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가 힘주는 AI 가전, 아직은 '글쎄'…"너무 비싸요"

오진영 기자 2024. 4. 1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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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전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가전을 둘러싼 우려가 심화한다.

10일 주요 시장조사업체와 업계 예측치 등을 종합하면 2030년 글로벌 AI 가전 시장 규모는 585억달러(한화 약 79조원)로, 올해부터 연평균 9.2% 성장할 전망이다.

현재 AI 가전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기업이다.

AI 가전 시장 확대 속도가 빠르지 않은 이유는 높은 가격이 첫손에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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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조수아 디자인기자



올해 가전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가전을 둘러싼 우려가 심화한다. 예상보다 시장 확대 속도가 느리고, 높은 가격과 보안 위험 등 문제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국내 양대 제조사가 AI 가전 수요가 적은 중국·인도 등 대형 시장에서 볼륨존(중저가 시장) 공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주요 시장조사업체와 업계 예측치 등을 종합하면 2030년 글로벌 AI 가전 시장 규모는 585억달러(한화 약 79조원)로, 올해부터 연평균 9.2%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가전 시장의 연평균성장률(CAGR) 4.86%보다는 높지만, 올해 가전 시장 규모(약 907조원)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지난해 중국 가전 시장(159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인도의 시장 전망치와 비슷한 크기다.

현재 AI 가전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기업이다. 모바일·반도체 기술 노하우를 접목해 스마트홈 생태계 구축에서 밀레와 월풀, 하이얼 등 글로벌 가전 제조사보다 한 발 앞서 있다. AI 가전을 도입한 것도 국내 기업이 가장 먼저다.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최근 주주총회에서 "본격적인 AI 가전의 시초는 (2022년 출시한) LG전자의 UP 가전"이라고 자신했다.

AI 가전 시장이 침체되면 가장 민감한 것도 국내 기업이다. 양사가 AI 가전을 수요 침체의 돌파구로 삼고 투자와 라인업 확대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세탁기와 청소기, 냉장고 등 비스포크 라인업에 AI 제품을 대거 출시했으며, LG전자는 가전 전용 AI칩도 개발 중이다. 양사 가전 사업부의 전체 연구개발(R&D)비용 중 AI 관련 비용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AI 가전 시장 확대 속도가 빠르지 않은 이유는 높은 가격이 첫손에 꼽힌다. AI가 탑재되면 전용 부품과 확대된 디스플레이(화면), 연결 기능을 추가해야 해 50%에서 많게는 2배 이상 가격이 뛴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AI 냉장고(868리터 기준)의 가격은 540만원이 넘는데, 비슷한 용량의 다른 냉장고가 150~200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훨씬 가격이 높다.

때문에 라인업이 주로 프리미엄 제품군에 치우쳐 있어 아직 중저가 소비자 시장에서는 선호도가 높지 않다. 특히 중국이나 인도 등 구매력이 낮은 시장에서는 AI 가전을 찾는 소비자도 적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유럽 등 프리미엄 제품군의 선호도가 높은 시장에서는 AI 가전 매출이 점차 늘고 있지만, 중국·인도에서는 아직 저가형 가전의 선호도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보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달 자국 내에서 판매되는 AI·사물인터넷(IoT) 가전 제품의 해킹 위험성 해소를 위해 보안 인증 정책을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미국 소비자 데이터 침해 보고서에 따르면 1년간 미국에서 스마트 가전을 통해 유출되는 소비자 기록은 28억개다. FCC는 "해킹 집단이 (AI 가전을 이용해) 일반 가정을 감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중저가 라인업의 확대, 보안 솔루션 강화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가전 시장의 전반적인 수요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중국산 가전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는 만큼 시장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전업계 핵심관계자는 "AI 가전의 성능은 입증됐으나, 여전히 가격 문제로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가 많다"며 "좀 더 가격대를 다양화해 선택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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