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대결 '방시혁의 아일릿 vs 양현석의 베이비몬스터'...전문가들 선택은?
음원 차트 성적, 아일릿이 압승
일주일 새 K팝 걸그룹 관련 신기록이 두 차례나 다시 쓰였다. 지난달 25일 발매된 아일릿의 첫 앨범 ‘슈퍼 리얼 미’가 초동(발매 직후 일주일간 판매량) 38만 장 팔리며 K팝 걸그룹 데뷔앨범 초동 신기록을 세웠으나 베이비몬스터가 7일 만에 이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들이 이달 1일 내놓은 데뷔작 ‘베이비몬스터’는 첫 주에 40만1,000여 장이 팔렸다. 두 팀이 등장하기 전까지 기록의 주인은 2년 전 데뷔한 뉴진스(31만1,000여 장)였다.
뉴진스가 K팝에 충격을 안긴 지 2년 만에 국내 ‘빅4’ 기획사 중 하이브와 YG엔터테인먼트가 각각 아일릿과 베이비몬스터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블랙핑크로 K팝 역사를 새로 쓴 YG와 르세라핌, 뉴진스로 K팝의 판도를 바꿔 놓은 하이브의 대결이라는 점도 흥미롭지만, 두 회사의 수장인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양현석 YG 총괄 프로듀서가 직접 프로듀서로 나서 지휘했다는 점에서 두 그룹의 맞대결은 두 대형 기획사의 한판 승부로도 읽힌다.
음반 판매량·유튜브선 베이비몬스터, 음원 차트는 아일릿
음반 판매량은 두 팀이 비슷하지만 국내 대중적 인기는 아일릿이 압도하는 모양새다. 아일릿의 데뷔곡 ‘마그네틱’은 서클차트의 글로벌 K팝 차트, SBS MTV 음악 프로그램 ‘더 쇼’에서 1위에 올랐고, 8일 음원 사이트 멜론 일간차트에서도 정상을 차지했다. 베이비몬스터는 앨범 판매량에 비해 국내 음원 차트 성적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지난해 11월 내놓은 실질적 데뷔 곡 ‘배터 업’과 후속곡 ‘스턱 인 더 미들’은 모두 멜론 일간차트 100위 안에 진입하지 못했고 1일 발표한 정식 데뷔 곡 ‘쉬시(SHEESH)’도 줄곧 100위권 밖을 떠돌고 있다.
대신 유튜브 조회수에선 베이비몬스터가 아일릿을 큰 차이로 눌렀다. 아일릿의 ‘마그네틱’이 9일 현재 2,900여만 회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베이비몬스터의 ‘쉬시’는 한 주 늦게 공개됐는데도 이날까지 8,000만 회를 넘겼다. ‘배터 업’ 뮤직비디오는 5개월 만에 2억3,000만 회를 넘어섰고 ‘스턱 인 더 미들’ 역시 두 달 만에 1억 회를 기록했다. ‘블랙핑크 동생 그룹’이라는 후광을 감안해도 화제성이나 스타성 면에선 베이비몬스터가 아일릿을 앞서는 분위기다.
"아일릿, 포스트 뉴진스 신인 걸그룹의 모범 답안" vs "베몬, 블랙핑크 이전 세대처럼 들려"
차트상의 화려한 성적과 달리 두 팀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은 미지근한 편이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하이브와 YG는 K팝 대표 기획사들인데 두 팀 모두 기대 이하”라고 꼬집었고,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도 “아일릿의 음악이 베이비몬스터의 곡보다 낫긴 하지만 두 그룹의 앨범 모두 한두 곡 외에는 아쉬운 곡들이 많다”고 했다.
아일릿과 베이비몬스터는 각각 뉴진스, 블랙핑크와 유사성이 자주 언급된다. 임 평론가는 “아일릿은 뉴진스의 콘셉트를 이어가면서 10대 이전과 10대 초반 세대를 겨냥한 듯하다”고 말한 반면,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일릿은 뉴진스와 디테일이 상당히 다르고 곡의 전개 역시 뉴진스에 비해 좀 더 대중적이고 가요 작법의 요소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베이비몬스터는 여러모로 YG의 정체성을 잇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시장에서 베이비몬스터가 성공할 것이라는 공통적인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대체로 아일릿에 후한 점수를 줬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하이브가 동시대적인 감각과 젊은 세대가 원하는 트렌디한 것들을 잘 파악해 뉴진스, 르세라핌을 통해 익힌 노하우로 펼쳐 보인 결과가 아일릿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아일릿은 하이브의 신인 걸그룹에 대한 여러 요구가 충돌하면서 나온 모호한 절충안일 것”이라면서 “뉴진스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온 현실적인 모범 답안”이라고 정의했다.
K팝 업계 내에서도 두 팀에 대한 관심이 높다. 평가는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K팝 기획사 임원은 “하이브는 여러 레이블의 연합체인 회사인데 어도어의 뉴진스와 빌리프랩의 아일릿에 차별성이 잘 보이지 않고, YG의 계보를 잇는 베이비몬스터는 블랙핑크 다음 세대가 아닌 이전 세대의 음악처럼 들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K팝 임원 B씨는 “베이비몬스터는 블랙핑크를 넘어서는 매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두 팀의 데뷔 시기만 놓고 보면 아직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아일릿은 하이브의 프로듀싱 능력이 정점에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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