.6%였다. 지난해(4.8%) 대비 47.4%의 성장률을 보이며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웠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은 13.9%에서 13.7%로 축소됐다. SK온(6.2%→4.5%) 역시 마찬가지였다.

빈자리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채웠다. CATL은 점유율을 33.6%에서 38.4%로, CALB는 3.6%에서 3.8%로, SVOLT는 0.8%에서 1.8%로 점프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chasm, 시장 대중화 직전 수요 침체)에 직면한 가운데, 저가 중국산 전기차 및 배터리에 대한 선호도가 강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최근 유럽의 정책그룹 '교통과 환경'(T&E)은 올해 유럽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4분의1은 중국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와중에 삼성SDI가 점유율을 오히려 확대한 것은, 역설적으로 고급화 전략의 성과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의 '저가 배터리 러시'를 피할 수 있는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한 게 삼성SDI이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그동안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를 앞세운 고급화 전략을 펴왔고, BMW나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주 고객사로 둬왔다.

실제 SNE리서치는 BMW 'i4', 'i5', 'i7'과 같은 고부가 전기차가 유럽을 중심으로 견조한 판매량을 유지했고, 이게 삼성SDI의 호실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프리미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공략한 삼성SDI는 고부가 배터리 'P5'를 통해 급성장했다"며 "'P5'에 이어 에너지 밀도를 10% 이상 개선한 'P6'를 미주 등 고객향으로 양산이 본격화될 것으로 알려져 프리미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의 실적 증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양적 확장도 본격 드라이브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제5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3.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삼성SDI의 이같은 전략 방향성은 투자 부문에서도 비슷했다. '번 만큼 쓴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2022년까지는 CAPEX(설비투자)가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를 항상 밑돌았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5조~10조원 수준의 설비투자를 쏟아부을 때 삼성SDI는 2조~4조원 대의 투자만 집행한 이유였다.

한때 삼성SDI의 투자가 지나치게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배터리 기업들의 격전장이 되고 있는 북미만 해도 경쟁사들과 다르게 삼성SDI의 생산라인은 아직까지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전기차 속도조절 기조가 현실화되며 삼성SDI의 신중한 투자 기조가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시장 과열 국면에 휘말리지 않고 합리적으로 투자 속도를 자체 조절한 격이 됐다.

삼성SDI는 업황이 '바닥'을 지나고 있는 2024년을 기점으로 투자에도 속도를 낸다. 2025년 이후 전기차 라인업 확충 및 경기회복 국면에 맞춰 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말 기준 100GWh(기가와트시) 수준이었던 생산능력을 2026년 200GWh 이상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올해 5조~6조원이 넘는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내년에는 이 수치가 더욱 확대될 게 확실시된다.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 참가한 삼성 SDI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기 트럭을 살펴보고 있다. 인터배터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배터리 산업 전문 전시회로, 모빌 소형시장에서부터 에너지, 자동차산업 및 ESS와 EV 중대형시장까지 배터리 관련 다양한 신제품 및 기술들을 한 자리에 살펴볼 수 있다. 2024.3.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북미에서는 스텔란티스·GM 등과 합작공장을 추진하며 고객사도 다변화했다. 특히 스텔란티스 합작 1공장의 경우 가동 목표를 2025년에서 '올해 말'로 앞당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최윤호 대표는 지난달 주총을 통해 "북미 지역 단독 배터리 생산 공장 건립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2025년 46시리즈 △2026년 ESS(에너지저장장치)용 LFP(리튬인산철)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을 잡고 있다. 제품 포트폴리오의 양과 질을 모두 강화하는 셈이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내 중국산 전기차 비중이 확대되며 비중국산 배터리 수요가 감소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전기차 세그먼트에 속하는 고객사들의 양호한 판매량으로 삼성SDI의 출하량은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며 "46시리즈 관련 수주가 연내 발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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