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구글·오픈AI 이어 MS까지… 인공지능 시대 거점 된 런던
옥스포드·케임브리지大 등에서 고급 AI 인재 배출
AI 의제 주도하는 영국 정부, 규제 대신 혁신에 방점
영국의 수도 런던이 인공지능(AI) 시대 글로벌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8일(현지시각) 런던에 새로운 AI 허브를 구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MS AI 허브는 런던에 본사를 둔 AI 스타트업 인플렉션과 바둑 AI ‘알파고’로 알려진 구글 딥마인드 출신 AI 엔지니어 조던 호프만이 이끌 예정입니다.
MS는 AI 허브를 통해 최첨단 AI 모델과 인프라를 발전시키겠다는 목표입니다. 또 AI 허브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실제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MS 사내 AI 팀, 오픈AI 등과 협력할 것이란 게 MS의 설명입니다. 현재 MS는 오픈AI의 지분 49%를 가진 대주주입니다.
MS의 AI 허브 구축은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영국의 AI 기술 향상을 위해 앞으로 수년간 25억파운드(약 4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계획 중 하나입니다. 무스타파 술레이만 MS AI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블로그를 통해 “영국의 탁월한 인재 풀과 AI 생태계를 깊이 인식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몇 달 동안 채용공고를 통해 흥미롭고 도전적인 AI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뛰어난 인재를 적극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로이터통신은 MS의 AI 허브 설립에 대해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AI 안전성 정상회의’를 개최하며 ‘기술 강국’으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온 영국의 승리”라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전 세계에 생성형 AI 열풍을 일으킨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지난해 6월 영국 런던에 첫 해외사무소를 설립한 바 있습니다. 오픈AI 본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데 해외사무소 설치는 2015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입니다. 당시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런던 사무소 설립이 세계적 수준의 인재를 유치하고 범용 AI 개발 및 정책 혁신을 주도할 기회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유럽 사무소 후보지로 폴란드와 프랑스도 언급했지만 영국을 선택했습니다.
런던에는 구글의 AI 전략을 주도하는 구글 딥마인드 본사가 있는 만큼 영국에서 빅테크 기업 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내로라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런던에 집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AI 고급 인재를 확보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영국에는 케임브리지대, 옥스포드대 등 세계적 수준의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이들 기관은 AI와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옥스포드대는 올해 더타임스가 선정한 세계대학 순위(컴퓨터과학 부문)에서 미국 스탠퍼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학문적 토양도 탄탄합니다. ‘컴퓨터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링이 케임브리지대 출신이며, 알파고의 아버지인 데미스 하사비스도 케임브리지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했습니다.
영국은 과학자·엔지니어 등의 인재를 자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지난 2022년 글로벌 상위 50위권 대학 졸업생들에겐 당장 일할 곳을 정하지 않아도, 영국에 2~3년 거주하며 첨단산업 분야 취업 활동을 할 수 있는 ‘고도 인재 비자(HPI)’를 신설했습니다. HPI와 함께 글로벌재능(GT) 비자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영국 내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학생들의 영국 거주 요건을 완화했습니다.
리사 수낙 영국 총리는 AI 연구를 위한 수퍼컴퓨터 구축 예산에만 10억파운드(약 1조7149억원)를 배정했습니다. 영국 정부 자체 초거대언어모델(LLM)인 ‘브릿(Brit)GPT’ 구축에도 10억파운드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영국은 지난해 11월 블레츨리 파크에서 전 세계 최초로 AI 안정성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AI 의제 설정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28개 국가 정상 및 장관이 모여 지속가능한 AI 규범 및 제도 확립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특히 영국 정부는 지난해 3월 AI 백서 ‘AI 규제에 대한 친혁신적 접근’을 발표하는 등 EU와 달리 AI 규제법을 만들 계획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기업들에게 친화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김명주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장(서울여대 교수)은 “영국은 전통적으로 AI 관련 이론과 윤리 부분에서 미국보다 앞서고 실질적인 연구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면서 “빅테크 기업 입장에서 EU의 강한 규제를 피하면서도 유럽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영국이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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