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수탈 역사공간서 문화예술의 꽃 피울것”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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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 역사의 닫힌 공간이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고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상징적 공간이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했다.
1984년 민간에 팔린 후 설립 100년이 되던 해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키퍼의 작품들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문명의 폐허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만큼 식민지배와 수탈을 상징하는 역사적인 공간에서의 전시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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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척식주식회사 ‘리모델링’
2년 전 시민 위한 공간으로 변모
안젤름 키퍼 등 거장 잇따라 찾아
“공간이 보유한 힘이 전시의 힘”
“식민 역사의 닫힌 공간이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고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상징적 공간이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대전 동구 복합문화예술공간인 헤레디움(Heredium) 얘기다. 헤레디움은 라틴어로 ‘유산을 물려받은 토지’라는 뜻이다.
올해도 헤레디움의 기획전은 빛을 발하고 있다. 데이비드 호크니, 쿠사마 야요이, 로즈 와일리에 이어 레이코 이케무라가 헤레디움에서 전시를 열고 있다. 이달부터 8월까지 만나볼 수 있는 레이코 이케무라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작품으로 이야기하며 사회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같은 전시목록은 함 관장의 철학이자 기획전 기준이다. 함 관장은 기획전에 앞서 작가들과 작품 설치와 동선 등 전시 관련 모든 것을 상의한다. 그는 “100년이 넘은 근대건축물이기 때문에 기둥이나 창문이 많아 작품 배치와 동선 등 전시 디자인에 대해 숙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곳을 찾은 작가들 모두가 이 같은 요청을 수락했다고 전한 함 관장은 “공간이 갖고 있는 힘이 전시의 힘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헤레디움의 전시기간은 보통 4∼6개월이다.
함 관장은 헤레디움이 프랑스 남동부의 한적한 시골 오트리브의 ‘이상의 궁전’(팔레 이데알·Palais Ideal)처럼 되길 바란다. 팔레 이데알은 우편배달부인 슈발이 딸을 위해 33년 동안 돌과 시멘트를 섞어 만든 ‘작은 궁’인데, 이 건물을 보러 전 세계에서 연간 10만명이 찾는다. 함 관장은 “팔레이데알 건물 자체가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피카소 등 현대미술 전시와 콘서트 등 각종 공연과 패션쇼가 열리는, 그야말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애초 디자인을 공부했던 함 관장이 미술로 시선을 돌린 건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미술작가들의 통역을 맡으면서다. 그러다 파리1대학 판테온 소르본에서 미학을 전공하며 이 길로 들어섰다. 파리에선 ‘베르사유궁 이우환전’ 등의 프로젝트와 파리 이응노레지던스에 참여했고 한국에선 부산비엔날레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함 관장의 목표는 헤레디움이 대전 문화예술의 마중물이 되는 것이다. 그는 “헤레디움은 대전역에서 가깝고, 인근엔 옛 충남도청사, 철도관사촌, 테미오래(옛 충남도 관사촌) 등 대전 근현대사를 품고 있다”며 “주말에 전시회를 보러 서울이 아닌 대전을 찾을 수 있도록 헤레디움의 색깔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글·사진 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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