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 운문사-바람은 목련을 흔들고, 북소리는 봄을 부르고[정태겸의 풍경](64)
2024. 4. 10. 06:03
10여 년 만에 경북 청도 운문사를 찾았다. 생각보다 봄볕이 포근하고, 제법 따스한 날이었다. 숱하게 많은 사찰을 다녔는데, 운문사를 참 좋아한다. 이처럼 단정하고 잘 가꾼 정원이 돋보이는 곳은 드물다. 무엇보다 운문사의 새벽은 감동이다. 이 시대에 이처럼 간절한 소리가 전율이 일도록 하는 의식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감동적이다. 오죽하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운문사의 새벽예불을 극찬했을까. 아직도 오래전의 그 새벽이 눈과 귀에 선하다.
운문사 경내를 돌아다닐 때 북소리가 울렸다.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았지만, 저녁이 찾아왔음을 알리는 신호다. 스님 둘이 나란히 서서 번갈아 가며 북을 쳤다. 꽃을 좇아 절 안으로 들어와 있던 모두가 걸음을 멈추고 북을 울리는 현란한 몸동작에 빠져들었다. 마침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목련 가지를 흔들었다. 그제야 하얀 꽃의 존재가 드러났다. 북소리의 장단에 맞추듯 목련의 우아한 꽃잎이 살랑거렸다. 마치 춤을 추는 듯, 이 봄날의 축제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하루가 저물기 전 햇살은 여전히 포근하고, 하루의 끝을 알리는 북소리는 심장 박동처럼 울려 퍼졌다. 시나브로 봄이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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