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풍경] 협곡마다 비단 안개… 유비도 두보도 젖어 든 장대한 물줄기

최흥수 2024. 4. 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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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이창 600km, 중국 장강삼협 크루즈
중국 이창에서 충칭까지 600㎞ 양쯔강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장강삼협 크루즈가 신녀계 부근에서 무협으로 접어들고 있다. 희뿌연 안개가 오히려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촉나라 강아지는 해를 보면 짖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안개가 잦습니다. 햇볕을 볼 수 있는 날이 1년에 100일도 안 되기 때문에 충칭에는 피부 미인이 많습니다.” 현지 가이드의 농담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일기예보를 보니 장강삼협 4박 5일 여정 내내 흐리거나 비가 올 모양이었다. 홍보물에서 본 산뜻한 풍광은 애초에 기대하기 글렀고, 쓸 만한 사진 하나 건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결론은 기우였다. 장대한 물줄기와 웅장하게 솟은 바위 절벽에 걸린 운무며, 좁은 골짜기까지 촉촉하게 흩뿌려진 비단 안개가 그 강줄기에 기댄 삶과 어우러져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후베이성 이창(宜昌)에서 충칭(重慶)까지 물길 600㎞, 당대의 숱한 영웅과 문인들이 거쳐간 장강삼협을 따라간다.


잘 꾸며진 드라마 세트, 삼협인가

크루즈선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강물 위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 발코니 커튼을 열어 젖히니 녹음이 짙어가는 산자락과 마을이 잔잔한 수면에 잠겨 있다. 중국 전통 황금색 지붕의 작은 선박이 붓을 긋듯 미끄러진다. 언제 피어올랐는지 모를 안개가 사위에 고르게 퍼져 먼 산은 윤곽만 아슴푸레하다.

장강삼협 크루즈 출발지는 후베이성 이창, 티베트고원에서 발원해 동중국해로 흘러드는 양쯔강의 중하류 지점이다. 길이 6,300㎞, 나일강과 아마존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강이다. 이창은 인구 400만 명에 가까운 큰 도시지만 한국인에게는 낯선 지명인데, 위·촉·오로 대표되는 삼국지 시대 3대 전투가 벌어진 이릉이라면 조금 감이 잡힌다. 크루즈항이 위치한 시링구(夷陵區)의 한국식 발음이 바로 이릉이다. 기원전 초나라 시인 굴원과 중국 4대 미인이라는 왕소군의 고향이기도 하다. 장강삼협은 양쯔강에서도 풍광이 빼어난 취탕샤(구당협·瞿塘峽), 우샤(무협·巫峽), 시링샤(서릉협·西陵峽) 세 협곡을 가리킨다.

바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오션크루즈와 달리 이창에서 충칭으로 거슬러 오르는 장강삼협 리버크루즈는 기항지에서 내려 하루 한두 곳 인근 관광지를 둘러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창에서의 첫 일정은 서릉협의 삼협인가(三峽人家) 관광이다.

장강삼협 크루즈 중 투자족 주민 공연단이 삼협인가 투어에서 환영 나팔을 불고 있다.
장강삼협 크루즈 삼협인가 투어에서 전통복장을 입은 투자족 여인들이 환영의 춤을 추고 있다.
장강삼협 크루즈 삼협인가 투어에서 전통복장을 입은 투자족 여인들이 환영의 춤을 추고 있다.
장강삼협 크루즈 삼협인가 투어에서 전통복장을 입은 투자족 여인들 환영의 춤을 추고 있다.

오전 8시 배에서 내려 주차장으로 나가니 버스 수십 대가 대기 중이다. 다국적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싼샤댐 하류로 40여 분 이동하는 동안 투자족 가이드가 중국어와 영어로 쉬지 않고 해설을 이어간다. 투자족(土家族)은 후난·후베이·구이저우성과 충칭시 등에 거주하는 민족이다. 약 700만 명으로 중국 소수민족 중 여섯 번째로 많다. 삼협인가는 장강 지류인 롱진시(龍進溪) 약 2㎞ 계곡을 따라 투자족의 전통 생활상을 재현한 명승지다. 험한 산과 강을 접하고 있는 지역이라 투자족은 주로 뱃사공으로 생업을 이어왔고, 척박한 농경지에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은 고구마 감자 옥수수 정도였다고 한다.

