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 화폐 '은화'의 기원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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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기경 중세 유럽에서 사용된 은화의 출처가 화학 분석을 통해 규명됐다.
로리 나이스미스 영국 케임브리지대 초기중세영국사학과 교수가 이끈 연구팀이 중세 유럽에서 사용된 은화의 성분을 분석해 유럽이 초기 비잔틴 제국의 은화를 재활용하다가 이후 새로 채굴한 금속을 활용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고대(Antiquity)'에 9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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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기경 중세 유럽에서 사용된 은화의 출처가 화학 분석을 통해 규명됐다.
로리 나이스미스 영국 케임브리지대 초기중세영국사학과 교수가 이끈 연구팀이 중세 유럽에서 사용된 은화의 성분을 분석해 유럽이 초기 비잔틴 제국의 은화를 재활용하다가 이후 새로 채굴한 금속을 활용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고대(Antiquity)'에 9일 발표했다.
7세기 후반 도입된 화폐인 은화는 중세 북서부 유럽 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유통되는 은화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금을 대체하고 무역과 신도시 발전을 촉진했다.
은화의 출처는 그동안 명확하지 않았다. 로마의 고철을 재활용했다는 가설, 비잔틴 제국 혹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수입됐다는 가설, 유럽의 광산 부흥에 따라 은이 공급됐다는 가설 등이 있다. 은화의 기원을 파악하면 장거리 무역 경로를 보여주고 경제 팽창 및 수축 시기를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피츠윌리엄 박물관에 보관된 중세 유럽 은화 49개의 납 동위원소와 미량 원소를 분석했다. 은화 속 납 동위원소 비율과 금, 비스무트 함량으로 은의 출처와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은화 분석 데이터를 영국, 프리지아(지금의 네덜란드, 독일 북해 연안), 프랑크 왕국의 동시대 은화에 대한 기존 원소 데이터 세트와 비교하고 이후 시대의 골동품 속 금속도 함께 분석했다.
분석 결과 8세기에 사용된 은화는 750년을 기준으로 둘로 나뉘었다. 첫 번째 그룹은 660~750년에 생산된 은화로 영국과 프리지아, 프랑크 왕국에서 만들어졌다. 연구팀은 "이 시기의 은화는 금 함량이 높은데 동부 비잔틴 제국에서 쓰인 은화와 금 함량, 동위원소가 비슷하다"며 "비잔틴 은이 7세기 북해 주변에서 주조와 무역이 급증한 주요 원천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특히 금 함량이 불규칙한데 이는 은이 새로 채굴된 것이 아니라 재활용됐다는 뜻"이라며 "영국과 프랑크 왕국의 엘리트들은 은그릇과 은제 물건 등으로 비잔틴의 은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두 번째 그룹인 8세기 중반 이후(750~820년)에 주조된 은화는 이전 은화에 비해 금 함량이 낮았다. 연구팀은 이 시기의 은화가 새로운 은으로 만들어져 새로운 은 공급원이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은 공급원으로 7세기 후반에 개발되어 8~9세기에 절정에 이른 지금의 프랑스 남서부 아키텐 지역의 '멜레 광산'을 지목했다.
연구팀은 "멜레 광산에서 나는 은에 포함된 금 함량이 낮아 가장 유력한 출처"라며 "793년 서·중부 유럽 국가인 카롤루스 제국의 샤를마뉴의 화폐 개혁으로 멜레 광산에서 나온 은 사용이 광범위하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종합해 보면 750년 이전 유럽에서 사용량이 증가한 은화는 비잔틴 제국의 은을 재활용해 만들어졌고 750년 이후 멜레 광산에서 채굴한 은으로 만든 은화가 화폐 개혁으로 널리 쓰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팀은 "박물관 소장품을 기반으로 데이터 세트를 확장해 귀금속의 지구화학적 특징을 분석하면 먼 과거의 자원 획득과 이동 패턴을 더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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