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나선 고려아연, 영풍과 결별 가속페달

이한듬 기자 2024. 4.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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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75년 동업관계를 유지해온 영풍과의 결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해 영풍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일가가, 고려아연은 최씨일가가 독립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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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이전·CI 변경 추진 이어 공동구매·공동영업도 종료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이 75년 동업관계를 유지해온 영풍과의 결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영풍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독립경영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

10일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영풍에 '원료 공동구매 및 공동영업'을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그동안 양사는 아연 등 주요 품목에 대한 원료 구매와 제품 판매 과정에서 공동 계약을 맺어왔는데 계약 만료에 맞춰 이를 종료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경기침체로 비철금속 시장에서 원료 수급과 제품 판매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경영환경 악화로 부담이 커지고 있어 실적 개선과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라는 게 고려아연 측 설명이다.

아울러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안전 리스크로 조업 차질과 생산량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고, 원료 구매의 불확실성으로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

고려아연은 "향후 원료 구매와 제품 판매에 있어 각 거래처와 개별적인 협상·계약을 진행하며 사업을 영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풍 관계자는 "기존에도 자체 전담부서와 인력이 있기 때문에 제품 판매와 원료 구매에 별다른 문제는 없다"면서도 "다만 공동 구매 및 영업을 중단하면 영풍뿐 아니라 고려아연도 협상력과 구매력이 낮아져서 양사 모두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데 이런 결정을 한 것이 아쉽다"고 전했다.

고려아연은 공동구매 및 공동영업 종료에 대해 경영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두 회사의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공동 설립해 영풍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일가가, 고려아연은 최씨일가가 독립경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두 집안 사이에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진 데 이어 올해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배당 정책과 정관 변경을 두고 두 회사 간 표대결이 벌어졌다. 최근엔 양사 협력의 상징이었던 서린상사 경영권을 놓고도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고려아연이 현대차그룹의 해외 계열사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신주를 발행한 것을 두고 영풍이 법원에 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 두 가문의 관계가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은 공동구매·공동영업 종료 외에도 영풍과의 관계 단절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려아연은 본사 소재지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종로구 그랑서울빌딩으로 옮겨 영풍과의 불편한 동거를 끝낼 예정이다. 4월말까지 사무실 인테리어 설계를 완료하고 7월까지 사무실 공사를 완료 후 고려아연 및 계열사의 모든 부서의 구성원을 이동시킨다는 계획이다.

CI 변경도 추진한다. 그동안 CI를 영풍과 공유했지만 앞으로는 독자적인 CI를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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