계곡 어귀로 들어서니 두 남성이 언덕배기 망루에서 나팔을 불며 여행객을 맞는다. 이어 뱃사공들이 굵은 동아줄로 돛단배를 끌어 부두에 대고, 빛깔 고운 복장을 한 여인들이 징검다리 위에서 춤을 추며 환영한다. 계곡으로 눈길을 돌리면 지체 높은 집안의 규수인 듯한 젊은 여성이 유유히 뱃놀이를 즐기고 있다. 숲속에서 피리 소리 들려오고, 뒤편 다리 아래에서 뿜는 안개가 수면에 얇게 퍼지니 시간을 수백 년 되돌린 듯한 몽환적인 풍광이 연출된다. 이렇게 뿌연 날씨에 사진이 제대로 나올까 싶었는데 오히려 색감이 더 살아난다.

아름다운 산수를 배경으로 옛 생활상을 보여주는 삼협인가의 ‘실경 재현’은 계곡을 따라 계속된다. 노인은 그물로 물고기를 잡고, 동네 한량은 물가의 오리를 희롱하며 피리를 분다. 좁은 계곡 사이에서 주거니 받거니 남녀의 사랑노래가 이어지고, 아가씨들은 한가롭게 개울가에서 빨래를 한다. 하이라이트는 전통혼례 재현. 곱게 치장을 한 신부가 마당을 가득 메운 객석에 커다란 꽃술을 던지면 가장 먼저 잡는 총각이 신랑으로 간택되고, 즉석에서 혼례를 올린 후 하객들에게 사탕을 뿌리며 마무리된다.

장강삼협 크루즈 삼협인가 투어에서 전통복장의 투자족 여인이 안개 뿜는 계곡의 뱃전에서 관광객을 맞고 있다.
장강삼협 크루즈 삼협인가 투어에서 전통복장의 투자족 주민들이 혼례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장강삼협 크루즈 삼협인가 투어에서 꽃 광주리를 등에 진 투자족 여인들이 전통혼례를 재현하고 있다.

혼례를 치른 정자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황룡폭포가 나타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부챗살처럼 퍼지며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폭포수가 시작되는 곳에서 또 여지없이 인공 안개를 뿜고 있다. 바로 위는 원숭이 서식지다. 절대 먹이를 주지 말라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은근히 먹거리를 쥐여준다. 대장인 듯한 원숭이가 폭포가 배경으로 잡히는 명당을 차지하고 있다.

삼협인가는 잘 다듬은 드라마 세트 같다. 투자족 전통복장에 꽃 광주리를 등에 진 가이드가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한다. 녹색 계곡과 붉은 색깔 옷이 대조를 이뤄 색감이 산뜻하다. 맑고 화창한 날이었다면 이런 분위기를 연출하지는 못했을 듯하다. 피할 수 없으면 활용할 수밖에, 안개가 자원이자 돈이다.

장강삼협 크루즈 삼협인가 투어에서 용진계곡의 황금폭포가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장강삼협 크루즈 삼협인가 투어에서 투자족 남성이 계곡에서 피리를 불고 있다.
장강삼협 크루즈의 삼협인가 투어는 용진계곡이 양쯔강으로 흘러드는 서릉협에서 진행된다.

오후 일정은 인근 싼샤댐 관광으로 이어진다. 길이 2,309m, 높이 185m, 제방 폭이 135m에 달하는 세계 최대 댐이다. 일종의 기념관인 삼협공정박물관에 국가적 자부심이 가득하다. 댐 건설로 100만 명이 넘는 이주민이 발생했지만 이마저도 인민들의 애국심으로 포장됐다. 수많은 역사와 자연 유적이 수몰됐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 강 하류 중국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주민이 홍수 피해에서 벗어나게 됐고,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 발전으로 엄청난 양의 전기를 생산해 인근 10개 성에 공급한다는 경제적 지표에 가려졌다.

