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늘밭서 '110억' 와르르…전국 뒤집은 뭉칫돈 정체[뉴스속오늘]
2011년 4월10일. 전라북도 김제시 금구면 선암리 축령마을의 한 마늘밭에서 5만원짜리 현금 뭉치가 쏟아져 나왔다. 굴착기로 파헤쳐 나온 금액은 총 110억원가량이었다.
이 돈은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던 충남 이모씨 형제가 벌어들인 '검은돈' 150억원의 일부였다. 이들의 매형 이모(당시 52세)씨 부부가 처남들의 돈을 받아 마늘밭에 숨겼다.
이 사건은 굴착기 기사 안씨(64)의 신고로 알려졌다. 애초 땅 주인의 부탁으로 마늘밭에서 소나무·매화나무 등을 옮기던 안씨는 이씨로부터 도둑으로 몰리자 "누명을 벗겠다"며 신고에 나섰다. 이씨는 처남 몰래 쓴 2억4000만원을 굴착기 기사에게 뒤집어씌우려다 경찰에 발각됐다.
매형 이씨는 2009년 6월 처남의 부탁을 받은 이들로부터 현금 17억원을 건네받았다. 이씨는 현금을 본인 차량에 실은 뒤 부인과 사는 전주시 모 아파트에 옮겼다. 이런 식으로 이씨는 2011년 1월까지 12차례에 걸쳐 현금 112억3474만원을 받아 집 장롱 안과 화장대 밑, 다용도실, 금고 등에 나눠 보관했다.
이씨 부부는 처남에게 "땅을 사서 안전하게 돈을 묻으라"는 지시를 받고 2010년 5월 18일 1억원으로 김제에서 토지 2필지를 샀다. 이씨 부부는 아파트에서 보관하던 돈 110억가량을 10차례에 걸쳐 운반한 뒤 삽과 곡괭이로 흙을 파 김제 땅에 묻었다. 여기에 마늘 고추 들깨 등을 심었다.
이씨는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을 받았으며 이씨의 부인(당시 50세)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씨 등이 숨긴 범죄 수익금 전액과 이 돈을 파묻은 마늘밭을 몰수한다"고 판결했다.
이씨의 처남들은 2008년부터 1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서버를 개설하고 중국 청도시에 충·환전 사무실을 차린 뒤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150억원 상당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처남은 도박장 개장 등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자 수익금을 이씨 부부에게 숨겨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의 작은 처남은 대전지법에서 징역 1년6개월 형을 받았으며, 범죄수익 60억원 가량을 들고 잠적한 큰 처남은 기소중지된 상태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안씨와 안씨 아내는 "돈을 감췄다" "멍청하게 왜 신고했냐"고 비난하거나 "숨겨둔 돈 나눠 달라"는 사람들에게 시달리게 됐다. 안씨는 한달에 700만원씩 벌던 일을 그만뒀고 안씨 아내 역시 운영하던 식당 문을 닫았다.
안씨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이야기'에 출연해 스트레스와 분노로 매일 술을 마시는 바람에 간암과 대장암 투병을 했고 '조폭 개입설'이 돌아 수년간 불안에 떨며 지냈다고 밝혔다. 안씨는 "머리맡에 항상 가스총을 두고 잤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법무부는 김제 마늘밭 사건 이후 범죄수익환수 포상금 제도를 만들어 2014년 5월 29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불법 범죄수익이 국고에 귀속된 경우 이를 수사기관에 신고한 사람 또는 몰수·추징에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국고귀속 금액이 100억원 이상 200억원 미만이면 7000만원, 200억원은 1억원까지 지급한다.
안씨가 신고할 당시 해당 제도가 있었다면 안씨는 최대 70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김제 마늘밭 사건이 터진 이후 해당 땅에는 전국 각지에서 '기를 받겠다' '흘린 돈 없나' 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여기가 110억이 묻혔던 장소냐'고 물으며 주민들을 못살게 굴었다.
무속인들의 방문도 잦았다. '금전운'과 관련된 소문으로 인해 기도를 드리거나 기를 받겠다며 땅에 눕는 무당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돈다발이 묻혀 있던 마늘밭은 현재 황무지로 변했다. 2014년 당시 전주에 사는 50대 남성이 경매에 나온 마늘밭을 주변 시세보다 2배가량 비싼 1억500만원에 낙찰받았고 이후 별다른 개발 없이 내버려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아라 기자 aradazz@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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