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인텔, ‘가우디3’ 공개...네이버와 ‘反엔비디아’ 전선 만든다
엔비디아에 대항하는 ‘가우디3′ 생태계 야심
네이버, 주요 파트너사로 무대 올라
“여기 이 대단한 녀석(Big Boy)을 보세요!”
9일(현지 시각) 미국 애리조나에서 열린 ‘인텔 비전 2024′ 행사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최신 인공지능(AI) 반도체 ‘가우디3′를 선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가우디3 옆에서 신난듯 춤까지 춘 그는 “가우디3는 처음부터 대규모 AI모델의 운용을 효율화하기 위해 설계됐다”며 “(엔비디아의 AI반도체인)H100과 비교했을 때 벤치마크(성능 테스트)에서 훨씬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AI반도체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과거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산업의 1인자였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서 ‘잠든 사자’로 여겨졌던 인텔이 AI열풍을 타고 화려한 부활을 꾀하고 있다. AI시대에 급증한 반도체 수요를 흡수해 삼성전자를 넘어선 ‘세계 2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움과 동시에, 자체 AI반도체 설계 및 제조 분야에서도 첨단 AI용 반도체를 내놓으며 엔비디아의 시장까지 나눠 가지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전통 ‘실리콘 강자’인 인텔이 반도체 분야에서의 역량을 집중해 새로운 전성기를 열겠다며 무섭게 진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反엔비디아 전선 구축…네이버도 끌어안아
이날 겔싱어 CEO는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모든 것은 ‘실리콘 역량(power of silicon)’으로부터 온다”고 했다. 향후 AI가 비즈니스, 개인, 관공서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될 것인데, 이 같은 ‘AI시대’는 대규모 컴퓨팅을 수행해주는 첨단 반도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여러분이 직면한 이 같은 AI 전환을 가능케 할 것”이라며 “또 한 번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했다.
인텔에 따르면 ‘가우디3′는 엔비디아의 H100보다 전력 효율성이 40% 높은데다, AI모델을 1.5배 더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 정확한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텔 측은 올해 3분기부터 정식으로 판매될 가우디3가 “가격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엔비디아 H100이 개당 2만 5000달러~4만달러에 판매되는 만큼, 이보다는 낮은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인텔의 야심찬 AI 반도체 로드맵의 핵심은 ‘반(反)엔비디아 전선’의 구축이다. 엔비디아의 AI반도체 없이도 고성능 AI를 훈련할 수 있는 새로운 AI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2006년 선보인 AI개발 플랫폼 ‘쿠다(CUDA)’를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AI반도체 시장을 장악해왔다. 이미 전 세계 대학·과학자·개발자 등이 쿠다를 이용해 AI를 만들어왔기 때문에, 엔비디아의 반도체 외의 제품으로 넘어가는게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이다.
갤싱어 CEO는 이날 “특정 대형 기업(big player)이 당신들의 시스템을 장악하는데 질리지 않았나”라며 “이제는 기업용 (AI개발용)오픈 플랫폼을 구축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요 파트너로 네이버를 소개했다. 갤싱어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네이버를 몰랐지만, 아시아에서 엄청난 규모의 AI모델을 구축하는 대단한 회사”라고 했다.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하이퍼 클로바X’를 기반으로 생성형AI 서비스를 구축하고,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주요 AI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네이버 역시 엔비디아의 AI생태계를 주로 이용해왔지만, 최근 들어 급격하게 비싸진 비용 때문에 지난해부터 인텔 제품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날 사전에 준비된 비디오를 통해 행사장 스크린에 나타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는 세계에서 3번째로 자체 하이퍼스케일 생성형 AI 모델을 공개한 기업”이라며 “효율적인 컴퓨팅 인프라에 투자할 것이며, 인텔과의 협업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후 무대에 나타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은 “네이버 내부에 가우디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스타트업 및 학교들과 협업하는 ‘코어 랩’을 만들었고, 가우디2를 활용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구축하기로 했다”며 “마지막으로 이 같은 가우디 기반 LLM을 더 많은 글로벌 기업과 공공부문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인텔은 이날 ‘AI 4대천왕’ 중 하나로 꼽히는 앤드류 응 스탠퍼드대 교수, 독일 보쉬 등 쟁쟁한 학자와 기업들을 ‘가우디 생태계’의 일원으로 소개했다. 실제로 가우디3는 올해 2붙기에 델 테크놀로지스, HPE, 레노버, 슈퍼마이크로 등에 탑재될 예정이라고 인텔 측은 밝혔다.
◇첨단 AI용 반도체 봇물
이날 인텔은 회사의 서버용 CPU제품군인 ‘제온’의 최신 모델 ‘제온 6′를 공개하기도 했다. 회사는 “제온6는 전작에 비해 와트당 2.4배 향상된 성능을 갖췄다”며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 토큰 대기 시간이 훨씬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차세대 노트북 칩인 ‘루나 레이크’ 프로세서를 선보이기도 했다.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고도 AI를 구동할 수 있는 ‘AI PC’에 사용되는 칩인 것이다. 겔싱어 CEO는 “향후 AI 시대에는 AI를 활용한 1인 기업이 10억 달러 가치의 기업이 될 수도 있다”며 “인텔은 (반도체 역량으로)이 같은 미래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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