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흘린 고기는 구시대의 것” 배양육이 韓 SF 새시대 열까

백수진 기자 2024. 4. 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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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공개 디즈니+ ‘지배종’
테러 사건의 배후를 쫓던 군 출신 경호원 우채운(주지훈)은 전 세계 배양육 시장을 장악한 BF 대표 윤자유(한효주)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피 흘리는 음식은 이제 구시대의 것이 되었습니다.”

도발적인 선언에 귀가 솔깃해진다. 10일 공개되는 디즈니+ 드라마 ‘지배종’은 도축하지 않고 실험실에서 세포를 배양해 만들어내는 고기 ‘배양육’을 다룬다. 생명공학 기업 BF를 설립해 전 세계 배양육 시장을 장악한 윤자유(한효주)와 BF에 위장 취업한 경호원 우채운(주지훈)을 둘러싸고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진다. 제작비 240억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대작으로 그동안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온 한국 SF의 잔혹사를 끝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언론에 먼저 공개된 1·2화는 최근에 나왔던 국내 SF물보다 훨씬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배양육이 보편화하자 농축산업 종사자들의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고, 정치권은 이들의 눈치를 보며 BF를 견제하는 등 이권 다툼을 상당히 그럴듯하게 그린다. 현실과 괴리된 미래로 몰입도를 떨어뜨렸던 최근의 한국 SF들과 달리 현실에 달라붙어 있는 스토리로 차별화했다. 박철환 감독은 8일 제작 발표회에서 “먼 미래가 아닌 1~2년 뒤 근 미래가 배경이기 때문에 최대한 현실적으로 연출하려 했다. SF 요소는 일부이고,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내용이 더 많다”고 소개했다.

'지배종'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비밀의 숲’ ’라이프’를 쓴 이수연 작가의 신작이다. 데뷔작인 ‘비밀의 숲’은 검찰 스폰서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치밀한 추리 드라마로 호평을 받았다. 차기작으로 배양육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동물을 잡아먹지 않아도 되고, 식량 생산을 위해서 숲을 밀어버리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기를 기다리는 개인적인 바람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농축산업 종사자, 도살장부터 사료 업체까지 미칠 영향이 매우 크겠구나.... 그렇지만 피할 수 없는 근미래의 일인데 어떻게 될까 하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한국이 가장 잘하는 범죄·추리물과 SF 소재를 결합해 신선함을 더했다. 1화부터 BF 대표를 노린 테러와 세포 배양액이 오염됐다는 악성 루머, 연구소를 마비시킨 800억원대 해킹 사건까지 휘몰아친다. 신제품 설명회에 홀로그램으로 소들이 뛰어다니고, 가상현실(VR) 기기로 경호원 면접을 보는 등 신기술들도 이질감 없이 구현됐다. 박철환 감독은 “배양육이나 AI, 증강현실 등 드라마에 나오는 기술들이 대부분 지금도 존재하는 기술이라 이를 다루는 기업들을 많이 참고해 리얼리티를 높였다”고 했다.

바닥에 떨어진 한국 SF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천만 감독들이 내놓은 SF 영화 ‘더 문’과 ‘외계+인 2부’가 흥행에 실패하고, 넷플릭스에 공개된 ‘택배기사’ ’황야’도 혹평을 받으며 “대한민국은 SF 불모지”라는 말까지 나왔다. 출연 배우들은 각본의 힘을 거듭 강조했다. 주지훈은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문제를 흥미로운 이야기에 녹여낸 작품”, 한효주는 “지금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똑똑한 소재, 똑똑한 대본이었다. 너무 좋아서 그날 일기를 썼을 정도로 가슴을 뛰게 하는 대본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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