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태극마크 달까…류중일 감독 "KBO의 방향성 제시가 먼저"
"육성이냐 성적이냐, 선수 선발의 기준 달라져"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태극마크에 대한 열망을 보인 '괴물'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오는 11월 열리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14년 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공을 던질까.
류중일(61) 야구대표팀 감독은 확답을 피하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대표팀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9일 서울 잠실구장을 찾아 허구연 KBO 총재, 야구대표팀 코치진 등과 함께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한화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관전했다.
경기 시작 시간보다 약 한 시간 먼저 야구장에 온 류 감독은 3루 측 더그아웃으로 향했고, 훈련을 마친 류현진과 잠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류현진이 지난 2월 한화와 계약기간 8년, 총액 170억 원 조건으로 계약을 맺어 12년 만에 국내 무대로 복귀한 뒤 류 감독과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연스럽게 류현진의 대표팀 발탁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야구대표팀 전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류 감독은 프리미어12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회 예비 엔트리를 짜기 위해 KBO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면밀하게 점검하는 중이다.
류 감독은 "일단은 지켜봐야 한다. 현재 시점에선 뭐라 밝히기가 어렵다"면서 "일단 KBO가 대표팀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면 선수 선발의 기준도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육성과 성적 중 어떤 걸 목표로 프리미어12를 치를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어떤 방향성을 택하느냐에 따라 선수 선발 기준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야구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 수모를 당한 뒤 KBO는 대표팀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20대 젊은 선수들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렸고, 류 감독의 지도 아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준우승을 차지했다. 젊어진 대표팀은 지난달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메이저리그(MLB) 팀과 평가전에서도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KBO는 2026 WBC와 2028 LA 올림픽을 겨냥해 육성에 초점을 맞춰 대표팀을 운영했다. KBO가 이 기조를 유지한다면 류현진이 프리미어12에 참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번 프리미어12는 올림픽 출전권 등이 걸려 있지 않고, 우승에 대한 메리트도 크지 않다. 다만 대표팀이 최근 올림픽, WBC 등 국제 대회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프리미어12에서 명예 회복을 다짐할 수 있다. 한국은 2015년 초대 대회에서 일본, 미국을 연파하고 우승한 바 있다.
우승 도전 등 성적에 무게를 싣는다면 류현진 등 베테랑 선수들이 모처럼 태극마크를 달 여지가 있다.
류현진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2012년 말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뒤 부상과 소속팀의 반대 등으로 주요 국제 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지만, 한화로 복귀하면서 그런 장애물이 사라졌다.
다만 류현진이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몸 상태가 돼야 한다. 그는 독수리 군단 유니폼을 입고 세 차례 마운드에 올랐지만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8.36으로 고전했다. 매 경기 난타당하면서 피안타율이 0.359에 달한다.
여기에 대표팀의 고민은 마운드보다 타선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대표팀은 지난달 샌디에이고와 다저스를 상대로 각각 0-1, 2-5로 졌다. 잘 싸웠지만 타선의 폭발력이 떨어졌다. 류 감독도 당시 “투수는 좋았지만 타자는 약했다. 앞으로 전력강화위원회와 함께 대표팀 타선을 어떻게 강화할지 연구하겠다"고 짚었다.
지금도 야수 구성을 두고 고민이 많다고 했다. 류 감독은 "젊은 투수들이 잘하고 있어 대표팀 마운드가 좋아졌다. 하지만 확실하게 때려줄 타자가 없다. KBO리그에서 잘 치는 타자도 대부분 30대"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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