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도 주변약국·식당도 경영난…"지방은 문닫을 판"
500병상 이상 수련병원 50곳 평균 84억여원↓
병원 상권 직격탄…지방사립대병원도 문닫을판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빅5'를 비롯한 대학병원들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빅5'는 물론 그동안 겨우 버텨온 지방 사립대병원의 도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삼성서울·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은 하루 10억 원 이상씩 적자를 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한달 간 511억 원 손실을 봤다. 현 상황이 연말까지 지속되면 순손실이 4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빅5' 병원이 적자로 신음하고 있는 것은 인력 부족으로 입원·수술 등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인건비는 고정적으로 지출되고 있어서다. ‘빅5′ 병원의 경우 인건비가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대형병원의 경영난은 과도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의존이 주원인이다. '빅5' 병원은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중이 약 40%에 달한다. 병원들은 고질적인 저수가(낮은 의료비용) 체계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전문의 대신 전공의의 최저임금 수준(시간당 1만2000원)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왔다. 국내 의료 수가(의료서비스 가격)는 원가의 70~80% 수준으로, 원가도 보전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들은 수술·입원·응급실 환자 등을 돌보며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해왔다.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은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무급휴가 등에 나섰다. 특히 서울아산병원은 오는 19일까지 일반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내달 31일 시행하기로 했다.
대형병원 뿐 아니라 다른 대학병원들도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가 전국 500병상 이상 수련병원 50곳을 대상으로 경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2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후 병원당 의료수입은 평균 84억7670만 원 감소했다. 특히 10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의 의료수입은 전년 대비 19.7% 줄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대형병원들이 병원 운영, 미래 투자 등을 위한 적립금인 '고유 목적 사업 준비금'으로 전문의 채용 등에 투자하기 보다 병상 확대 등 시설에 투자해온 것도 경영 위기가 초래된 한 요인"이라면서 "만성적인 저수가 체계 개편과 함께 외형 확대 위주의 경영방식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형병원 9곳은 수도권에 병상 총 6600여 개 규모의 대규모 분원 11곳을 짓고 있다.
병원을 찾는 환자가 급감하면서 병원 인근의 식당과 약국 등 상권도 직격탄을 맞았다. '빅5' 병원 중 한 곳에 입점해 있는 안경원을 운영하는 상인은 "원래 임대료 자체가 비싼데 외래 환자까지 크게 줄면서 매출이 뚝 떨어졌다"면서 "주변 약국들과 병원 내 식당들도 상황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특히 오래지 않아 문을 닫는 지방 사립대병원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방 사립대병원은 지방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해왔지만, 지방의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몰리면서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왔다. 경영이 부실한 지방 사립대병원들은 '빅5'병원처럼 낮은 금리로 마이너스 대출을 받기 쉽지 않고, 상황에 따라 대출 자체를 받기 어려운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내달 직원 월급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른 순천향대천안병원은 이달 들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충북대병원, 울산대병원 등도 전시에 준하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경영 안정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만성화된 저수가 속에서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구조적 적자를 벗어날 방법이 없다"면서 "구조조정을 하고 파산하는 2~3차 병원이 20여 곳에 달하면 수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하고, 간접 고용 인력까지 포함하면 수십만 명, 분원 설립이 취소되면 수백만 명 이상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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