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대화파 vs 강경파’ 충돌, 다시 원점…총선 이후 더 답답
의협 사분오열…강경파 의협 장악 땐 상황 더 악화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의대 증원과 관련해 통일된 안을 내려던 의료계의 시도가 대한의사협회(의협) 내부 갈등에 대한전공의협의회와 이견을 보이면서 불발되고 말았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소통 창구를 일원화해 대정부 협상에 나설 것 같던 기대감도 사라지면서 총선 이후 의정 협상이 불투명해지는 모양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전날(9일) 브리핑에서 "가능하면 모든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서 내용을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11일, 12일에는 어려울 것 같다"며 "직역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고 (합동 기자회견 성사 여부를) 기다려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 측이 의협 비대위에 퇴진을 요구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8일 비대위에 공문을 통해 "의도와는 다르게 비대위 운영 과정에서 당선인의 뜻과 배치되는 의사 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뤄졌고 이로 인한 극심한 내외의 혼선이 발생했다"며 "임 당선인이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에 주어진 활동기간은 오는 30일로 길지 않은 시간이 남아있다"며 반박했다. 그는 "임 당선인이 현재 비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비대위 회의석상에서 발언한다면 충분히 반영될 수 있으나 보도자료를 통해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의료계 합동 기자회견과 관련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택우 의협 비대위 위원장,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김성근 위원장은 "박 위원장이 비대위 회의에서 합동 기자회견 발표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며 "박 위원장이 대전협의 입장을 확인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고, 그 과정이 아직 조율이 덜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신입생 모집 요강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물리적으로 2000명 증원 계획 변경이 가능하다며 수정여지를 남겼다. 대학이 입학 정원 등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할 경우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33조 3항에 따라 이달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총 정원 조정을 신청하고, 5월 말까지 대교협 심의를 받아야 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8일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이미 학교별로 배정해서 발표했기 때문에 되돌릴 때는 또 다른 혼란도 예상돼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은 틀림없다"며 "신입생 모집요강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물리적으로 변경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다음달까지 이어질 경우 의정 갈등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달을 넘기게 될 경우 협상 주도권은 의협 비대위에서 '강경파'인 임 당선인으로 넘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의협 비대위는 의대 증원 1년 유예와 논의를 제안하고 있지만, 임 당선인은 저출산 등을 이유로 의대 정원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의료계 내부 통합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앞서 임 당선인은 박 위원장과 SNS에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임 당선인은 윤석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두고 "의미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내부의 적"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박 위원장은 '내부의 적'이라고 인용한 보도를 두고 "유감"이라고 의견을 표명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교수들은) 이 사태를 끝내기 위해 빨리 협상 테이블에 앉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전공의들이 이 문제를 풀어줘야 하는데 인턴들이 (이번 사태로) 병원에 입사하지 않아서, (사직한) 전공의들이 복귀할 경우 인턴 일까지 떠맡아야 하므로 복귀를 더 꺼리고 있다고 한다"며 "전공의들은 7대 요구안 중 단 하나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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