생태계와 기후에 미칠 우려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승강기 체험은 경이로울 수밖에 없었다. 체험은 댐 하류에서 3,000톤급 유람선을 타고 시작된다. 배는 300여 명의 승객을 태운 채 물길을 거슬러 댐 바로 아래 승강기로 들어선다. 여러 가닥의 굵은 쇠줄에 연결된 승강기는 배를 단 8분 만에 수직으로 113m를 끌어올려 댐 상류에 부려 놓는다. 제방 아래에서 물고기를 손으로 잡아 윗물에 풀어놓는 식이다. 지나온 물길이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고, 거대한 호수에 방류된 배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크루즈선으로 이동해 여행객을 내려준다.

여행객을 태운 유람선이 싼샤댐 승강기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싼샤댐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세계 최대의 승강기 체험. 승객을 태운 3,000톤급 유람선을 8분 만에 댐 아래에서 위로 올려 놓는다.
싼샤댐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세계 최대의 승강기 체험. 승객을 태운 3,000톤급 유람선을 8분 만에 댐 아래에서 위로 올려 놓는다.

승강기로 이동할 수 없는 큰 배는 바로 옆 5단 수로를 이용해 댐 상류와 하류를 오간다. 장강 물길이 거대한 댐에 막혔음에도 충칭과 상하이 사이 대형 물류가 끊기지 않는 이유다.


웅대한 대자연의 위엄, 신녀계

크루즈는 저녁식사와 함께 부두를 떠나 밤새 이동한다. 아침에 눈떠 보니 배는 수직 절벽 하단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에 정박하고 있었다. 충칭시 우산현 신녀계(神女溪) 입구다. 강 맞은편엔 1,000m가 넘는 바위 봉우리가 위용을 뽐내고 있다. 맞은편 강변에 탐방로가 보이는데 오를 엄두가 나지 않는 경사다. 정상에 뾰쪽하게 솟은 웅장한 바위 봉우리(여신봉) 옆에 사람 모양의 작은 바위가 보인다. 이 바위를 ‘신녀’라 부르고 그 시선이 닿은 맞은편 계곡이 신녀계다.

크루즈에서 내려 계곡 입구로 이동하니 약 20명이 탈 수 있는 작은 배들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산은 높고 강은 넓으니 벌레가 꼼지락거리는 듯 보인다. 관광객을 태운 배들이 열을 지어 천천히 계곡 안으로 들어간다. 수로는 점점 좁아지고 양쪽 봉우리는 높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았다. 앞선 배의 꽁무니만 따라가던 시선이 자꾸 위로 올려져 결국에는 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가 젖혀진다.

장강삼협 크루즈 선박이 암봉이 높이 솟은 신녀계 부근을 지나고 있다.
웅장한 바위 봉우리인 여신봉 뒤에 사람 모양의 신녀 바위가 보인다.
관광객을 태운 소형 유람선이 거대한 바위 봉우리가 치솟은 신녀계 협곡 비경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배를 타고 이동하면서 나타나는 신녀계의 다양한 지층이 예술이다.
신녀계의 바위봉우리가 고개가 아플 정도로 높이 치솟아 있다.

물길이 한 번씩 휘어질 때마다 비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협곡 속 협곡, 절경 속 절경이다. 은근한 탄성이 아니라 입이 떡 벌어져 말문이 막힌다. 그렇게 이어지는 12개의 높은 봉우리를 ‘무협십이봉’이라고 부른다. 삼협인가가 인공적 향기가 짙은 데 비해, 신녀협은 꾸미지 않은 거칠고 웅대한 대자연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수위가 낮아져 옥빛 수면 양쪽으로 드러난 지층도 예술이다. 벽돌을 차곡차곡 쌓은 모양부터 종잇장을 포개 놓은 것처럼 섬세한 퇴적층까지 층위도 다양하다. 뒤틀리고 경사진 모양새가 위대한 조각가의 솜씨를 능가한다. 까마득한 봉우리가 시선을 뺏지 않는다면 이것만 해도 영락없는 지질공원이다.

