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 참패부터 대파 논란까지···'바람 잘 날 없던' 與 민심도 '출렁'

이진석 기자 2024. 4.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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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까지 반년, 꼬리에 꼬리 문 변수
강서 보궐 패배·김기현 지도부 붕괴
혁신위·비대위 출범하며 반등했지만
이종섭 논란 등 용산발 리스크에 발목
'호재·악재' 변수따라 지지율 등락 반복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대한민국 살리기' 제22대 총선 파이널 총력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권욱 기자
[서울경제]

대한민국 4년간의 국정운영 향방을 정하는 4·10 총선 결전의 날이 밝았다. 지난 반년 간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을 향한 민심은 전례 없는 변수들로 출렁거렸다. ‘김기현 지도부’의 몰락을 가져온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부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의 출범, ‘윤(尹)·한(韓) 갈등’과 ‘이종섭 논란’ 등 이슈가 이슈를 덮는 양상이 이어지며 정국이 조용할 날이 없었다.

여당의 총선 채비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지난해 10월 11일부터 사실상 시작됐다.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수도권 민심의 가늠자격인 보선에서 참패하자 당내에서는 ‘수도권 위기론’이 확산하는 동시에 김기현 대표 체제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선거직후인 10월 둘째 주(10월 12~13일·유권자 1003명 대상) 더불어민주당(50.7%)과 국민의힘(32.0%)의 지지율 격차는 18.7%포인트 차로 벌어지며 당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이게 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2월 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인사를 나눈 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권욱 기자

국민의힘은 침체의 수렁에서 벗어나고자 당 쇄신작업을 외부 인사인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맡겼다. 지난해 10월 23일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는 지도부 및 중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등 당 주류에게 희생을 권고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주류 세력의 무관심과 지도부의 방관 속에 조기 해체 수순을 밟았다.

혁신위마저 좌초되자 김기현 지도부에 대한 불신론이 분출되는 가운데 대안격으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의 ‘총선 등판론’이 새롭게 떠올랐다. 김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13일 돌연 당 대표 사퇴를 선언하면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여의도 데뷔’ 시계는 더욱 빨라졌다. “한동훈 카드로 돌아선 중도층을 사로잡을 수 있느냐”는 내부 여론도 만만찮았지만, 당내 격론이 오간 끝에 결국 ‘한동훈 비대위’가 그해 12월 26일 닻을 올렸다.

한 위원장의 정치행보는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 백 수수 논란이 불거지며 블랙홀처럼 정국을 빨아들였다. 야당이 연일 디올백 논란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자 한 위원장은 1월 18일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이는 되레 용산의 심기를 거슬러 ‘1차 윤·한’ 갈등의 시발점으로 작용했다. 급기야 한 위원장의 '김경율 사천(私薦)' 논란까지 터져 나오며 거취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연출됐으나 같은 달 23일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 ‘극적 회동’이 이뤄져 갈등이 일단락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위원장은 용산과 대립한 모습을 통해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덧씌워진 ‘윤석열 아바타’라는 꼬리표를 떼는 이득을 취했다. 윤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난 지도자로서의 이미지가 부각되며 여당의 지지율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 2월 4주차(지난 22~23일·유권자 1002명 대상)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43.5%)의 지지율이 약 1년 만에 민주당(39.5%)을 앞서는 ‘골든크로스’가 나타났다. 여기에 대통령실의 '의대 정원 증원' 계획 발표와 민주당의 공천 논란이 반사이익으로 작용하며 ‘한동훈호(號)’는 겹호재를 맞았다.

하지만 순항은 오래가지 못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고 외압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선상에 오른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임명과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막말 논란이 겹치며 여당을 끈질기게 괴롭혔던 ‘수도권 위기론’이 재확산하면서다. 지지율 상승 요인으로 여겨졌던 의대 정원 증원 이슈도 의정갈등으로 비화되며 민심 이반을 낳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정 지지도의 동반 하락이 두드러진 가운데 지난달 28~29일 여론조사(유권자 1004명을 대상)에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35.4%를 기록해 민주당(43.1%)에게 7.7%포인트 차로 뒤쳐졌다.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3월 2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위산업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대통령실이 지난달 20일 이 대사의 조기 귀국과 황 수석의 사퇴를 수용하며 ‘용산발(發) 리스크’가 끝나는 듯 했지만, 이어진 윤 대통령의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발언이 또 다른 불씨를 댕겼다. 이는 총선 과정에서 야당이 대파를 앞세워 ‘민생실패’ 공세를 퍼붓는 빌미가 됐다. 한 위원장은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 ‘개헌저지선(100석)’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자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집중 유세를 벌이면서 “무도하고 뻔뻔한 야당을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석을 달라”고 ‘거야 견제’를 읍소하는 전략을 펼쳤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진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1%포인트다. 수치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대한민국 살리기' 제22대 총선 파이널 총력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권욱 기자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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