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 영화관람도 '플라스틱 프리'

2024. 4. 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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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50실 이상 숙박업소 일회용품 제공 금지
소비자 불편·위생 고려하되 참여 늘어야
영화관 종이컵도 다회용컵 전환 필요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4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29일부터 객실 50실 이상 숙박업소는 일회용 칫솔, 치약, 면도기, 샴푸, 린스를 공짜로 손님에게 제공할 수 없다. 지난해 3월 자원재활용법 개정으로 객실 50실 이상 숙박업소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대상 업종으로 추가됐기 때문이다. 호텔이나 모텔을 이용하는 손님은 자기 칫솔 등을 가져가거나 유상으로 구입해야 한다.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통계청 숙박업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숙박업소 개수는 6만3,000개이며, 이 중 50실 이상 업소는 4,800개다. 전체 숙박업소 중 8%가 규제 대상이다. 관광호텔 및 콘도의 경우 2023년 기준 약 2,600개, 이 중 50실 이상은 약 1,200개다.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호텔이 규제 대상이다. 현재는 객실 50실 이상만 규제대상이지만 애초 계획대로 향후 모든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공짜로 나눠주는 것을 막는 것인데, 호텔 등이 자판기나 편의점을 통해서 일회용 칫솔 등을 판매하는 것으로 대응하면서 소비자 불만이 높다. 숙박비는 그대로 받으면서 일회용품 장사를 한다는 불만이다. 샴푸 등을 객실에 대용량 다회용기로 교체한 경우에도 위생 및 안전관리가 제대로 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

소비자 불만과 우려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호텔 등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면 일회용품 구매와 쓰레기 처리에 드는 비용이 그만큼 줄어든다. 소비자에게 그만큼 혜택을 돌려주는 고민이 필요하다. 다회용기 사용이 바람직하지만 용기의 세척관리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회용기를 사용하되 외부의 전문 세척·살균 시설을 활용함으로써 다회용기 위생·안전관리가 확실하게 된다는 것을 보증할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투명 페트병 수거함에 배출 규정에 맞는 투명 페트병들이 가득 담겨 있다.

칫솔 등 일회용품뿐만 아니라 무상으로 제공되는 페트병 생수까지 없애는 호텔도 있다. 일부 호텔은 복도나 객실에 정수기를 설치한 후 물병에 담아 이용하도록 하고 있고, 일부는 종이팩 생수나 재사용 유리병으로 교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앞으로 호텔 등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환경부는 호텔에서 배출되는 생수 페트병 재활용 캠페인을 업계와 공동으로 펼친 적이 있는데 페트병 재활용이 아니라 페트병을 포함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량 자체를 줄이기 위한 업계와의 협업이 필요하다. 올해 11월 부산에서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가 개최되는데, 이때만이라도 부산의 모든 숙박업소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모델을 전 세계에 보여줬으면 한다. 플라스틱 없는 섬을 선언한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숙박업소 플라스틱 일회용품 퇴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소비자들도 일회용품을 공짜로 나눠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여행문화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자기 칫솔과 치약, 텀블러 정도만이라도 들고 다니면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숙박업소가 바뀌는 만큼 영화관도 바뀌었으면 한다. 종이컵 사용 규제가 폐지되면서 다회용컵 전환 계획을 세웠던 영화관들이 다시 일회용 종이컵으로 후퇴했다. 양면 비닐 코팅 종이컵은 플라스틱컵이다. 동선이 한정된 영화관이야말로 다회용컵 적용 최적의 장소다. 영화관 다회용컵 모델을 제발 다시 살려내길 바란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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