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럼에도' 투표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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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 가서 그냥 백지 내고 나올 겁니다."
마음에 안 들지만 투표를 안 할 순 없고, 찍을 사람은 없으니 무효표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다.
투표는 해야겠는데, 찍을 사람은 없고.
최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총선 캐스팅보터-2030 표심' 기획 기사를 위해 만난 2030세대 유권자 16명 중 투표를 안 하겠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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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 가서 그냥 백지 내고 나올 겁니다."
최근 만난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가 보좌해온 의원은 당 내 공천파동을 겪고 경선에서 탈락했다. 그는 어차피 우리 텃밭이니 후보를 '꽂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마음에 안 들지만 투표를 안 할 순 없고, 찍을 사람은 없으니 무효표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다. 물론 그가 진짜 무효표를 찍고 나왔을 것 같진 않다. 그저 국회, 심지어 한 정당 안에서조차 배척의 정치가 펼쳐진 것에 어떤 식으로든 항의 표시를 하고 싶다는 마음일 것이다.
투표는 해야겠는데, 찍을 사람은 없고. 이런 고민은 비단 정치 고관여층만의 것은 아닌 듯 하다. 최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총선 캐스팅보터-2030 표심' 기획 기사를 위해 만난 2030세대 유권자 16명 중 투표를 안 하겠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뽑고 싶은 사람도 없고, 투표를 통해 삶에 어떤 것이 나아질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한 25세 여성 유권자는 "거대 양당정치만 아니면, 내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있다면 그 곳에 표를 주고 싶다"고 했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에 선택지가 적은 건 사실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2대 총선의 지역구 후보자는 699명으로 지난 총선보다 무려 402명(38%) 줄었다. 경쟁률은 2.75대 1로 39년 만에 최저치다. 반대로 비례정당은 38개로 역대 총선 중 가장 많다. 지역구 후보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둘 중에서만 골라야 하는데 비례정당은 선택지가 너무 많은 역설적인 상황이다.
물론 선택지가 많다고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제3지대를 표방하고 나온 정당들마저 이번 선거에서 의미있는 정치세력화에 성공할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에서는 재외국민 투표율, 사전투표율 모두 역대 총선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무리 정치권이 혐오 정치를 조장해도 주권자로서의 권리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것이다.
투표 당일인 오늘, 이왕 투표장에 간다면 그나마 내 삶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해줄 것 같은 정당과 후보를 소신껏 찍고 나오는 게 어떨까. 투표 기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듯 '무효표'로도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순 없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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