신녀계 바위 봉우리는 고개가 아플 정도로 치솟아 있다.
무협의 암봉이 물결처럼 흘러내린 모양새다.
장강삼협 크루즈 선박이 신녀계에서 무협으로 접어들고 있다.
무협을 통과한 크루즈가 우산(무산)현으로 접어들고 있다.

약 1시간 신선놀음이 끝나고 돌아오면 크루즈는 다시 본류를 거슬러 오른다. 강 양편으로 여신봉과 비슷한 높이의 험한 산줄기와 절벽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무협이다. 때마침 부슬비가 흩뿌리고 실안개에 희미하게 산줄기를 가렸다 내보이기를 반복한다. ‘무산의 안개를 보고 나면 세상의 안개가 안개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니 안개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협곡이다. 갑판으로 나온 승객도 꿈속 같은 풍경 속으로 하염없이 미끄러진다.


구당협 지나 삼국지 영웅과 시인의 마을 백제성

우산현을 통과한 크루즈는 삼협의 마지막, 구당협으로 접어든다. ‘험준하기로는 검각(劍閣)에, 웅장하기로는 기문(夔門)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모두 고대 촉나라 땅으로 들어가는 요새로 구당협의 별칭이기도 하다. 강 한쪽은 그나마 경사가 완만해 군데군데 민가가 자리 잡았는데, 반대편엔 무협을 능가하는 험한 산줄기가 치솟았다. 협곡의 마지막 구간 수백 m는 될 듯한 거대한 암벽을 통과할 즈음, 중국인 승객들이 10위안짜리 지폐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는다. 구당협과 양쯔강의 웅장한 자연을 도안으로 한 지폐다. 요즘 중국에서는 간편결제(페이)가 일상화돼 현금이 필요 없는데, 이 순간을 위해 일부러 준비한 듯하다. 강변 언덕에도 관광객이 몰려 승선한 여행객과 더불어 환호성을 지른다.

삼협의 마지막 구당협은 거대한 암벽으로 마무리된다.
구당협 웅장한 바위 봉우리 아래 유람선과 화물선이 물살을 가르고 있다.
구당협은 중국 지폐 10위안짜리에 등장하는 명소다.
크루즈 선상에서 보는 구당협 풍경.

구당협을 통과하면 도보 다리로 연결된 자그마한 섬이 보인다. 백제성(白帝城)이다. 우리 역사의 백제(百濟)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동한과 서한의 과도기 혼란을 틈타 나라를 세우고 스스로 황제라 칭한 공손술이 세운 성이다. 섬 꼭대기 우물에서 피어오른 안개를 백룡에 비유해 백제성이라 했다. 펑제(奉節) 부두에서 내려 백제성 입구까지는 버스로 이동한다.

다리를 건너 섬으로 들어서니 넓은 광장에 뜻밖에도 커다랗게 제갈량 동상이 세워져 있다. 뒤편 대형 비석 앞뒤에는 ‘출사표’ ‘후출사표’가 새겨져 있다. 섬 정상부의 탁고당 건물에 병든 유비가 아들 유선을 제갈량에게 부탁하는 장면을 재현해 놓았다. 제갈량이 혹시라도 딴맘을 먹을까 장포와 조운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이릉전투에서 대패한 유비는 병세가 악화해 이곳에서 끝내 생을 마감했다. 공손술의 백제성이 삼국지 서사로 채워진 이유다.

백제성 탁고당에 유비가 제갈량에게 아들 유선을 부탁하는 장면을 재현해 놓았다.

섬의 동쪽 언덕으로 오르면 지나온 구당협이 평온하게 조망된다. 일대에서 가장 높은 일명 ‘개구리산’ 꼭대기에 운무가 넘실거린다. 조망 좋은 곳에 두보의 동상이 구당협을 등진 채 세워져 있다. 크루즈가 정박한 부두 언덕에 ‘시성봉절(詩聖奉節)’이라는 큰 글자가 새겨져 있고, 그 위에 이백과 두보, 유우석, 백거이 등 이곳을 다녀간 시인의 석상이 세워져 있다. 백제성에는 이백의 ‘조발백제성(早發白帝城)’과 두보의 ‘등고(登高)’ 시비가 있다.

