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판도라의 상자, 새마을금고
요즘 새마을금고는 정말 ‘바람 잘 날 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3월 말에 새마을금고 직원이 고객 통장의 비밀번호를 바꿔 5000만원을 빼돌린 사건이 터진 지 1주일도 안 돼 양문석 민주당 후보(경기 안산갑)의 불법 대출 의혹이 보도됐다. 작년 10월엔 조직의 수장인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이 사모펀드 출자 과정에서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불명예 퇴진했다.
새마을금고 사고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장기에 걸쳐 불법이 저질러지는데도 위에선 까맣게 몰랐다는 것이다. 충북 청주시 새마을금고 차장이 10년간 고객 정기예탁금을 중도해지하는 수법으로 10억6000만원을 횡령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문제 된 양 후보의 대출도 3년 전 일이다.
매번 사고가 터질 때마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행정안전부에서 금융 당국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마을금고와 비슷한 농협·수협의 지역조합과 신용협동조합은 모두 금융 당국의 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바탕으로 성장한 특수성 탓에 행안부 산하에 놓여있다. 총자산 286조원으로 신협보다 몸집이 두 배 큰 금융기관인데도, 관리·감독은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받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흐지부지 지나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 18대 국회 때부터 매 회기 때마다 감독권 이관과 관련한 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행안부와 금융위원회뿐 아니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감독권을 쥔 행안부는 내려놓을 의사가 없어 보인다. 감독권을 이관할 경우 조직의 권한과 영향력이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월 행안부 출신 공무원이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로 선임돼 ‘낙하산’ 비판을 받았다.
금융 당국도 새마을금고를 넘겨받는 게 썩 달갑지는 않은 기류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뚜껑(감독 개시)을 열었을 때 뭐가 터질지 짐작하기 어려운 판도라의 상자”라며 혀를 내둘렀다. 신협, 수협 등이 IMF 때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이후 꾸준히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을 해온 데 반해 새마을금고는 ‘무풍지대’여서 누적된 문제가 상상 이상일 것이란 뜻이다.
무엇보다 법안 개정 논의를 주도해야 할 국회 행안위원들의 태도가 미적지근하다. 금융권에선 “전국 1288개에 달하는 새마을금고의 정치력 영향력이 크다 보니 행안위원들도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금고를 계속 영향권 아래에 두고 싶어 한다”는 말이 나온다.
관련 부처들과 국회가 소극적으로 일관하는 동안 새마을금고는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서 계속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최근 절충안으로, 금융위가 행안부와 손잡고 새마을금고 전담팀을 꾸렸다. 그러나 평소 관리는 행안부가 맡고, 사고가 터지면 금융 당국이 나서는 방식의 땜질식 처방으로는 복마전(伏魔殿)처럼 터지는 새마을금고 사고를 예방하기에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 부처들이 감독권 이관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지며 주판알을 튕기기에 앞서 고객 피해 예방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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