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나쁜 LEE, 행운 다가오고 있다"…'3G 무안타→2G 3안타' 이정후의 부활? 지표가 말해준다, 머지 않았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이제는 행운이 다가오고 있음을 암시한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 홈 맞대결에 중견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으로 모처럼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0.205까지 떨어졌던 타율을 0.238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2022시즌 키움 히어로즈에서 타격 5관왕과 함께 정규시즌 MVP 타이틀까지 품에 안은 이정후는 그해 겨울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그리고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는 '악마'로 불리는 스캇 보라스와 손을 잡으며 기대감을 키웠다. 이정후는 몸값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던 2023시즌을 발목 수술로 인해 놓치게 됐지만, 이미 수년간 차곡차곡 쌓아놓은 커리어와 국제 대회에서의 성적은 이정후의 가치를 평가하기에 충분했다.
보라스에 따르면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직후부터 절반 이상의 구단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당시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의 보도에 따르면 보라스의 멘트는 결코 '허풍'이 아니었다. 빅리그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좌타자 외야수가 필요한 대부분의 팀들이 이정후의 영입을 고려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 결과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31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품에 안았다.
이정후가 포스팅이 됐을 당시 미국 현지 언론들은 그의 몸값으로 5000만 달러(약 668억원) 수준을 예상했는데, 지금까지 버스터 포지를 제외하면 야수에게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안긴 적이 없었던 샌프란시스코는 이를 훨씬 웃도는 금액을 투자했다. 그만큼 기대감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 이로 인해 계약 직후 현지 복수 언론은 오타니 쇼헤이의 영입전에서 무릎을 꿇은 샌프란시스코의 '패닉바이', '오버페이'를 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범경기가 시작된 후 이러한 불명예 수식어는 모조리 자취를 감췄다. 가벼운 옆구리 부상으로 인해 시범경기 데뷔전이 조금 늦어졌지만, 이정후는 첫 경기에서 안타를 생산하더니, 단 두 경기 만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홈런포를 쏘아올리는 등 13경기에 출전해 12안타 1홈런 5타점 6득점 2도루 타율 0.343 OPS 0.911로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이로 인해 우려보다는 이정후를 칭찬하고, 기대감을 품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분명 정규시즌이 시작된 후의 분위기도 좋았다. 이정후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미국 본토 개막전에서 첫 안타와 타점을 생산하더니, 이튿날에도 멀티히트와 함께 타점을 손에 넣는 등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게다가 세 번째 맞대결에서는 첫 홈런포까지 쏘아 올리는 등 샌디에이고와 4연전에서 4안타 1홈런 4타점 타율 0.286 OPS 0.868의 성적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지난 2일 LA 다저스를 상대로 멀티히트를 터뜨렸고, 이튿날에도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빅리그 무대에서도 잘 적응하면서 좋은 모습을 이어가던 이정후가 침묵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일이었다. 이정후는 다저스를 상대로 무안타를 기록하더니, 다시 만난 샌디에이고를 상대로도 침묵을 거듭했다. 그 결과 0.316까지 치솟았던 타율은 0.200까지 수직 낙하했다. 이 때문에 이정후에게는 다시 좋지 않은 여론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최악의 흐름을 끊어냈다는 것. 이정후는 지난 8일 1안타 1득점, 9일 경기에서는 2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이정후가 부진하고 있는 것이 '운'이 따르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MLB.com'은 "이 선수들은 2024년 초반 스탯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4시즌 초반이지만 핫한 스타트로 눈에 띄는 선수들이 많다. 표본의 크기가 너무 작을 수 있지만, 일부 새로운 선수들 중에는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음을 시사하는 충분한 데이터가 있다"며 이정후와 함게 하드히트(95마일 이상 타구) 비율 54.1%, 헛스윙율은 8.8%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MLB.com'은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와 계약을 맺었을 때 이 25세의 선수는 중견수로 평균 이상의 수비와 함께 강력한 컨택과 뛰어난 선수간으로 인해 주전 선수가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운을 떼며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얼마나 큰 힘을 가져다 줄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정후는 50% 이상의 하드히트와 93.4마일 평균 타구속도 93.4마일(약 150.3km)로 좋은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후의 성적이 뒤따르지 않고 있는 이유로 너무나도 운이 좋다 않다고 짚었다. 그 이유로 wOBA(가중 출루율)을 짚었다. 이는 타석당 득점에 기여하는 것을 나타내는 지표. 현재 기록 중인 wOBA보다 예상 wOBA가 더 높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MLB.com'은 "이정후는 지금까지 형편없는 wOBA(가중 출루율) 0.249를 기록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부진한 이유를 짚으면서 "이정후의 예상 wOBA는 0.320로 운이 나쁘다는 것이다. 이제는 행운이 다가오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머지 않아 성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이정후는 2할 타율 붕괴 위기에서 다시 한번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타율을 끌어올렸다. 이제는 올라갈 일만 남은 셈. 이정후는 10일 오전 10시 45분 워싱턴과 다시 한번 맞붙는다. 상대 투수는 조시아 그레이. 그레이는 지난 2021시즌 데뷔해 2022년 7승(10패 ERA 5.02), 2023년 8승(13패 ERA 3.91)로 점점 성장하고 있는데, 올해는 2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14.04로 매우 부진한 편. 워싱턴을 제물로 삼아 이정후가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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