“아침 일찍 채운에 싸인 백제성을 떠나 / 천리나 되는 강릉까지 하루 만에 돌아왔네 / 양쪽 강 언덕에 원숭이 울음 그치지 않는데 / 날렵한 배로 만 겹의 산을 지나왔네.” 이백의 시에서 그 옛날부터 변함없는 장강삼협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이 연상된다. 두보의 시에는 가을의 쓸쓸함과 노년의 처량함이 묻어난다. 유비가 최후를 맞이한 곳에서, 흠모해 마지않던 이백까지 떠나보낸 노시인의 심경이 읽힌다.

백제성 두보 조각상 뒤로 안개 낀 구당협이 보인다.
평제 부두 어귀에 이백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크루즈는 다음 날 펑두현에 도착해 기착지 마지막 여행지 ‘풍도귀성(豊都鬼城)’을 둘러본다. 사후 세계를 주제로 꾸민 일종의 테마파크다. 펑두(豊都)의 옛 지명은 평도(平都)였다. 전설에 의하면 평도명산에서 수련한 음장생과 왕방평이 신선이 됐다. 이후 평도명산은 도교의 성지가 됐고, 음씨와 왕씨에서 비롯한 ‘음왕’은 저승의 왕이기 때문에 ‘귀신의 성(鬼城 )’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제법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면 부처님을 모신 불교사원, 옥황상제를 알현하는 옥황전, 염라대왕과마주하는 천자전 등이 나타나고, 탐방로에는 사후 세계를 관장하는 여러 귀신상이 도열해 있다. 길 안내판 위에는 혓바닥을 길게 내민 착한 귀신이 ‘너도 여기 왔구나’라는 인사말이 적힌 모자를 쓰고 있다. 중국인의 내세관과 종교관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장소다. 풍도귀성을 둘러본 크루즈는 다음 날 아침 충칭 도심 차오텐먼 부두에 여행객을 내려놓는다.

풍도귀성은 사후세계를 주제로 꾸민 일종의 테마공원이다. 탐방로 곳곳에 여러 귀신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풍도귀성 안내판마다 착한 귀신이 혓바닥을 내밀고 있다.
풍도귀성에서 내려다보는 크루즈 부두와 펑두 시내 풍경.
중국 장강삼협 크루즈 여정 지도. 그래픽=송정근 기자

장강삼협 크루즈 선박은?

‘장강삼협 크루즈’는 롯데관광이 현지 선사인 센츄리크루즈와 단독 계약해 판매하고 있다. 전체 5박 6일 중 크루즈에서 3박 4일(혹은 4박 5일) 일정을 소화한다. 양쯔강을 따라 충칭에서 이창으로 내려가는 하수와 이창에서 충칭으로 거슬러 오르는 상수 일정으로 구분되는데, 상수 일정에는 충칭~이창 간 고속열차가 포함된다. 세부 일정은 수량과 기후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중국 장강삼협을 운행하는 센츄리크루즈사의 센츄리글로리호가 신녀계 입구에 정박해 있다.
장강삼협 크루즈인 센츄리글로리호의 선상 파티.
센츄리글로리호의 선상 파티가 열리는 도중 대형 레이저 불빛이 하늘을 비추고 있다.

장강삼협에는 약 40척의 크루즈 선박이 운행되고 있다. 센츄리크루즈는 600여 명을 태울 수 있는 1만5,000톤급 5척을 운영한다. 모두 전기동력추진선이어서 소음과 진동이 없고 선내에 기름 냄새가 나지 않는다. 모든 객실에 발코니가 있어 정박이나 이동 중에도 강바람을 쐬며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선내 식사는 중식과 양식이 혼합된 뷔페식이지만 한국인을 위해 김치도 제공한다.

선상에서 환영 파티와 음악 공연 등이 진행되며, 기항지 투어에 참가하지 않는 승객은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거나 도서관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선박의 전체 길이는 150m, 폭 21.5m다. 전망대를 겸하는 6층 덱에 조깅할 수 있는 트랙이 그려져 있고 무료 빨래방, 체육관, 마사지실, 의무실 등을 갖추고 있다.

충칭=글·사진 최흥수 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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